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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입(立)다 - 옛 청주연초제조창 동부창고

잿빛창고에 '예술 꽃' 피다
1946년 건립돼 50여년간 지역경제 젖줄 역할
담뱃잎 보관창고에서 시민 문화예술공간 탈바꿈
34동 '커뮤니티 플랫폼' 3월부터 본격 시범운영
35동 '공연예술연습공간' 저렴한 가격으로 각광
7개동 중 2개동은 역사와 추억 담아 원형보존

  • 웹출고시간2016.02.25 18:27:52
  • 최종수정2016.02.25 18:28:43

194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동부창고 모습.

ⓒ 유소라기자
[충북일보] 세상 모든 새 것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 헌 것이 된다. 헌 것은 옛 것이며 옛 것은 옛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허름하고 낡은 폐허 공간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감성을 입히고 예술로 물들이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 됐다. 옛 청주연초제조창의 동부창고다.

울퉁불퉁 성근 자갈길을 따라 줄지은 창고 건물들이 시야를 메웠다. 세월의 이끼를 덧입어 잿빛으로 바랜 건물과 최신식 옷으로 갈아입은 건물이 나란히 위치해 있었다.

천장의 목재 트러스 사이사이로 빛이 쏟아졌다. 따사로운 햇빛만큼이나 이곳은 머지않아 청주에서 가장 '핫'한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역경제 젖줄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동부창고가 위치한 안덕벌 일대는 1946년 건립된 옛 청주연초제조창이 있던 곳으로 한 때 3천여 명이 넘는 근로자들의 땀방울이 어린 곳이다.

이곳은 솔, 라일락, 장미 등 내수용 담배를 연간 100억 개비 이상 생산했으며 해외 50여개국으로 수출까지 하는 등 청주를 대표하는 대규모 산업체였다.

옛 청주연초제조창은 지역 고용 증대를 견인하며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지만 담배공장의 현대화 계획에 따라 1999년 애환을 간직한 채 폐창됐고, 2004년 가동이 최종 중단됐다.

원형보존 되는 동부창고 일부에 보관된 옛 물품들.

ⓒ 유소라기자
담뱃잎 보관창고였던 동부창고는 현재 7개동이 남아있다. 이 중 5개동은 1960년대 창고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적벽돌과 목조 트러스(금강송)로 건축돼 향후 등록문화재로의 보존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커뮤니티 플랫폼·연습공간으로 재탄생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동부창고 34동과 35동은 총 50억여 원의 예산이 투입돼 지난해 10월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치고 개관했다. 리노베이션 공사란 기존 건축물을 헐지 않고 개·보수해 사용하는 사업을 말한다.

동부창고 34동 내 목공예실에서 관계자가 목공기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유소라기자
동부창고 34동은 전시·공연·특강 등 협업프로젝트 및 지역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티니 활동의 거점으로 꾸며졌다.

콘서트와 공연, 각종 행사 등의 공간으로 이용 가능한 다목적홀은 최대 18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각종 음향·조명시설을 갖춰 고품격 공연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요리를 할 수 있는 소규모 키친으로 꾸며진 푸드랩 공간도 눈에 띈다. 개수대와 가스레인지에서부터 냄비, 그릇까지 각종 주방용품이 총집합했다. 커피를 배울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도 갖췄다. 소규모 세미나와 토론을 진행할 수 있는 랩실과 다양한 전시가 가능한 갤러리, 나무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목공예실도 마련됐다.

동부창고 35동 내 중연습실은 대형거울을 설치해 무용·댄스팀들의 연습공간으로 인기가 좋다.

ⓒ 유소라기자
지역 문화예술단체와 동아리 등 시민 누구에게나 개방된 동부창고 35동은 현재 대관 업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수도권과 달리 공연연습이나 리허설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던 지역 예술인들에게 이곳은 더없이 고마운 공간이다. 부담 없는 가격에 최신시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연습실(541.45㎡) 1개, 중연습실(121.93㎡) 1개, 소연습실(36.86㎡) 2개로 구성, 이용자의 규모별 활용도를 높였다.

◇'응답하라 1946'

"전부 다 최신건물로 바뀌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김아미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재생사업 아카이브팀장은 담배공장이 가동되던 1940년대 그때의 공간으로 안내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7개동 중 5개동은 기존과 같은 리노베이션 공사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34동과 35동에 이어 36동은 현재 설계 착수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시민 누구나 이용가능한 생활문화센터로 운영될 이곳은 여름께 착공돼 10월 개관 예정입니다. 2개동(37·38동)은 원형을 최대한 보존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고요."

-연초제조창이 가동되던 시절 물품을 운반하던 트럭들이 정비와 수리를 위해 주차했던 공간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유소라기자
원형 보존될 37동과 38동으로 이동하는 길에 이색적인 공간이 나타났다. 4대 정도의 차량이 주·정차할 수 있는 곳이다.

"공장 운영 당시 운반을 하던 트럭들이 주차를 하고 정비와 수리를 하던 곳입니다. 당시 모습이 상상되지 않나요?"

좀 더 걸으니 리노베이션된 건물과 전혀 다른 모습의 잿빛 창고가 나타났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몇 대가 왠지 모를 운치를 더했다.

현재 38동 안에는 옛 연초제조창 운영 당시 사용했던 물건들이 보관돼 있다.

완성된 담배를 담은 상자에 표시를 하기 위해 사용됐던 도장들.

ⓒ 유소라기자
완성된 담배를 담았던 상자에 상품명을 표기하기 위해 새겼던 '솔'과 '장미' 도장부터 상자를 옮기는 데 쓰였던 수레, 근로자가 신었던 장화, 구급약품, 안전포스터까지 당시의 근로현장의 체취가 그대로 느껴진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노동의 현장이다.

벽 하나로 나눠진 옆 창고 바닥에는 비둘기 분비물이 그득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어쩐지 더럽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치우자는 의견과 자연스럽게 보존하자는 의견이 분분했는데 이대로 보존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어떤 예술가는 이곳에서 영감을 받고 바닥에서 작품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곳에 이런 장소가' 하는 의외성은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20~30년 길게는 100년을 넘보는 역사성이 공간에 '스토리'를 덧입히는 것이다.

얼마 전 37동에서는 영화 '덕혜옹주'가 촬영됐다. 목조트러스로 이뤄진 창고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분위기와 딱 들어맞아 촬영장소로 택했다는 후문이다.

향후 리노베이션된 34~36동 등의 창고에서는 예술인들과 일반 시민들이 어우러져 문화예술의 장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창고 사이 드넓은 광장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아트마켓 운영도 계획 중이다.

원형 보존되는 두 개동 중 37동은 신진작가나 유망작가들이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작가 쇼룸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슬럼화 흉물'에서 '추억을 간직한 예술공간'으로의 변화. 시민들은 동부창고의 응답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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