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 난데없는 폭우가 쏟아졌다. 갑자기 비를 만나 혼비백산인데 우박까지 떨어진다. 팥알보다 작은 얼음 조각 때문에 이만저만 추운 게 아니다. 꽃샘은 역시 이름값을 한다. 그냥 봄이 오게 둘 수는 없었나 보다. 아무리 그래도 이 봄에 웬 난리람· 부랴부랴 돌아와 보니 옷이 흠뻑 젖었다. 아침에 두꺼운…
전화위복(轉禍爲福).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 흔히 쓰는 이 사자성어를 굳이 들먹이는 이유는 몇 번의 짙은 여운을 주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힘든 것이 학교에서 추진하는 행사였다. 특히 아이들에게 평생 한 번밖에 없는 입학식이나 졸업식을 비대면이라니! 부모님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화는 일어나게 되어 있다. 근데 변화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개인의 욕망을 들여다 보면 된다. 개인 욕망의 합이 미래에 벌어질 일의 인풋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인 욕망을 어떻게 볼수 있을까? 바로 데이터로 통해 본다. 그래서 테이터를 통해 욕망을…
어느덧 따뜻한 봄의 시작을 알리는 4월이다. 무심천은 다시 벚꽃으로 물들고 지는 해는 점점 오래도록 머무르려 한다. 주말에 벚꽃을 즐기는 인파로 붐비겠지만 마냥 설레지만은 않을 것이다. 3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가 충북만 39만9천245명이고 신규 확진자 수만 8천777명에 다다른다. 주변에 코로나…
사람은 보여도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자식도 예외는 아니지 싶다. 오죽하면 자식을 거죽으로 낳지 속까지 낳느냐는 말도 있다. 그러면서도 자식의 속을 안다고 착각하는 게 부모의 어리석음 아닐까 싶다. 인간은 왜 이런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리어왕의 대사처럼 어쩌면 우리는 거대…
애완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 가구가 600만 명을 넘어섰다. 사람보다 1∼2도 높은 체온과 포근한 털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불안감, 스트레스, 맥박, 혈압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안 공기 정화 및 기분 전환을 위해 반려 식물을 기르는 이들도…
외국인들은 우리말의 어려움은 존칭어의 사용에 있다고 말한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 외에 적절한 호칭과 지칭의 사용도 쉽지 않다. 전에는 남편들이 남과의 사적 대화에서 자신의 배우자를 지칭해서 집사람, 안사람, 마누라라고 흔히 불렀다. 이 정도는 점잖은 표현이다. 여편네, 우리 집 부엌데기, 할멈…
청주 MBC에는 학력저하 전문기자가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석 달 전 배포한 자료에 기초하여, MBC가 이틀 동안 3꼭지로 논란의 불을 지피자 충북교총도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감은 학력저하에 대한 무한 책임을 가지고 학력제고를 충북교육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여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인간의 삶은 언어를 통하여 영위된다. 한 인간은 사회와의 관계에 적응하기 위하여 훈련 되어간다.' 일본 작가 '요네하라마리'가 '프라하의 소녀시대'에서 한 말이다. 이 책은 동구 공산정권이 몰락되고 베를린 장벽이 붕괴해 가는 과정을 통역사의 눈으로 보고 기록한 글이다. 작가는 이어서 '사람은 혼자서는…
오래 전 로또에 당첨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 자기가 살 전원주택을 지었다고 한다. 남은 돈은 본인의 노후자금과 아들의 사업자금으로 떼어두고 동기간들에게도 똑같이 나누어주었다는 얘기가 제 3자가 들어도 흐뭇하다. 모처럼 좋은 집 장만하고 부모 노릇도 해보고 인심도 쓰게 되었으니 괜찮다. 그…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멀어지면 불안하고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부담스럽다. 이상적인 관계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라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일까. 귀가 얇은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 약한 것인지 나는 곧잘 관계에 빠져 허우적일 때가 많다. 그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된…
봄이 내게 오는가 했더니 연거푸 거울 앞에서 자기소개를 연습하는 아이의 눈빛이 먼저 왔다. 유치원 입학을 기다리며 이름 쓰기 숫자 읽기에 힘겨워하는 어린 외손녀의 학습을 보노라면 배움이라는 막연한 욕구가 만물이 약동하는 봄처럼 내 마음에도 꿈틀거린다. 독신자 아파트에 홀로 사시는 김 할머니…
