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4.11.18 14:05:38
  • 최종수정2014.11.18 14:05:38

김지선

음성 삼성중 교사

얼마 전 십수년 만의 한파 속에서 고3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루고, 한숨 돌리기가 무섭게 논술, 면접 등을 대비해서 또 다시 긴장모드로 돌입해야 한다. 이 관문을 통과해야만 대학이라는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동안 쌓은 실력을 아낌없이 쏟아주기를, 그래서 후회 없는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응원한다.

수능시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자들한테 전화가 왔다. 멀리 떨어져있다는 이유 만으로 찹쌀떡 하나 사주지 못한 부족한 선생님인데 말이다. 이렇게 잊지않고 나에게 전화를 해주고, 안부를 전하는 이 학생들은 내가 다시 선생님으로 설 수 있도록 희망을 준 학생들이었다. 초임 시절, 모든 게 서툰 나에게 학교는 적응하기 힘든 공간이었다. 많은 업무와 가르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매번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학생들로 인해, 교사라는 직업을 내려놓으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다 학교를 옮기게 되었고, 거기서 처음 만난 학생들이 올해 수능을 본 학생들이다. 그들은 낯설어하는 나에게 일일이 화장실, 특별실 위치까지 알려주는 등, 쉬는 시간이면 내 주위에 몰려들어 웃음꽃을 피우게 해주었다. 하지만 마음에 상처가 많았고, 자격지심으로 잔뜩 움츠러 든 나여서 그들을 마음깊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 날, 주무관님께서 노오란 국화꽃을 화단 가득히 가꾸어 놓으셨다. 그리고 그 주변을 빠알간 사루비아 꽃으로 장식하여 가을을 더욱 빛내주셨다. 학급 시간에 우리는 화단으로 나갔다. 화단에서 그 꽃들을 보는 순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꽃으로 글씨를 쓰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순식간에 화단에서 꽃을 꺾어 넓은 잔디밭에 "2-2 화이팅, 세상을 향해 소리치다" 라고 쓰기 시작했다. 잔디밭에서 글씨를 쓰다가 미끌어 넘어진 나를 학생들이 잡아주면서 함께 웃는데, 전혀 창피하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부신 가을 햇살 아래, 학생들이 한 명씩, 한 명씩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행복한 순간도 잠시, 그 다음날 잔디밭에 쓰여진 우리들이 만행을 보신 교장선생님께서 살짝 부르셨다. 교장선생님은 "김 선생, 학생들과 함께하는 건 좋지만, 살아있는 생명을 꺾는 건 안되는 일이야. 그리고 이 꽃을 가꾸신 주무관님도 생각했어야지." 하시는데 죄송한 마음에 얼른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과 자연 속에서 웃고 떠들며 함께 했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때부터 교사라는 직업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 같다. 학생들과 평행선이 아닌 함께 호흡하고 웃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완벽한 교사가 되기 위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서툴더라도 학생과 마음을 나누며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윌림엄 에어스는 그의 저서 '가르친다는 것'에서 "훌륭한 선생님, 위대한 선생님이 되는 일은 평생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좋은 가르침은 더 나은 가르침을 영원히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르침은 완성될 수도, 고정될 수도, 쉽게 요약될 수도 없다" 라고 말했다. 이렇듯 교사는 완벽하지 않지만,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을 업으로 여기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