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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청년 취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제안이 있다. 제발 불필요한 스펙 좀 없애 달라고 하는 요청이 그것이다. 소위 "느그 아부자 뭐하시노?"로 불리우는 5대 스펙, 7대 스펙을 넘어 '성형도 스펙이다'라는 9대 스펙까지….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취업 현장에서 구인을 하는 기업 인사담당자와 구직을 하는 청년 사이에는 스펙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즉, 같은 현상을 놓고 인사담당자는 '꼭 필요한 직무능력' 이라 말하고 구직 청년은 '불필요한 스펙' 이라 말하는 극과 극의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과연 스펙은 불가사리고 학력은 지워지지 않는 낙인일까.

'스펙(spec)'이라는 말의 원래 의미는 바로 '사용설명서'다. 자동차를 구입하면 주는 사용설명서를 영어로 'spec'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 자신은 스펙을 초월할 것인가, 아니면 사용설명서에 나를 가두어 둘 것인가. 스펙은 일종의 '필터링' 도구이다.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스펙이 없으면 회사는 선택의 기준이 없어지고,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는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은 취업준비생에게는 무척이나 야속하게 들릴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스펙을 쌓느라 대학시절을 다 보냈음에도 여전히 스펙의 장벽은 높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스펙을 보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스펙이 더욱 고도화된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르기에 많은 청년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그런 불안 속에 우리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불필요한 스펙'을 없애 달라는 것이다. 기본적인 필터링 도구인 꼭 필요한 '직무능력'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스펙의 양면성과 이중성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청년들이 불필요한 스펙 준비에 대한 불안감을 버리고 자신있게 도전해도 좋은 상황이 오는 것을 확신한다. 왜냐하면 기업은 흥망성쇠의 수명주기가 매우 짧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알고 있고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생존'이 최우선 과제이기에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직무역량'에 집중해서 인재를 뽑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전북에서 만난 한 여학생을 보며 스펙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우리 청년들이 준비할 바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 여학생은 국내 굴지의 자동차 회사 상용차 부문에 입사하기로 맘을 먹고는 방과후 1종보통면허부터 시작해서 대형면허, 특수 트레일러면허까지를 순차적으로 획득하면서 화물 운송, 적재의 효율성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다고 한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천편일률적인 자기소개서와 인터뷰 답변을 하는 가운데, 이 여학생은 상용차 부문에 특화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독창적이고 깊이있는 답변을 하다보니 게임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다. 그 여학생에게 "아니, 이렇게 한분야에 집중하여 그 회사에만 지원했다가 떨어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그랬느냐?" 라고 질문하자 그야말로 우문현답이 즉석에서 돌아왔다. "어디 상용차 부문이 한 회사만 있나요? 만의하나 목표한 회사에 안된다면 유럽의 B트럭, S트럭 등 많은 회사의 상용차 부문도 있잖아요"

그렇다. 국내 굴지의 S그룹, H그룹, L그룹 등 모두 선발기준이 다르고 집중하는 포인트가 다르다. 그것을 일일이 어찌다 맞추어 준비할 수 있겠는가. 그보다는 이제 "나는 무엇이다" "내가 준비한 핵심 경쟁력, 핵심 기술, Killer contents는 뭐다"를 준비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다.

D그룹은 학점란을 없앴고, A그룹은 승무원 선발에 있어 사진 붙이는 란을 없앴다. 이미 국내 최고 그룹들의 채용기준이 매우 실질적으로 변하고 있고 큰 변화의 물결은 시작된 것이다. 외부의 기준에 흔들릴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고 한방향으로 전진하는 것이 훨씬 큰 성과를 거둘 것이다. 스펙은 그저 스펙일 뿐이고 학력은 그저 학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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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