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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의 새충청 문화기행 - 석기의 향연

바람 난 돌, 석기가 벌이는 가을의 향연
충북대박물관 개관40주년 구석기 잔치 벌여
구석기시대로의 여행, 타임머신 가동
만수리, 구낭굴 등 도내 출토 석기 총집합
이융조 교수 열정 40년 발굴, 연구 결산
선인들의 생활상 다시 그려보는 계기
살아있는 석기, 닐 세워 금방이라도 벨듯
태고의 유장한 대화, 출토 석기 저마다 때갈 자랑
충북대박물관, 전국서 고고학적 자료 가장 많아

  • 웹출고시간2010.10.18 00:20:5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석기가 바람났다. 가을을 맞아 돌들이 제짝을 찾으며 잔치를 벌이고 있다. 충북대박물관(관장 김경표 교수) 개관 40주년을 맞아 지난 8일부터 12월 18일까지 열리고 있는 '구석기 시대로의 여행, 석기 전'에서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이 35년 간 충북대 재직 당시와 퇴임 후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을 맡으며 발굴한 여러 유적의 출토 석기가 저마다 그 투박하고 고운 때깔을 자랑한다.

①양평 도곡리 출토 주먹도끼 ②청원 만수리 출토 주먹도끼 ③제천 두학동 중말 출토 석기 부합유물.

50만 년 전 전기구석기에서, 10만 년~3만 년 전 중기구석기를 거쳐 2만 년 전 후기 구석기에 이르기 까지 주먹도끼 등 인류생활 시작당시의 생활도구였던 각종 석기들이 축제의 계절을 맞아 다시금 그 유장한 역사의 호흡을 토해낸다. 이번에 선을 보인 석기는 기존의 진열 석기와 한국선사문화연구원서 발굴한 구석기 유적 가운데 청원 만수리, 청주 복대동, 제천 두학동, 단양 구낭굴, 양평 도곡리 출토석기를 엄선했다.

석기는 살아있다. 금방이라도 시퍼런 날이 무언가를 벨 것만 같다. 언뜻 보면 죽어있는 것 같아도 톡하고 건드리면 몸을 부르르 떨며 날을 세운다. 등잔 밑은 어둡기 마련이다. 충북대박물관은 전국 수많은 박물관 중에서 가장 많고 질 좋은 고고학 자료를 보관하고 있으나 정작 충북인들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른다. 수만 점에 달하는 선사시대의 석기와 동물 뼈 화석, 그리고 4만 년 전의 완전한 사람 뼈인 '흥수아이' 등을 전시하고 있음에도 막상 지역사회의 냉랭한 시선에 외로움을 타고 있다.

충북대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구석기 시대로의 여행, 석기전' 개막식

지난 1970년 9월에 문을 연 충북대박물관은 출범당시부터 차별화를 선언했고 40년이 지난 오늘날 고고학 자료와 복식분야에서 국내 최고, 최대를 자랑할 만큼 그 특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충북대박물관은 고고학도의 관람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 저명한 학자의 발길도 줄을 잇는다. 러시아의 아나톨리 데레비안코, 니콜라이 드로즈도프, 미국의 마이클 조킴, 프랑스의 룸리, 일본의 암비루 마사오 등 그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다. 외국에서는 상당한 박물관으로 꼽는데 지역사회 반응은 그저 그렇다.

충북대 구 본관을 개조하여 만든 박물관 1층에는 청원 두루봉 출토 석기와 함께 이 유적에서 출토된 2만 년 전의 동굴 곰과 쌍코불이, 그리고 코끼리 상아가 되살아나 포효할 것만 같다. 어째서 열대, 아열대지방에 살던 동물화석이 온대지방인 충북에서 출토되는 것일까. 지금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듯 구석기 시대에도 아주 추운 빙기(氷期)와 온도가 올라가는 간빙기(間氷期)가 여러 번 교차했다. 쉽게 말하면 한대, 아열대, 온대 기후가 자리바꿈을 하며 찾아온 것이다. 충북은 남한강, 금강이 완만하게 흘러 사람살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데다 대부분 석회암지대여서 많은 동물 뼈가 화석으로 남아 있다. 이 자료들은 50만 년 전부터 2만 년 전까지 물 좋고 산 좋고 인심 좋은 충북 땅, 남한강 금강이 에둘러 가는 기름진 땅에서 살다간 충북 사람들의 족적이다.

