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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입(立)다 - 충북대학교병원

문화예술이 숨쉬는 병원…마음까지 '토닥토닥'
명언 글귀 담긴 응급의료센터 통로 창문 눈길
갤러리·릴레이전시·음악회·공연 등 행사 풍성
환자들에 두려움 아닌 편안함 주는 공간 탈바꿈

  • 웹출고시간2016.01.21 18:26:48
  • 최종수정2016.01.21 19:29:13

편집자

문화예술을 재벌가 안주인들의 호사(豪奢)로 여겼던 것은 옛말이다. 디자인과 예술은 평범한 우리의 삶속으로 스며든 지 오래다. 소통의 시대를 넘어 공감의 시대다. 기업은 보다 감성적·문화적 측면에서 고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문화경영을 꾀하고, 병원에는 미술관에 버금가는 갤러리가 들어서고 있다. 비슷비슷하고 특색 없던 모습의 학교와 관공서에는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문화를 입(立)다'에서는 건물 내외부에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인 문화의 옷을 입혀 새로운 가치를 세우는 지역곳곳을 찾아간다.

20일 충북대병원 본관 외래병동 1층에서 환자가 송계 박영대 화백의 작품 '맥파'를 감상하고 있다.

[충북일보]질병·환자·주사·고통·수술·소독약…. 병원하면 쉽게 연상되는 차갑고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다. 실제로 병원은 환자에게 편안함을 주기보다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몸이 아픈 환자들의 마음까지 치유해주기 위해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 중인 병원이 있다.

지난 1998년 12월 전국 국립대병원 중 최초로 환우를 위한 문화공간을 마련한 충북대학교병원이다.

18년간 220여회의 전시회가 열린 이곳은 도내 예술인들에게는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20일 충북대병원 내 본관 갤러리에 사진예술동호회원들의 작품 40여점이 걸려 있다.

현재 병원 본관 갤러리 100m 가량의 벽면에는 사진작품 40여점이 전시돼 있다. 병원 내 사진예술동호회원들의 작품이다. 핀 조명까지 갖춰 마치 미술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20일 충북대병원 내 본관 갤러리에서 한 중년남성이 아이를 안고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아이를 안은 한 중년 남성은 작품 한 점 한 점을 둘러보며 딸에게 친절하게 작품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 노인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아이도 병원에서 이런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게 신선하다고 했다.

환자 보호자 박영춘(62·청주시 금천동)씨는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갈 때마다 갤러리에 꼭 들른다. 오늘도 3번이나 다녀왔다"면서 "멋진 그림을 보니 기분전환이 된다. 아내도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충북대병원은 올해 이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바꾸는 리모델링사업을 계획 중이다.

갤러리를 지나 본관 로비로 진입하면, 송계 박영대 화백의 작품 '맥파(300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7월 작품 '맥파'를 기증한 송계 박영대(가운데) 화백이 작품설명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9일 본관 외래병동 1층에서 박 화백의 작품 기증식이 열렸다. 박 화백은 당시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아픔을 잊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기증 이유를 밝혔다.

박 화백의 바람대로 많은 사람들은 청맥의 파도치는 듯한 생동감 있는 모습 앞에 한참을 머물며 작품을 감상하곤 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의료용 침대들이 지나다니는 곳이 있다. 본관 입원동에서 동관 응급의료센터로 연결되는 통로다.

본관 입원동에서 동관 응급의료센터로 연결되는 통로 창문에 명언 글귀들이 새겨져 있다.

분초를 다투는 환자들이 옮겨지는 이곳 양쪽 유리창에는 희망의 글귀들이 새겨져 있다.

그중 프랑스 대문호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의 시 '난 날 사랑해'가 눈길을 끈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지라도 / 내가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합니다 /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 내가 나를 사랑하면 / 모두가 나를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구급차가 대기 중인 창문 밖 풍경과 묘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통로를 지나 응급의료센터 로비에 다다르면 작품이 걸린 벽면을 마주하게 된다. 이 벽면에는 약 6개월 단위로 릴레이 전시가 열린다.

현재는 익명의 소장자가 기증한 판화가 이철수의 작품 2점이 걸려 있다. 그의 작품은 간결하고 단아한 그림과 촌철살인의 화제들 혹은 시정이 넘치는 짧은 글들이 어우러져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이 작가는 '판화로 시를 쓴다'는 평판을 들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충북대병원 대외협력실 관계자는 "이철수 작가의 릴레이 전시가 끝나면 또 다른 작가의 작품 전시가 이뤄질 것"이라며 "많은 작가와 소장자들이 선뜻 재능기부의 뜻을 밝혀오고 있다"고 했다.

병원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조용하고 엄숙해야만 할 것 같은 병원에서 이따금 잔잔한 음악선율이 흐른다.

지난해 11월19일 병원 2층 대강당에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할퀴고 간 상처를 보듬기 위한 무료 공연이 열렸다.

'당신을 위한 콘서트'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공연은 마술사 최현우와 가수 유열이 참여, 환우와 가족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난해 12월7일 충북대병원 본관에서 열린 '2015 희망음악회'에서 충북대병원 합창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의료진과 직원 등으로 구성된 병원 합창단이 '2015 희망음악회'를 열어 풍성한 하모니를 선물했다.

충북대병원은 지속적으로 문화예술 공간과 음악회, 전시회 등의 콘텐츠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트&컬처센터도 그중 하나다. 갤러리, 합창단, 음악회, 전시회 등 문화 예술활동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을 구성하는 안을 준비 중이다.

서관(권역호흡기전문질환센터) 로비 천장에는 대형 조형물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정어리를 형상화한 구(球) 형태의 작품으로, 규모가 3.5*4m에 이른다. 현재 지역작가와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 중이다.

조명찬 충북대병원장은 "병마와 싸우느라 고생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병원 곳곳 문화예술 공간을 기획하게 됐다"며 "그들이 그림을 통해 조금이라도 편안함과 위안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북대병원의 2016년 캐치프레이즈는 '힐링병원으로의 탈바꿈'이다. 지속적인 지역작가와의 스킨십과 문화예술 홍보를 통해 혁신공간을 창출, 지역민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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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