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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6.04 19:35:29
  • 최종수정2014.06.04 19:35:29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정책분과 위원장

주식용어 가운데 '로스컷(loss cut)'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는 '손절매'라는 의미다. 앞으로도 큰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라면 지금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재빨리 주식을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하나의 맹점이 있다. 그 누구도 미래의 반등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로스컷은 미래의 이익을 사전에 포기하는 행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미래에 더 큰 손해가 있다면 지금 빨리 멈추는 것이 더 큰 손해를 줄이는 일일 것이다.

로스컷의 게임 논리는 사실 인생의 전개 양상과 비슷하다. 사람은 늘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며 그 선상에는 이익과 손해가 존재한다. 어떤 시점에서 판단을 하면서 손해를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주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로스컷을 '배짱없는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과감하게 투자하고 기다리면서 반전을 기대하는 것이 더 나은 행위일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다. 든든한 투자금과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오랜 시간 견디면서 설사 손해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것을 자체적으로 만회할 수 있다면 별 문제는 없다. 한번쯤 로스컷을 배제한 채 과감하게 게임을 진행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만약 본인이 처한 상황이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어떻게 할까· 때로는 미래의 불투명한 이익보다는 현재의 안전을 추구하는 것이 더 현명한 행동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일상생활에서 로스컷이란 어떤 의미이며, 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로스컷이란 상황이 불안정하고 변화의 가능성이 많을 때 필요한 것이다. 우리들이 지금 처한 현실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의 예측 가능성이 있고 큰 변화의 가능성이 없다면 굳이 현재와 미래를 따져가며 손해와 이익을 위해 머리를 싸맬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불안정성과 변화의 요인이 너무 많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자신의 꿈과 희망에 대한 로스컷이 필요한 것이다.

이재훈이라는 멘티가 있다. 수줍음이 많았지만 늘 성실하고 착한 성격이라 굴지의 대기업 계열 유통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1년 정도 열심히 회사생활을 하는 것 같더니 어느 날 퇴사를 하고 자신이 대학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 어떻겠냐고 조언을 구해왔다. 혼자 골몰히 아이디어 기획하는 것을 좋아하던 그는 제대로된 개발자 동료를 만나 IT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창업하고 싶다고 했다. 필자는 입사 1년만에 완벽한 준비없이 퇴사하여 창업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 등을 강조하면서,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동경하는 것은 좋지만 일단 제대로 된 경력부터 쌓고 좀 더 체계적인 창업 준비과정을 거쳐서 차근차근 창업에 도전하라고 조언해주었지만, 결국 퇴사를 하고 말았고 소규모 소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마케팅 어플리케이션 개발회사를 열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회사의 경영상황은 여의치가 않았다. 초창기에는 개발 직원 7명이 밤낮없이 일을 했지만 시장성을 제대로 읽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이다. 그는 한 소형 벤처기업에 기획자로 겸업을 하면서 회사를 운영한다고 했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가능성 있는 일을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고 변화를 거듭 시도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미처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꿈과 가능성만 쫓아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고 그 이후에도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상황에 질질 끌려가면서 괴로워한 것이다.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미래의 열매만을 쫒아 성급하게 내리는 결론은 작전상 일보 후퇴의 로스컷이 되지도 못하고 미래의 열매를 향유할 수도 없는 것이다.

선거만큼 로스컷의 의사결정이 절박하게 요구되는 일도 드물 것이다. 어제 지방선거를 마친 수많은 출마자들 가운데에도 과감한 로스컷 여부에 따라 울고 웃은 후보들이 많았을 것이다. 우리의 삶이 끊임없는 로스컷 전쟁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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