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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얘들아 사이좋게 지내라"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언짢은 일이 생기거나 아니면 언니 오빠들과 함께 놀 때면 싸우지 말고 서로 잘 지내라는 뜻으로 자주 해주셨던 말이다.

그 당시는 사이에 대한 생각을 솔직히 깊게 해본 적이 없었다.

막연히 건네는 부모님의 말씀이려니 하고 무슨 뜻인지 잘 헤아리지 못한 채 그저 다투지 말고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좋은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생활해왔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이제 나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무심코 건네는 말 중 "사이좋게 지내라"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참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어머니에게서 어려서부터 무심결에 학습된 언어와 행동들을 내가 어느덧 익숙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에 혼자 놀랄 때가 있다.

어쩌면 성인이 되어서도 "사이"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보지 않으면 무심히 스쳐가는 두 글귀의 언어조각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구나 깨닫게 될 즈음 이제는 "사이"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말인지를 실감하며 살고 있다.

인간관계 모두가 사이로 통하고 있다.

사람을 인간(人間)이라고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 것이다.

사람을 인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사람은 사이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현종 시인은 섬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섬이라는 시제를 통해 사람들 사이를 제시하고 있다. 사이는 소통의 공간이며 시간속에 존재한다. 또한 사이는 틀림이 아닌 서로 다름의 영역일 것이다.

사이가 망가지면 갈등이 발생하고 갈등은 왜곡된 신념으로 굳어져 공격적인 분노의식으로 표출되거나 우울감으로 빠져들 수 있다.

인간(人間)은 우주속에서 인간, 시간, 공간의 삼간을 떨쳐버리고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상담소에 있다보니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문제들을 접하게 된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 소중함을 모르고 함부로 하며 때론 너무나 먼 마음의 거리로 인해 서로가 외로워하고 목말라하기도 한다.

가정폭력도 어찌보면 "사이"에서 빚어진 문제로 촉발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가족이라하더라도 서로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비난과 무시로 상대를 대하다보니 상처는 계속 덧나기만 하고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져 서로가 건너갈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는 것이다.

부부지간이거나 형제지간이거나 모든 사람과 사람은 일정한 거리의 관계 즉 사이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어느 정도의 거리는 사람과 사람사이에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의 영역이다.

마치 고슴도치처럼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너무 떨어지면 소원해져 서로에게 온기를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햇살과 바람이 따사로운 오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사람이 그리운 때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떤 사이이고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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