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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설 연휴가 지났다. 조용한 설 명절이 좀 낯설게 느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중에 맞이한 설날은 좀 억지스럽기도 했지만 서로 자제하고 조심하면서 그렇게 지나갔다. 1년을 넘게 수도 없이 들어온 말들, 5인 이상 모임이나 식사 금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하기, 손 씻기, 손 소독하기, 환기시키기 등등 하나하나 체크하고 기억하면서 행동해야하는 것들이 생활의 지표가 되었다.

설 연휴가 되니 휴대폰으로 전해오는 메시지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란다.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하란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온 제자들은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한 그림이나 사진을 보내며 건강과 복을 기원한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등 설 명절이 없는 고향을 둔 제자들은 한국 문화를 알게 되면서 새해 인사를 전한다.

이번 설 명절은 좀 특별하게 맞이했다. 중국이 고향인 유학생으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오랫동안 함께 공부를 하면서 친분을 쌓아왔으며 2주 뒤에는 공부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거하게 설 명절을 맞이하는 중국에서는 미리미리 대청소를 하고 설 하루 전부터 많은 음식을 준비한다. 중국이 고향인 유학생도 여러 가지 음식을 요리하고 있었다.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는 중국 명절과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아주 재미있고 흥미로운 문화를 알게 되어 즐거웠다.

식탁 위에 푸짐한 음식이 차려졌다. 음식에도 저마다 재치가 넘치고 좋은 의미가 깃들어 있어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지혜로운 문화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두부요리가 식탁에 올라왔는데, 두부는 중국어 발음에서 '복'과 비슷해서 복이 들어온다는 의미가 있어 음식으로 준비한단다. 샐러리와 새우를 볶은 음식은 중국어 발음에서 샐러리는 부지런하다는 단어의 발음과 비슷해서 설날에 먹는 음식이란다. 생선 요리도 있는데, 물고기는 중국어 발음에서 여유가 있다는 단어의 발음과 비슷해서 요리를 해서 먹는다고 한다. 중국을 떠올리면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만두를 먼저 생각할 것이다. 물론 만두가 빠질 수는 없다. 만두는 크기가 좀 작은 것으로 물만두로 먹는다. 물이 끓을 때 만두를 넣어서 끓여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만두가 끓는 물에서 끓을 때, 그 끓는 순간에 '쩡러마·'라고 묻는다. 그러면 상대방은 '쩡러'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쩡러마·' 는 '돈 벌었어·'라고 묻는 것이고, '쩡러.'는 '벌었어.'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그래서 설 명절 전에 만두를 끓이며 주고받는 재미있는 문화이다. 또한 가정마다 좀 다르지만 대부분 가정에서는 돼지 족발이 식탁에 올라오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돼지 족발 중 앞발을 먹는 것인데, 돼지가 앞발로 돈을 끌어 모아 부자가 된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떡국을 먹는 것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가래떡은 길어서 장수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떡국을 끓이기 위해 가래떡을 썰면 둥근 동전 모양이 되어 부자가 된다는 뜻이 있으니 문화가 조금 다르더라도 사람들이 바라는 마음은 비슷해 보인다.

설날에는 러시아가 고향인 제자들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설 명절이 없는 러시아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준비하여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꼬치인 샤슬릭과 토마토수프인 보르쉬와 빵을 먹으며 보드카 한 잔을 곁들였다. 당근 무침인 마르콥차와 가지요리인 '사태' 그리고 레몬차와 케이크도 곁들인 식탁은 아주 풍성했다. 자주 만나는 제자들과 한 자리에 앉을 때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문화를 나누게 된다. 빵과 고기를 주로 먹는 러시아, 기름진 방법으로 요리를 많이 하는 중국 등 음식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문화에 이번 설 명절은 조용하지만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풍성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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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