과테말라 커피를 주문했다. 중국에서 온 중국어 선생님도 같은 것으로 주문을 했다. 베트남에서 온 베트남어 선생님은 녹차라떼를 선택했다. 나는 평소 신맛을 매우 좋아해서 커피도 신맛이 매력적인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찾은 카페에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는 없고 대신 신맛…
일상의 아름다움을 서정적 특색으로 표현한 타샤 튜더(Tasha Tudor)에 나는 큰 영향을 받은 바 있다. 그녀는 글과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화가였으며 직업적 활동을 제외하고서도 자연주의 삶을 실현하며 그 안에서 양, 소, 닭과 강아지를 키우고 요리, 정원 가꾸기, 공예 등 생활 곳곳에 따스한 감…
햇빛에 저절로 눈이 떠질 때까지 맘껏 아침잠을 누릴래요 부지런한 당신 찾아 뺨에 모닝 키스 한 후 음악을 켜고 티팟에 따끈한 차를 가득 담고 테라스 토분 속 여러 식물이 새잎은 돋았는지, 꽃망울은 터졌는지 돌아보며 인사할래요 아침은 당신의 지친 속을 덥히고 감싸…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아버지가 불을 지피시다가 나에게 잠시 아궁이를 맡기고 나무를 가지러 나가셨다. 나는 아주 중요한 일을 맡은 것 같아 불이 꺼지지 않도록 부지깽이로 아궁이를 열심히 살폈다. 불이 사그라드는 것 같아 나무 부지깽이로 솔잎을 긁어 넣으려는데 순식간에 따다닥~ 불씨가 튀어…
2021년은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돌아가신지 10년이 되는 해인데 그분의 단편 몇 개를 편집한 책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다. 그 중에서 '생각을 바꾸니'는 작가가 노래에 대해 약간의 열등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극복한 얘기이다. 잠깐 인용을 하면 "네가 노래까지 잘하면 어떡하게 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나이가 들면 친구들에게서 오는 전화도 뜸해진다. 더구나 코로나로 만남이 자유롭지 못하니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달 한 친구의 전화를 받고 반가운 마음으로 식당으로 나갔다. 세 명은 이미 와 있었다. 모두 잘 아는 사이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식사가 들어오기 전에 안부를 묻고 이야기가 시작…
날씨가 풀렸다. 3월에 접어든 탓인지 별반 춥지가 않다. 청미천 기슭의 물오리도 숫자가 훨씬 줄었다. 춥기만 하면 녀석들은 시끌벅적 모여서 난리도 아니었다. 닷새 전 늦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도 약속이나 한 것처럼 떼를 지어 다녔다. 그러던 것이 이제 한 패는 고향으로 가버린 듯 조용하다. 따스해지기만 하…
충청도 아낙이 서울에서 택시를 탔다. 처음 시작은 택시 기사였다. 옷차림새가 영락없는 시골 여인이었다. 보퉁이를 가슴팍에 꼭 껴안은 중년의 아낙과, 이제 막 20대에 들어선 그녀의 딸을 보니 궁금증이 일었던 모양이다. "서울엔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야, 큰딸 네에 다니러 왔어유. 아, 이번에 야가…
새싹이 움돋는 봄이 다가오네요. 봄은 생명의 경이와 심비 감을 일으키게 하는 계절이지요. 빨리 잎이 되고 싶어요. 촉이 트기도 전에 잎을 보고 싶은 성급한 마음은 하루하루가 아쉽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매화꽃이 피는 계절엔 향기가 되어 나비처럼 날아다니고 싶어요. 초원의 순한 양이 되어 헐벗은 사람에…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해본다. 코로나로 인해 상상으로 하는 여행이지만 국외 여행이라면 더 적절하겠다. 누구라도 그렇듯 준비하는 단계에서 느끼는 감정의 대부분은 기대와 설렘이며, 마음속에 그려보는 여행지에서의 장면들은 낭만적이고 이국적이다. 겪지 못했던 곳에서 보내는 시간들은 아름답고 풍성할…
신뢰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 주는 핵심도리다. 신뢰를 뜻하는 영어, trust의 어원은 독일어의 trost, 즉 편안함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 어원으로 미루어 볼 때 신뢰란 서로가 믿음으로 편안한 상태를 말한다고 정의할 수 있겠다. 따라서 신뢰가 형성된 관계는 상호 배신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대통령선거가 정말 코앞이다. 이미 사전투표를 마친 분들도 많겠지만 아직까지도 고민인 분들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쪼록 공약을 신중히 잘 검토하고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20대 대통령 후보자에게 잘 투표해 국민과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대통령이 당선되길 바란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주…
'아베 마리아'는 슈베르트부터 부르크너까지 시대를 초월하여 여러 음악가가 작곡할 만큼 아름답고 성스러운 곡이다. 라틴어로 '안녕하세요? 마리아님!'이란 뜻으로 천사들이 마리아에게 수태고지 할 때 건넨 첫인사였다고 전해진다. 다양한 작곡가들이 다양한 느낌과 색깔로 아베 마리아를 작곡했지만, 듣고…
