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선(秋扇)은 가을 부채라는 말이다. 무더운 여름에는 늘 가까이하다가 선선한 바람이 불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어지는 것이 부채와 선풍기다. 추선이란 말은 총애를 받던 신하나 사랑받던 여인이 임금과 낭군에게 잊히는 신세일 때 종종 비유되는 말이다. 해마다 오는 가을인데 올가을을 맞는 느낌은 조금…
쇠고기 양지머리 육수에 토란을 넣어 토란 곰국을 추석을 전후해서 먹던 때가 그립다. 조부모님 돌아가신 후부터는 토란 곰국을 집에서 끊이는 것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은 삼 형제 중에 셋째 아들이니 집에서 차례상을 차리는 일이 없었다. 토란은 추석 전후가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제사상…
조선시대의 실학자 성호 이익은, 사람과 동물의 차이는 예절을 지키는 데에 있다고 하였다. 과연 이 말은 그 시대에서 만이 인정될 수 있는 가치인가. 물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예절도 변한다. 같은 시대라 하더라도 동, 서양의 예절이 다르며 국가와 민족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러나 그것은 방법상의 차이일 뿐…
9월 1일부터 4일까지 총 4일간 괴산유기농엑스포광장 일원에서 열린 괴산고추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을 앞두고 있어 혹여나 축제가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이었지만 다행히도 마지막 날인 일요일 폐막식까지 무사히 잘 마무리됐다. 괴산고추축제는 충북 최대규모의 축제…
사람의 첫인상은 대개 외모로 감지하지만, 사람의 매력은 몸으로 부딪혀야 알 수 있다. 작가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읽을수록 마력적인 소설이다. 더구나 이윤기 작가의 번역이 얼마나 맛깔스러운지 조르바의 매력이 한껏 돋보인다.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처럼 살면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여름방학, 아이들이 다 배운 책이라고 버린 교과서들이 창고에 쌓여 있었다. 교감이 되면서부터 한동안 교과서를 들여다볼 수 없었기에 궁금해졌다. 요즘 교과서에는 어떤 글들이 나올까? 4학년 국어 교과서를 펼쳤는데 마침 아는 작가의 작품을 발견했다. 동시집 『사과의 길』을 출간한 보은 출신 김철순 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행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행복이라는 말은 우리 삶에서 가장 큰 목표이자 지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마다 그 행복은 서로 다른 모습이며, 행복의 조건도 모두 다르다. 평생을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교직원들의 행복의 조건도 물론 개인마다…
충무공(忠武公)이라는 시호(諡號)를 받은 무장(武將)은 이순신을 비롯하여 조영무, 남이, 구인후, 정충신, 이준, 김시민, 이수일, 김응하 등 아홉 명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충무공 하면 오직 이순신 장군만을 떠올린다. 너무나 훌륭한 명장(名將)이라 광화문에 동상이 세워졌고 아산 현충사 사당을 지어 온 국민…
카드를 쓰다 보면 잔액이 없어 당황할 때가 있다. 드림흥정하듯이 나누어서 지불하는 것도 번거롭고 그래 잘 쓰지 않는다. 미리 미리 넣어두면 간단한데 아무리 많아도 잔액에 신경 쓰기는 마찬가지일 테니까. 어느 날 내게 추억 통장이 하나 생겼다. 비밀번호도 필요 없고 아무 때나 출금이 가능하다. 찾아…
다알리아, 여름이면 친정집 앞을 화사하게 밝혀 주던 꽃이었다. 하지만 여간 키우기 힘든 꽃이 아니다. 부지런해야 키울 수 있는 꽃이다. 꽃이 지고 늦가을이면 엄마는 어김없이 뿌리를 캐어 비료 포대에 담아 건넌방 구석에 잘 모셔놓는다. 다알리아가 다시 세상을 나오는 건 따뜻한 봄이다. 엄마는 그렇게 다알…
친구 여식의 결혼식에 가려고 축의금 봉투에 '축 화혼'이라고 쓴다. 그렇다고 내 글씨가 빼어나게 잘 쓰는 명필은 아니다. 반듯한 인쇄 봉투를 마다하고 굳이 손 글씨를 고집하는 이유는 어렵사리 손편지를 쓰시던 어머니 글씨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이따금 컴퓨터 자판으로 쓰는 정형화된 글씨에 주눅이 들기도…
전교조 아웃을 외친 교육감의 제1호 사업은 기초학력 진단평가 개선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째 되는 날, 전교조 충북지부가 그 사업의 성격을 공론화하였다. 학력 신장의 외나무다리에서 두 진영 중 한쪽은 아웃 될 판이다. 진단평가에 대한 교사의 부정 인식은, 대통령 국정평가에 대한 국민의 부정…
2022년 8월 15일, 대한민국 광복 77주년이 되는 해이다. 아침 일찍 경건한 마음으로 태극기를 게양대에 꽂으며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분연히 일어섰던 순국선열들을 기리며 "대한민국" 독립을 외치던 숭고한 희생과 얼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중학교 때인가 단체 관람했던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일…