좌장격인 동굴곰이 먼저 말을 꺼낸다. "나는 2만 년 전에 시베리아 벌판에서 왔어, 한반도 단풍이 곱다 길래 길고 먼 여행을 떠났지, 두루봉에서 굴을 파고 살았어, 여름엔 형각강(금강의 상류로 대청댐 수몰 전에는 오가리라 불렀음)에서 멱을 감다가 가을이 되면 도토리를 엄청나게 주워 먹었어, 겨울이 되면 별 수 있나, 그냥 겨울잠을 자는 거지, 내 동생은 중국 주구점으로 갔어" 쌍코뿔이가 화답을 한다. "나는 남쪽 더운 나라에서 왔는데 힘이 장사야, 내 코 뿔 맛 좀 볼 텨" 이 때 흥수아이가 벌떡 일어나면서 호령한다. "너희들 아무리 큰소리 쳐도 별 수 없어, 나는 지혜를 가진 호모사피엔스야, 내가 팔매 돌을 만들어 너희들을 잡은 거라구, 메이저 리그의 박찬호도 나한테 배운 솜씨야"

이 때, 다른 테이블에서는 석기들의 건배사가 이어졌다. "나는 청원 만수리에서 50만 년 전에 활동한 주먹도끼야, 쌍코뿔이의 심장을 단번에 뚫었지, 오늘날 내가 살던 곳에 오송생명과학단지가 들어서고 있는데 이게 바로 내 IT, BT 기술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구..." 이에 질세라 초청인사인 단양 수양개에서 살던 '슴베찌르개'가 한 말씀 거들고 나선다. "내 비록 덩치는 작지만 구낭굴 호랑이를 단 한방으로 잡았지, 사람들은 나를 긴 막대자루에 끼워 동물과 물고기를 사냥했어, 그 기술이 탐났던지 일본사람들이 금방 배워 큐슈로 가져갔지" 물고기를 새긴 작은 뼈 조각이 한마디 거든다 "내 몸에 문신 좀 볼래, 나는 수양개에 살던 첫소(原牛)인데 사람들이 나를 잡아먹은 후 내 정강이에다 물고기 그림을 그려놓았어, 피카소도 그냥 울고 갔다고..."

이 꼴을 보다 못한 이융조 교수가 장내정돈을 한다. "조용히들 햐, 여기 내빈들도 많이 오셨지 않아요, 전보삼 한국박물관 협회장, 배기동 전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 이낭호 전 충북대 총장, 신방웅 전 충북대총장, 김승택 충북대 총장, 이호관 전 전주박물관장 등이 오셨는데 인사 좀 나눕시다, 당신들이 아무리 잘난 척 해도 내가 발굴하지 않았으면 저 어둡고 답답한 지하에 묻혀있었을 거 아녀...당신들은 이제 다시 태어난 거라구, 아이구, '흥수아이님'은 4만 년 전 조상님이니 잘 받들어 모실 께요" 시공(時空)과 동·식물을 초월한 역사의 대화에 가을 고고학 잔치는 무륵 익어간다.

조각가 이기수 씨가 제작한 북한 '용곡사람' 청동상

현관엘 보니 특별 초청인사인 '용곡 아이 상'이 놓여있다. 북한 출토 '용곡 아이'는 북한학자들이 70~80만 년 전으로 잔뜩 올려 잡고 있는데 남한에서는 그 상한선을 5만 년 전으로 보고 있다. 이융조·박선주 교수의 고증아래 조각가 이기수 씨가 만들었다. 나중 남북통일을 대비한 배려에서다. 그전에 이미 '주먹도끼를 만드는 사람'과 '흥수아이' 청동상을 조각가 김수현 교수가 빚은 바 있는데 이번에 또 고고학 자료를 토대로 '용곡 사람'을 만든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이융조 교수는 올해에 고희를 맞았다. 고희잔치나 논문봉정식 등 관례를 깨고 이 전시로 고희잔치를 대신한 것이다. 충북대에 35년 간 재직하며 무려 5번씩(7,8,9,13,14)이나 박물관장을 역임했기에 충북대박물관은 마치 그의 분신과 같다. 지난 11일 공주대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아 구석기 학회에서 이 교수는 아나톨리 데레비안코에 이어 제 2대 아시아 구석기 학회 회장에 선임되어 노년의 학문적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구 본관 1층에서 초라하게 출발한 충북대박물관은 전자계산소 시절을 거쳐 지금은 구 본관 3층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전체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 구석기의 최대 연구과제중 하나인 주먹도끼와 자갈돌 석기, 그리고 돌날석기와 좀돌날(작은 돌날)석기 등 여러 유물을 동시에 전시하여 석기의 이해와 연구에 도움을 주고자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직책도 후진에게 물려줄 생각입니다" 노학자의 뇌리에선 만감이 교차한다. 그러나 열정 넘친 노학자에겐 그것이 또 다른 연구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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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