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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삼월이다. 이따금 산비둘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저기 꽃소식도 들려온다. 봄소식 전해질 때가 되면 어김없이 신학기를 맞이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더 맑고 힘차게 들린다.

한국어 교실에도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설레는 마음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인사를 나누며 힘찬 출발을 했다.

쉬는 시간, 우즈베키스탄이 고향인 1학년 학생이 내 손을 꼭 잡으며 질문을 한다.

"선생님, 선생님 몇 살이에요·"

"글쎄, 몇 살일까·"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힘주어 손을 잡으며 말한다.

"하, 한 살· 맞아요·"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그냥 웃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족과 함께 와서 살고 있는 이 학생도 나이를 묻는 한국의 문화를 몸으로 배운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이 만나면 묻는 나이. 하지만 결코 나이 밝히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많은 편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어디 그뿐인가. 온 국민의 주제가처럼 불리는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는 노래교실은 물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인기가 많은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가사 중,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이 부분에서는 특히 더 호소력이 넘친다.

문득문득 나이를 생각하면서 미래를 떠올려 보면 앞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이를 잊고 열정적으로 꿈을 펼쳐나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면서 종종 힘을 얻기도 한다.

서울 성북구에는 전국 최고령 맥도널드 아르바이트생이 있다. 바로 91세의 임갑지 크루이다. 100세까지 일을 하는 게 소원이며 16년째 아르바이트생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당하게 말한다. 나이가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매우 의미 있다는 것이다. 그의 어린 동료들은 입을 모아 성실함을 으뜸으로 꼽으며 그를 특별하다고 여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임갑지 크루는 16년 간 단 한 번도 지각이나 무단결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축복된 일이라고 하였다.

한편 미국에는 세계 최고령 스타일 아이콘인 97세의 모델 아이리스 아펠이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다. 젊었을 때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던 아펠은 96세에는 바비 인형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미 2005년에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아펠의 독특한 패션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힘주어 말한다. "노년의 다른 여성들이 자신의 꿈을 추구하도록 영감을 불어 넣고 싶다"고.

일본에는 101세에 사망한 시바타 도요 시인이 있다. 무용을 취미로 했던 시인은 몸이 안 좋아지자 92세부터 시를 공부하기 시작하여 99세에 첫 시집 '약해지지 마' 를 출간하여 일본 사람들에게 커다란 삶의 의욕을 심어 주었다. 어려서부터 힘겨웠던 시인의 삶은 조근조근 위로하듯 따뜻한 시로 형상화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시를 읽으며 힘을 얻고 용기를 얻기도 했다.

2월에 개봉한 다큐영화 '시인 할매'에 등장하는 사람들 또한 나이를 잊고 배움의 열정으로 한창 설레는 봄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토닥이는 따뜻한 손을 내민다.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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