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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원장의 지구촌 여행기 - 스페인 여섯 번째 이야기

  • 웹출고시간2014.11.06 15:08:40
  • 최종수정2014.11.06 15:08:40
마드리드의 마지막 날은 하루 종일 미술관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이제 다음 여정을 위해 톨레도로 향하기로 했다.

톨레도로 이동은 한국에서 예약을 해 둔 렌터카를 이용해 가기로 했다. 미리 예약해둔 업체를 확인하고 차량 확인 및 해외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 풀 옵션 보험을 들어놓았다.

내비게이션은 스마트폰의 구글맵을 이용하면 내비게이션보다 훨씬 정확할 뿐 아니라 사용도 편리해 굳이 대여하지 않기로 했다. 해외에서의 렌터카를 이용한 여행은 정말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톨레도를 가기 위해 잠시 가이드북을 펼쳐두고 읽는 도중에 마드리드 근교에 아란후에스(Aranjuez)라는 곳이 짧게 소개되어 있는 것이 한 눈에 들어왔다.

어릴 때 매주 토요일 저녁 9시 반이면 시작했던 주말의 영화 오프닝 곡으로 쓰였던 클래식기타의 협연곡의 음악이 '아란후에스 협주곡 2악장'이라는 글귀를 보자마자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여기까지 와서 안 가볼 수 없었다.

계획에도 없던 곳이었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움직이면 다음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을 잠시 했으나 어차피 오늘은 그냥 톨레도로의 이동이 다 인지라 약간의 시간 여유는 있어보였고 오히려 가보지 않으면 후회가 더 클 것 같아 내비게이션에 Aranjuez 하나만 찍고 가기로 했다.

마드리드의 번잡한 곳을 벗어나니 얼마가지 않아 드넓은 벌판이 나오기 시작하고 우리나라 고속도로 주변 풍경과는 다르게 가는 길 내내 건물조차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적한 느낌으로 40여분 운전을 했나보다. 풍스러운 건물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 걸 봐서는 아란후에스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고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난 뒤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았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도를 하나 받고 간단한 투어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니 돌아보기에 그리 넓지 않은 곳이다. 관광 루트코스가 자세히 적혀 있어 지도 한 장만 들고 산책하듯이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인포메이션 센터 바로 앞에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성당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성당인 상당히 우아한 아란후에스 성 안토니오 성당 (Real Iglesia de San Antonio).

인포메이션 센터 바로 앞에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상당히 우아한 느낌의 아란후에스 성 안토니오 성당 (Real Iglesia de San Antonio)이 한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성당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성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고 마치 건물 안에 동상이 하나 덩그러니 있을 것 같이 조그맣다.

소박하고 이색적이면서도 기품 있는 이 성당 주위에 성당을 둘러싸고 있는 긴 아치와 광장이 함께 어우러지니 소박함은 사라지고 웅장하고 위풍당당한 예전의 화려한 스페인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아란후에스 왕궁 입구.

지도에 적혀있는 루트를 따라서 얼마 걷지 않으니 이동하니 아란후에스 왕궁이 보인다. 마드리드에서 본 왕궁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또 다르다. 마드리드 왕궁이 다보탑이라면 이곳은 석가탑과 같은 매력이라고나 할까. 주변에 사람도 별로 없다. 한적하고 주변에는 동양인이라고는 아니 스산할 정도로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인지 남들이 흔히 오지 않는 이곳을 왔다는 생각에 혼자 남모를 쓸데없는 뿌듯함 마저 느껴졌다.

화려했던 마드리드 왕궁과는 또 다른 소박한 아란후에스 왕궁의 전경.

아란후에스 왕궁은 18세기 부르봉왕가의 여름 궁전인데 상당히 아름다운 정원에 둘러싸여있으며 궁 내부를 돌아보면 좋았겠지만 이곳에 도착한 시간이 늦어 궁전 안에는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아란후에스 왕궁 옆에는 타호강이 유유자적 흐르고 있었으며 지금은 사람이 많지 않으나 강 주변에서 일광욕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간간히 눈에 들어오는데 과거에는 왕실의 휴양지였겠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휴양지가 되었다.

왕궁 주변만 둘러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면서 돌아보니 꽤 한적하고 좋은 곳이었다. 둘러보는 내내 이곳에서 로드리고가 부근에 거주하는 집시들의 생활환경에서 영감을 받아 멋진 아란후에스 협주곡을 작곡했으리라 생각이 들게끔 되어있는 곳이었다. 계획에 없던 이곳을 방문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었지만 잠시 산책하듯이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은 생겼다.


아란후에스를 나와 톨레도로 차를 끌고 향했다. 이미 해는 어둑어둑 지고 있었고 톨레도를 향한 길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정말 탁 트인 넓은 지평선 위에 붉은 노을만이 여기가 스페인임을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아란후에스에서 톨레도로 향하는 차가 더더욱 많지 않아 그 넓고 기다란 고속도로에는 내가 운전하는 자동차 한 대만이 있을 뿐이었다. 드넓은 들판을 혼자 세를 낸 것 같이 평온해서 잊을 수 없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40여분을 운전했을까 건물에서 뿜는 불빛들이 하나둘 들어오면서 고성의 느낌이 나는 톨레도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스페인 전역의 고성, 궁전, 저택들을 호텔을 개조해서 스페인 정부에서 운영하는 호텔인 파라도르 중 으뜸인 파라도르 데 톨레도(Parador de Toledo).

톨레도에서 숙박하기로 한 곳은 바로 파라도르 데 톨레도(Parador de Toledo). 파라도르는 스페인 말로 숙박업소라는 뜻으로 스페인 전역의 고성, 궁전, 저택들을 호텔로 개조해서 스페인 정부에서 운영하는 호텔을 말한다. 호텔이나 일반 숙박업소가 아닌 이런 곳들을 이용해서 숙소를 개조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체험할 수 있게 한 건 어쩌면 상당히 이색적이면서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일임은 틀림없다. 분명 처음에는 그 시도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은 숙박 자체가 하나의 여행명소로 될 수 있다는 것과 색다른 경험으로 인한 좋은 추억을 주게 만들어주는 것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스페인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한 번 정도는 묵고 싶어 하는 파라도르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 파라도르 톨레도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높게 탁 트여있는 로비는 과거 어느 고성에 큰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깔끔하고 모던한 호텔이나 여느 다른 숙박업소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절제된 고풍스러운 로비의 느낌에 한 번에 매료되고 말았다. 파라도르에 머물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한 컨시어지의 안내로 방 안에 짐을 가볍게 풀고 난 뒤 야경을 그래도 보리라 맘을 먹고 1층 카페로 내려왔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문을 벌써 닫은 게 아닌가 걱정을 했었으나 나와 같은 다른 여행자들이 꽤나 있는지 옹기종기 다들 모여서 야경을 감상하면서 담소들을 나누고 있다.

파라도르 데 톨레도에서 바라본 톨레도 구도심의 화려한 야경

피곤하긴 했지만 맥주 한 병을 시켜서 밖을 보니 톨레도의 야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주변은 깜깜하고 어두웠으나 톨레도에서 나오는 주황색 불빛들은 현대적인 도시의 느낌이 아닌 고즈넉한 예전 중세시대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나 보다. 얼마나 앉아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것이야 말고 힘든 일상에서의 지침을 풀 수 있는 힐링임을 그리고 뭔가 알 수 없는 북받침이 올라온다.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톨레도이다 내일은 저곳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머릿속에서 생각하면서 방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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