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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名醫)를 찾아서 - 이기형 충북대학교 혈액종양내과 교수

"표적치료제 지속 개발… 폐암, 절망의 암 아니다"

  • 웹출고시간2016.01.26 17:45:05
  • 최종수정2016.01.26 17:45:08
[충북일보] "암입니다."

의사의 진단에 절망하지 않을 환자는 없다. 암에 걸리면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는 개념이 팽배했던 과거엔 더욱 그랬다. 완치되지 않는 암, 이제 남은 것은 죽음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절망의 영역'에 머물던 암이 '극복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다. 치료와 관리만 잘하면 생존을 이어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의 치료 목적은 완치가 아니다.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없애고 합병증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누군가는 이를 '암과의 평화로운 공존'이라고 했다. 이 평화로운 공존은 조기검진과 함께 새로운 치료제들의 개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표적 항암 치료제(이하 표적치료제)도 그중 하나다.

충북대학교병원은 도내에서 표적치료제 임상연구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현재 50여개에 달하는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만난 폐암·유방암 전문 이기형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표적치료제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표적치료제는 암세포를 죽이지는 못합니다. 대신 암세포의 증식을 방해하는 약물이죠. 정상세포에 작용하는 독성이 없기 때문에 부작용도 적습니다. 암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특히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알려진 폐암분야는 표적치료제 덕(德)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2004년 폐암에 첫 도입된 표적치료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점차 활성화됐다. 각종 암별로 쓰이고 있지만, 가장 활발하게 연구·이용되는 분야는 단연 폐암이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임상연구 참여를 제안하면 꺼려하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인식이 선진화되면서 외국의 사례처럼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신통방통한 이 표적치료제에도 치명적인 한계점이 있다.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것.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환자 열이면 열 모두에게 표적인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위험요소다. 즉, 같은 암을 앓고 있는 환자라고 하더라도 모두 표적인자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표적인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표적항암제의 암 치료 효과는 없을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국의 병원을 대상으로 환자의 첫 진단과정부터 치료 결정과정과 결과까지 전 과정에 걸쳐 적정성평가를 한다. 최근 충북대병원은 폐암 적정성평가에서 1등급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이 교수는 "지난해부터 활발하게 추진한 다학제진료가 큰 기여를 했다"며 "각종 암별로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 팀을 구성해 여러 전문가가 환자 한명을 살피는 진료시스템이다. 혈액종양내과는 암이 많이 진행된 환자에게 세포독성항암제, 표적치료제를 투여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2013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국내 폐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34명으로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폐암은 전조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진단이 어렵고, 다른 암에 비해 완치율도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예전에는 뚜렷한 선별검사 수단도 없었죠. 최근에는 저선량CT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폐암의 조기발견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저선량CT는 일반 CT보다 방사선량을 6분의 1 가량 낮춘 것으로 이는 단순 흉부 X선 10장 분량에 지나지 않는다. 방사선량을 낮춰 반복 측정에도 무리가 없도록 했기 때문에 규칙적인 검사가 가능해졌다.

유방암은 특징은 어떤 게 있을까.

"유방암은 폐암에 비해 조기발견이 쉬운 편입니다. 조기에 발견될 경우 70~80% 이상이 수술이 가능하죠. 유방암의 전조증상으로는 멍울이나 피부 함몰, 유두의 피 비침 등이 있습니다. 가족력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 폐암과 달리 가족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도 유방암의 특징입니다."

이 교수는 한 유방암 환자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다른 병원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고 재발이 돼서 온 20대 환자가 있습니다. 앳된 얼굴에 굉장히 밝은 성격의 환자라서 더욱 안타까웠죠. 지난해 한번은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보내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르니 꼭 보내달라고 사정하더군요. 상비약도 넉넉히 챙겨달라며. 다행히 현재는 항암치료와 호르몬치료를 받으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며칠 전 그 환자에게 손수 뜨개질한 목도리를 선물 받았다며 꺼내보였다. 얼기설기 짜인 목도리 실 사이로 헛헛한 기운이 감돌았다.

"비관하고 초조해하는 환자들도 있지만, 의외로 긍정적이고 밝은 환자들도 많아요. 저는 그런 환자들에게 많이 배웁니다. 제가 힘든 건 그분들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 유소라기자

이기형 교수 프로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원(의학박사)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전임의
-현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현 충북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분과장
-현 한국임상학회 편집위원장
-현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연구계획심의위원장
-현 대한암학회지 부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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