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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1.07 15:57:07
  • 최종수정2014.03.19 13:56:02

방광호

청석고등학교 교사

작년 12월15일부터 일주일 동안 대만을 다녀왔다. 대북시에 소재한 자매결연 학교인 육달학원과의 상호방문 형식이었다.

수많은 난관과 우여곡절 끝에 70여만 점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소장한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은 중화민국 국민들의 자긍심으로 자리잡기에 충분했고, 협궤열차를 타고 올랐던 해발 2,600여 미터의 아리산(阿里山) 일출은 경이로운 운무가 대신 아쉬움을 위로해 주었다. 화련현(花蓮縣)의 그 거대하고도 웅장한 태로각 협곡은 인간을 한낱 하찮은 미물처럼 주눅 들게 만들었다.

위대한 문화나 자연의 신비는 우리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고 때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하지만 이번 방문에선 육달학원 설립자(그곳에선 창시자란 말을 쓰고 있었다) 왕광아(王廣亞) 박사를 비롯한 학원 관계자들의 넘치는 환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방문 기간 중 우리는 육달고 개교 64주년 기념식 참석, 도원 분교 및 육달과학기술대학 방문 등을 비롯한 공식, 비공식 일정을 통해 학원 설립자는 물론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실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고 우호적이었다. 또한 방문기간 내내 개인적으로 직접 소통할 수 없었다는 점을 제외하곤 털끝만큼의 불편이나 부담, 불유쾌함이 없었다.

청바지에 점퍼, 챙 달린 모자를 쓰고 노익장을 과시하던, 92세의 왕 박사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술과 음식을 권하는 자상한 어른이었고, 공항까지 직접 영접을 나와 반갑게 맞아주고 귀국 날 이른 아침에도 호텔에 나와 손을 잡아주며 예를 다하던 육달고의 교장과 직원들은 따스했었다. 과학기술대학 이사장은 왕박사의 맏아드님으로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파인데 고개를 돌리고 술을 마시는 한국식 주법으로 경의를 표시했고, 미국 유학파인 과기대 총장과 교수들 또한 만찬 자리에서 허물 없이 방문단과 어울리는 소탈한 모습으로 존경심을 자아냈다.

대만 체류 마지막 날, 지난 여름 한국을 방문했었다는 선생님들 10여 분이 호텔까지 찾아와 비 내리는 타이페이 야시장을 안내해 주고, 끝이 없을 듯 이어지는 음식을 오래 못 만난 형제 대하듯 즐거움과 행복감 넘치는 얼굴들로 대접했다. 밤 9시가 넘은 시각, 그들은 그때까지 저녁을 거른 채였단다.

창시자가 창시자답지 않고, 이사장이 이사장답지 않고, 총장이 총장답지 않고, 교장이 교장답지 않고, 교수가 교수답지 않고, 교사가 교사답지 않았다. 이 반어적 표현은 진정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 그들에 대한 내 나름의 찬사인 셈이다. '有朋이 自遠方來하니 不亦樂乎아라!(먼 데서 벗이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이는 단지 고전 속 문장만이 아니었다. 생활 속에서 몸소 실천하고자 온힘을 다하는 그들, 그것은 순수함에서 오는 것이었고, 배려심이 밑바탕에 다져진 인간성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그러한 진심어린 태도는 누가 시켜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뿌리 깊은 자율성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한 진정성이라 할 수 있을 터이다. 나는 그들이 존경스러웠고, 부러웠고, 또 부끄러웠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에서 목동이 스테파네트 아가씨에게 정성을 다하듯 그들은 소설 속 인물들처럼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사는 곳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2014년, 신년 벽두에 나와 내 주변의 모습이 그렇게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오늘따라 그들이 무척이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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