수많은 화제를 남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끝이 났다. 주인공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라는 설정의 신선함도 있었으나,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모습들을 통해 선사하는 따뜻한 장면 하나하나가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안고 있…
강남이 물에 잠겼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서울의 길거리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상점과 지하 주차장이 물에 잠기고 길 가던 사람이 쓰러지고 맨홀에 빠져 실종되기도 했다. 이재민들이 망연자실 한탄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순식간에 불어나는 물은 늘 무서웠다. 젊었을 때 금관분교에서 근무할 때…
흔히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라고 한다. 적자생존, 즉 적합한 종이 번성하다는 것이다. 인류가 번성한 비결도 친화력과 협력적 의사소통에 있다. 10여 명의 무리를 짓는데 그친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한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100명을 넘는 대규모 집단을 이루고 기술을 고…
일주일에 세 번 만나기로 했다. 막상 수업을 시작하고 보니 안드레이가 한국어 수업을 매우 흥미로워했다. 듣기와 읽기를 통하여 내용을 이해하고 중심 내용과 중심 문장을 찾는 문제도 거뜬히 해결했다. 방학이지만 시간도 잘 지켜 등교를 했다. 무더위 속에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시간에…
참으로 따듯한 이름이다. '포옹의자', 이름만 들었을 때는 나도 그 의자에 안기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요즘 ENA채널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 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도 요즘은 챙겨 보는 프로그램 중에 하나다.…
얼마 전에 태국 생두 농장에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태국에 커피 나무가 자란다니…. 흔히 말하는 로부스타 종만 있겠지?' '태국 카페 문화는 어떤 문화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태국에 도착하였다. 도착해서 처음 맛본 태국 음식들은 기본적으로 새콤, 매콤 그리고 짜게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
방학이 되면 으레 시내의 중고서점을 찾곤 한다. 몇 년째 거의 습관처럼 굳어졌다.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아침부터 몇 시간씩 머물며 서가를 둘러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딱히 찾는 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문학 코너에서 시작하여 심리, 역사, 철학, 지리, 과학, 경제, 환경, 여행, 취미 등등의 서가에 눈…
최근의 우리정치상황을 바라보면서 나름대로 느낀 점은 잔머리 굴리는 머리 좋은 정치인 보다는 우직하지만 정직한 정치인이 국민을 더 편하게 해준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근자에 우리나라 정계는 청년정치인의 전성시대가 되어버렸다. 20대나 30대의 공동비대위원장이나 당대표가 정치판을 죄지 우지…
느티나무 그늘에 여남은 명 사람들이 모였다. 나무의자에 앉아 쉬는 노인들이 보이고 고만고만한 아이들은 냇가에서 물장난을 치는 중이다. 가지 틈으로는 산봉우리 같은 뭉게구름과 청옥같은 하늘이 눈부시다. 나무 꼭대기에서는 매미소리까지 한껏 어우러졌다. 사흘째 이어지던 불볕더위가 잠시 수그러…
정말 오랜만에 전문적학습공동체 행사를 위해 방과 후에 전 직원이 강당에 모였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대면으로 할 수 없어 모두 함께 모여서 하는 행사는 할 수 없었다. 아직도 불안하기는 하지만 조심스럽게 한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모였다는 사실 하…
차를 바꾸기로 했다. 실용적인 전기차의 인프라가 구축되면 사야겠다 미뤘었는데 드디어 결정했다. 차의 다양한 옵션 중에 색상을 고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카 마스터는 원하는 색상을 고르라고 하면서도 나중에 중고로 팔 것도 고려사항이라고 했다. 신형차라 실물로 모든 색상을 다 볼 수 없어 인터넷 검색…
요즘 젊은 직원들은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높다. 명시적인 차별은 많이 없어졌지만 미묘하고 관습적인 차별과 편견은 아직도 강고하다. 1970년대까지 명문 오케스트라의 여성 단원은 5%에 불과했는데 블라인드 오디션으로 선발한 이후 비중은 다섯 배까지 늘어났다. 스크린 뒤에서 연주를 해서 실력만으로…