[충북일보] 이범석 청주시장이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여지껏 이 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 사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찾아보자면 '꿀잼청주'를 예로 들 수 있지만 이 역시 여러 위락시설 조성사업들을 한 데 모아 이름을 붙인 것일 뿐 이 시장이 민선 8기 들어 처음 주장해 추진했다고 할 만한 굵직한 사업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한범덕 전 시장의 '트램' 사업이나 이시종 전 충북지사의 '무예마스터십', 김영환 현 충북지사의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등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이들 사업의 성공 유무나 예산의 효율성 등은 차치하고서라도 '꿀잼청주'를 제외하면 이 시장을 대변할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셈이다. 실제로 민선 8기 청주시가 3대 핵심현안으로 꼽은 △우암산둘레길 △청주시 신청사건립 △원도심 활성화 등의 경우 이 시장 취임 이전 집행부에서부터 추진해오던 사업이고, 이 시장은 이 이슈들의 결론을 냈다는 좋은 평가를 받긴 하지만 이 시장을 대변할 사업으로는 손색이 있어보인다. 우암산둘레길의 경우 양방향, 단방향 통행과 둘레길 개발 등을 놓고 그동안 청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극렬히 찬반논쟁을 벌여오다 민선 8기 들어 조성됐고,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속보=지난해 청주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40대가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청주지법 형사1부는 지난 10일 강도 상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0대)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열었다. 앞서 원심 재판부는 범행 전후로 장갑을 착용하고 옷을 여러 차례 갈아입는 등 범행을 철저히 숨기려고 한 점과 피해자가 상해와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점 등을 참작해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사실오인과 양형 부당을 이유로, 검찰 측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범행한 점과 반성하지 않는 점,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더 중한 형의 선고가 필요하다"며 징역 8년 선고를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피해자를 폭행한 것은 맞지만, 강도질하려는 마음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 변호인 측은 "피고인은 원심의 판단과는 달리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서 근무할 당시 피해자의 거주지를 방문했던 사실이 없다"며 "피고인이 인터넷 도박으로 수억원의 채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강도질하려는 것이었다면 금품이 들어있는 피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제천·단양 국민의힘 엄태영 "우선 저를 믿고 다시 한번 선택해 주신 사랑하는 제천시민·단양군민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제천·단양 국민의힘 엄태영(66) 당선인은 충북일보와 인터뷰에서 선거운동 기간에 강조했던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주민 행복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엄 당선인은 "당선의 기쁨을 뒤로 하고 이번 총선을 통해 저를 재선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주신 지역민분들의 뜻깊은 염원과 열망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정부와 여당을 회초리로 매섭게 질책해 주신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며 "분골쇄신(粉骨碎身)의 마음가짐으로 국민의 참뜻을 깊이 되새기며 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도 부여된 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야를 떠나 제천·단양을 위한 마음은 같았던 만큼 각 후보님들의 지지층까지 체감할 수 있도록 좋은 공약을 함께 공유하고 의견을 적극 경청해 지역 발전을 위해 함께 중지를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오직 제천·단양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완성하라는 지역주민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