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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살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출근길에 횡단보도를 막 건너는데, '안녕하세요, 선생님~' 인사를 하며 그녀가 다가왔다. 우리는 인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걸었다. 그리고 나란히 걸어 학교 교문을 들어서며 등교 지도를 하는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라는 메시지와 미소를 주고받으며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다.

출근길에서 만난 그녀는 한국어 학급에 다니고 있는 베트남에서 온 학생이다. 얼마 전부터 우리들의 만남, 그녀와 나 그리고 등교 지도를 하는 선생님과의 만남은 더 반갑고 즐거운 만남이 됐다. 그렇게 특별한 만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작은 행동 덕분에 행복한 릴레이가 이어졌고 행복한 우리들의 인연이 된 것이다.

11월 11일에는 막대과자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더구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축제처럼 즐기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나 역시 자연스레 디자인과 맛이 다양해진 막대과자를 접하게 된다. 나눔의 의미로 보자면 정이 오고가는 듯하여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 역시 이번에 따뜻한 나눔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아침마다 추운 날씨에도 교문 앞에서 등교 지도를 하는 선생님께 막대과자를 선물한 것이다. 과자 포장지에는 한국어로 쓴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퇴근길에 만난 선생님께서, 우리 한국어 학급에 000 학생이 있느냐고 물어오셨다. 그리곤 자초지종을 말씀하시면서 내내 행복한 표정을 지으셨다. 평소에도 한국어와 외국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은 선생님과 자주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유난히 상기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길을 걸을 때조차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걷는 학생들, 인사하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인사에도 인색하고 사람들에게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상냥하게 인사를 하며 막대과자를 건네는 학생이 있어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연거푸 하셨다.

평소 차분하고 깔끔한 스타일의 그녀는 우리 반, 한국어 학급의 모범생이다. 무엇이든 스스로 할 줄 아는 좋은 습관을 지니고 있다. 교실이나 바닥에 휴지가 떨어져 있으면 주워서 휴지통에 버리고 바닥이 지저분해서 쓸어야 할 때는 청소 도구를 가져와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 그리고 교실에 의자나 책상이 비뚤어져 있으면 반듯하게 정돈을 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칭찬을 해 주곤 했다. 그런가 하면 수업을 마치고 나면 컴퓨터를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고 칠판도 깨끗하게 지워주곤 한다. 가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건넨다. 한국어가 서툴러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머리를 갸웃거리거나 뒤통수를 긁적거릴 때도 있지만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할 줄 안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호탕한 웃음소리 또한 듣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든다.

하루는 날마다 등교 지도를 해 주시던 선생님께서 쉬는 시간에 한국어 학급에 찾아오셨다. 손에 든 큼직한 종이가방을 건네셨다. 간식으로 과자를 가져오신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약소하지만 막대과자를 선물 받은 감동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다는 말씀을 남기고 급히 자리를 떠나셨다. 내 마음 속에는 또다시 따뜻한 감동의 파문이 일었다.

한국어 학급에 따뜻한 감동과 함께 간식이 전달됐고 살가운 그녀는 또다시 아침 등교를 하면서 선생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다는 이야기를 선생님께 전해 들었다.

아침 출근길에서 그녀를 만나는 날은 하루가 더 즐겁다. 경쾌하고 살가운 인사를 나누며 팔짱을 끼고 등교 지도를 하시는 선생님과 정겨운 인사를 나누면 얼굴에 절로 웃음이 가득해진다. 하루가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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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