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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입(立)다 - 충북도교육청

충북교원미전·사진전 출품작 복도 벽면에 전시
직원들 "갤러리 조성 후 무거웠던 분위기 반전"
장애인·일반인 어우러진 '어울림 카페' 눈길

  • 웹출고시간2016.03.31 18:56:18
  • 최종수정2016.04.21 18:16:41

한 직원이 교육감실 벽면에 걸린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충북일보] "결재 받으러 가다가 보고, 화장실 가다가도 보게 돼요. 작품들을 볼 때마다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은은한 봄기운을 머금은 캔버스들이 충북도교육청 본관 복도를 따라 줄지어 내걸려 있다.

직원들에게 이곳 갤러리는 익숙한 풍경이다. 업무 중 자연스럽게 접하는 예술작품들은 쳇바퀴 일상 속 좁다란 책상에서 하루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교육청 본관 복도에 충북교원미전·사진전에 출품됐던 교사들의 작품이 내걸려 있다.

현재 벽면 전시레일에 걸린 작품은 20여 점. 매년 열리는 충북교원미전과 교원사진전에 전시됐던 작품들이다. 교육청은 작가인 교사들의 동의를 얻어 본관에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가로수, 백두산 천지, 설악산 입구 등 빼어난 자연의 풍광을 담은 한국화와 서양화, 사진작품들은 창가로 새들어오는 햇살처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훈민정음 서문과 욕존선겸(欲尊先謙), 운개일출(雲開日出) 등의 글귀가 담긴 서예작품과 수묵, 천연염색, 피그먼트프린트 등 다양한 작품도 눈에 들어온다.

교육청 본관 복도에 전시된 교사들의 작품.

직원들은 갤러리가 조성된 뒤 다소 무거웠던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의 전문 경영인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엄격하고 딱딱한 환경은 직원들로부터 혁신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했다. 비단 기업에만 적용되는 노하우는 아니다.

최근 관공서들도 이를 인식하고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자투리 공간을 직원들을 위한 휴게실로 활용하거나 색다른 문화공간을 창출하는 등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직원들의 사기를 돋우고, 새로운 얼굴로 민원인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어울림 카페'에서 직원과 시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도교육청내에는 특별한 문화공간인 '어울림 카페'가 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실습공간을 제공, 진로직업의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지난해 4월 행복관 1층에 2억2천여만원을 들여 97㎡ 규모로 조성됐다.

카페 내부에는 직업교육을 통해 생산된 쿠키, 비누, 양초, 목공예품 등 다양한 상품을 진열·판매하고 있다.

교육청 행복관 1층에 위치한 '어울림 카페' 내부에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직업교육을 통해 생산한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진로직업교육 홍보와 함께 일반인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갈하게 유니폼을 갖춰 입은 직원들이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하며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꽃동네학교에서 실습을 나온 학생들이다. 직업훈련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또는 전공과 학생들은 이곳 교육청에 마련된 카페에서 최종 실습을 하고 있다. '서비스 직종에서 장애인들이 일하는 게 가능할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편견을 가진 이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곳에선 카페 이름처럼 장애인 직원과 일반인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학생들이 정성껏 내려주는 차와 커피 향에 스르르 빠져들다 보면 따스한 분위기에 한 번 더 감동을 받게 된다. 바리스타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의 희망 한 스푼이 더 들어가서일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처럼 느껴진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1천원, 아이스 아메리카노 1천500원. 입구에 세워져 있는 메뉴판을 보니 과연 남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

유아특수교육 담당을 맡고 있는 김인숙 장학관은 "어울림 카페는 처음부터 수익 목적보다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며 "4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과 교육청을 방문하는 민원인들에게 이곳은 늘 만원을 이루며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울림 카페'에서 근무하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주문을 위해 계산대 앞에 서자 빨간색 줄무늬 셔츠에 검정색 앞치마를 두른 김영민(가명·지적장애 1급)씨는 "무엇을 드릴까요?"하며 재빠르게 응대했다. 계산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어눌한 말투와 달리 손길은 야무지고 꼼꼼했다. "손님!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씩씩한 말투로 마무리 인사까지 완벽하게 마쳤다. 일하는 건 힘들지만 그래도 재미있다고 말하는 영민씨는 대화가 끝나자마자 다시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어울림 카페에서 실습을 마친 학생 4명이 최근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당당히 합격했다. 실습현장에서 실제 손님들을 응대하면서 사회적인 소통 능력을 키운 것이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카페에서 만난 시민 김윤진(32·청주시 상당구)씨는 이곳에 올 때마다 훈훈한 마음으로 문밖을 나서게 된다고 했다.

"카페의 취지를 알게 된 뒤로는 더욱 자주 이용하려 하고 있어요. 나눌수록 편견을 줄어들고 삶의 향기는 진해지는 법이죠."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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