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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마음의 불'은 누가 꺼주나요" 3명 중 2명 고통 호소

올해 충북도내 소방관 대상 마음건강 설문결과
문제적 음주, 수면 장애 등 여러 증상 보여
정신 치료 프로그램 운영하고 있지만 운영비 부족 등으로 치료 한계
업무 부적격자 낙인 이유로 정신질환 숨기는 소방관도 있어

  • 웹출고시간2023.11.08 20:23:46
  • 최종수정2023.11.08 20:23:46

소방의 날을 하루 앞둔 8일 청주 동부소방서 상담실에서 한 소방대원이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충북소방심리지원단은 화재와 재해, 사고현장 등에서 목숨을 걸고 구조 활동을 하는 소방대원들이 업무 중 발생하는 다양한 트라우마와 스트레스 등을 치유하는 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충북지역 소방관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소방본부가 도내 소방관을 대상으로 시행한 '마음건강 설문 결과' 자료를 보면 올해 설문조사에 응답한 2천485명 중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소방관 수는 1천70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2천393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해 1천740명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3명 중 2명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유형별로는 문제성 음주와 수면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 중 문제적 음주를 겪고 있는 소방관이 가장 많았다.

상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출동해야만 하는 이들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정신적인 외상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소방대원들의 경우 현장 출동 시 심리 검사와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제도도 일부 마련돼 있지만 현장 출동력 부재 등의 이유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도내 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A 소방교는 "소방관들은 육체적 스트레스도 받고 있지만 정신적 스트레스에 더 크게 시달리고 있다"며 "특히 참혹한 사고 현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게 된다"고 털어놨다.

소방의 날을 하루 앞 둔 8일 청주동부소방서에서 출동을 마친 소방대원들이 장비 점검을 하고 있다.

ⓒ 김용수기자
재난 현장에 반복 노출되는 소방관들의 마음 건강을 위해 정부와 소방청은 '찾아가는 상담실',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찾아가는 상담실은 초기 심리상담을 거쳐 관리·치료 필요군을 선별하고 대면상담을 통해 심리지원과 인식개선·마음건강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사업이다.

소방이 외부 전문상담 기관과 업체를 선정하면 기관 소속 전문심리상담사가 소방관서를 방문해 소방공무원들에게 마음건강·치유 활동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상담사들은 '마음건강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은 체험형, 치유형(온라인), 공감형으로 나뉜다.

체험형은 2박 3일 동안 국립공원에 합숙하며 도보여행, 사격, 래프팅, 명상을 즐기는 치료 프로그램이다.

모집인원은 100여 명이며 총 4회에 걸쳐 회차당 20~30명이 참여한다.

치유형 프로그램은 1박 2일간 명상, 체조, 특강 등의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은 2회에 걸쳐 40명을 선발한다.

공감형은 전문 강사를 초빙하는 직장교육훈련 방식을 채택해 이론과 실습(명상, 스트레스 치유) 등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모집인원은 관서 실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이처럼 트라우마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심리적·정신적 치료와 상담이 지원되고 있지만 일선 소방관들의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 분위기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하는 소방관들에 비해 모집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방 관계자는 "도내 찾아가는 상담실은 1억 9천만 원으로 운영되는데 타 기관들에 비해 운영 예산비가 턱없이 적은 편"이라며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은 늘어나고 있어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정부의 예산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직장 안팎에선 소방관들이 '업무 부적격자'로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과 같은 정신질환을 숨겨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주권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B 소방사는 "소방관 스스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지만 강해 보이고 건강해 보여야 한다는 소방관의 사회적 이미지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소방관들도 있다"며 "정신질환 관련 치료를 받게 되면 이후 인사, 승진에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도 된다"고 털어놨다.

관내 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C 소방장은 "수십년간 현장 일선에서 활동한 베테랑 소방관들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 현장의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매한가지"라며 "지금 건립 중인 국립소방병원에서 소방관들의 정신·심리적 어려움에 대해 각별히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을 주 대상으로 하는 국립소방병원은 음성군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는 2025년 개원 예정이다.

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공무원 직무 특성상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인식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보건 지원사업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임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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