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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名醫)를 찾아서 - 대전대학교 청주한방병원 이연월 교수

기(氣)죽지 말고 살아야 제대로 사는 삶

  • 웹출고시간2016.01.19 18:07:30
  • 최종수정2016.01.19 18:07:33
[충북일보] 한방내과 진료실 문을 열자, 특유의 한약 냄새가 은은히 풍겨온다. 정확하게 말하면 뜸 치료로 인해 나는 향이었다.

대전대학교 청주한방병원 이연월 교수는 한방 소화기질환 전문가다. 특히 소화기암(식도암, 위암, 대장암, 간 담도암, 췌장암)의 한방치료와 수술, 항암 및 방사선 치료 후 후유증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들을 한방요법을 통한 보완치료로 유명하다. 안내하는 간호사가 "늘 유쾌한 미소가 좋은 분"이라고 소개한다. 첫 대면부터 환한 미소로 맞이한다.

"무슨 냄새죠?"
"뜸 치료할 때 주로 쑥을 이용하는데, 쑥을 태우는 과정에서 나는 냄새죠. 쑥뜸은 경락을 따뜻하게 하여 찬 기운을 없애 기혈을 쉽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뜸의 따뜻한 기운이 표피 속을 뚫고 들어가 경락을 데워 기를 움직이게 하는 원리입니다. 옛말에 '머리는 차고 발은 따뜻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위쪽이 차고 아래쪽이 따뜻한 것이 자연의 섭리죠. 침이나 뜸 치료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신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기(氣) 죽지 말고 살아라.'

흔히 어른들이 아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쓰는 말이다. 이 교수는 이처럼 평범하게 쓰는 일상적인 말에도 생명의 묘리가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기(氣)죽지 말라'고 하는 말은 한의에서는 기(氣)를 말합니다. 기는 생명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가 잘 통하면 오래 살고, 잘 운행되지 않으면 일찍 죽는 것은 분명한 이치죠. 기가 쇠약해지거나, 소통이 되지 않으면 병이 나는 것입니다. 뜸 치료는 사람의 원기와 양기를 북돋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암에 걸리면 양방을 찾아 수술하는 것이 최고의 치료법으로 알고 있다. 이 교수는 암 치료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의 암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의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암은 무서운 질병입니다. 암은 주로 양방에서 수술과 항암요법을 통해 치료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한방에서도 암을 치료할 수 있나요·"

"초기 암의 경우는 양방의 수술을 권합니다. 한방에서 암을 대하는 방법은 암 수술 후,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치료합니다. 사람의 인체에서 암 덩어리만 떨어져 나간다고 완벽한 치료는 되지 않습니다. 후유증으로 체력이 허약해진다든가, 장기가 약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여주면서 보조적인 치료법을 시행합니다. 말기암 환자의 경우 진행을 더디게 해주는 것과 다른 장기로의 전이를 막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 의학적 효과는 한방논문을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치료법은 주로 뜸이나 한약을 통해 시행합니다. 생명연장과 통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방은 신체의 면역력을 높여줘 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충실 하는 것입니다."
'일침이구삼약(一鍼二灸三藥)'이라는 말이 있다. 첫 번째는 침이요, 두 번째는 뜸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약이다.

"이 말은 질환의 가볍고 무거운 정도와 급성인지 만성인지에 따라 치료법의 역할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에 따라 침과 뜸, 약의 순서로 치료를 한다는 의미죠. 침은 효과가 빠르지만 만성적으로 갈수록 침과 더불어 뜸 치료와 한약치료를 겸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이후에 한약을 통해 몸을 보해줘 원기를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현재 양방 병원에서는 과학적 의료검사를 통해 환자의 몸 상태를 파악하고 처방을 내린다.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환자의 병을 알아내 치료할까.
"한의학에서는 변증시치(辨證施治)를 적용해 환자에게 물어보는 문진(問診), 환자 얼굴이나 몸의 형태 혹은 보행자세, 태도, 설태(舌苔)등을 살펴보는 망진(望診), 환자의 배를 포함하여 몸을 눌러보거나 맥을 짚는 절진(切診), 환자의 목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아 인체의 상태를 파악하는 문진(聞診) 등 4가지 기본 진찰 방법과 장상학, 경락학 등 한의학 이론을 근거로 진단을 합니다. 환자들의 생활습관도 살펴보고, 필요한 문진을 해야 정확한 처방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한방병원의 특징은 양방과의 협진을 통해 과학적인 데이터와 한의학적 진단을 병용해 정확하게 진단하며 치료에 임합니다."

과거 유명한약방에서는 선조로부터 대대로 이어오는 비방이나, 비법을 공개하지 않고 독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방에서도 의료의 표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방에서 임상실험을 많이 합니다. 수련의 과정들 중 표준화하는 작업들이 있어요. 비방이나, 비법은 후배와 제자들을 위해 같이 공유하는 분위기입니다. 그것이 한의학의 발전이며 환자를 위한 방법이지요. 공유하고 나누고 계승해야 합니다. 여러 한의대학에서도 논문을 통해 한방의 다양한 비전과 비방은 이미 표준화 되고 있습니다. 어렵기는 하지만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입니다. 한의사에 따라 진맥하는 법도 다양하지만, 이것도 표준화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한의학에 꼭 필요한 작업입니다. 의학에 관한 모든 비법과 비방은 의원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한방병원을 나서니 부드러운 눈이 얼굴을 스치며 떨어진다. 문득 백석의 시 '고향'이 떠오른다.

'나는 북관에 혼자 앓아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을 뵈이었다.

(중략)

의원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차가운 눈송이를 맞으니, 정신이 맑아진다. 한의에서 말하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이다. 머리가 차니, 몸은 오히려 밝은 훈기가 도는 듯 했다.

/ 윤기윤 기자

이연월 교수 약력

-한의학 박사

-한방내과 전문의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석, 박사 학위 취득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대전대학교 동서암센터 교수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진료교수 역임

-대한한방내과학회 정회원

-대전대학교 청주한방병원 진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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