[충북일보] 이사장 병가로 공석인 제천한방바이오진흥재단이 새 이사장 선임 절차에 나선다. 두 달간 병가를 내고 입원 치료 중인 조정희 현 이사장의 병세가 호전되지 않으며 복귀하더라도 더 이상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판단, 최근 시에 사직 의사를 전달했다. 시는 조 이사장의 가족이 최근 이런 상황을 밝힘에 따라 사직서를 받는 대로 새 이사장 찾기에 나설 방침이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3월 2일 2년 임기의 이사장직에 취임했다. 현재 권한 대행을 맡은 장만동 제천시 도시성장추진단장은 "가족으로부터 '업무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사직서가 수리되는 대로 새 이사장을 뽑는 공모 절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장과 사무국장의 동반 공백으로 인해 하반기 한방바이오박람회와 2025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에 대한 재단 업무에 차질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장 단장은 "지난달부터 6급 공무원을 파견해 업무 공백은 없다"며 "하반기 한방바이오박람회와 2025년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 행사 준비에도 차질 없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이사장과 함께 공석인 사무국장 인선 계획에 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속보=지난해 청주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40대가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청주지법 형사1부는 지난 10일 강도 상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0대)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열었다. 앞서 원심 재판부는 범행 전후로 장갑을 착용하고 옷을 여러 차례 갈아입는 등 범행을 철저히 숨기려고 한 점과 피해자가 상해와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점 등을 참작해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사실오인과 양형 부당을 이유로, 검찰 측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범행한 점과 반성하지 않는 점,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더 중한 형의 선고가 필요하다"며 징역 8년 선고를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피해자를 폭행한 것은 맞지만, 강도질하려는 마음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 변호인 측은 "피고인은 원심의 판단과는 달리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서 근무할 당시 피해자의 거주지를 방문했던 사실이 없다"며 "피고인이 인터넷 도박으로 수억원의 채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강도질하려는 것이었다면 금품이 들어있는 피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제천·단양 국민의힘 엄태영 "우선 저를 믿고 다시 한번 선택해 주신 사랑하는 제천시민·단양군민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제천·단양 국민의힘 엄태영(66) 당선인은 충북일보와 인터뷰에서 선거운동 기간에 강조했던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주민 행복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엄 당선인은 "당선의 기쁨을 뒤로 하고 이번 총선을 통해 저를 재선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주신 지역민분들의 뜻깊은 염원과 열망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정부와 여당을 회초리로 매섭게 질책해 주신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며 "분골쇄신(粉骨碎身)의 마음가짐으로 국민의 참뜻을 깊이 되새기며 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도 부여된 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야를 떠나 제천·단양을 위한 마음은 같았던 만큼 각 후보님들의 지지층까지 체감할 수 있도록 좋은 공약을 함께 공유하고 의견을 적극 경청해 지역 발전을 위해 함께 중지를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오직 제천·단양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완성하라는 지역주민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