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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명소 그림여행 - 설종보 작가 '법주사 가는 은행나무길'

  • 웹출고시간2014.10.30 19:18:56
  • 최종수정2014.10.30 19:18:56

삽상한 바람이 분다. 도시의 거리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드는 계절이다. 갈바람이 길바닥에 샛노란 주단을 수북이 깔아, 사람들의 마음을 보통 심란하게 하질 않는다. 팔랑팔랑 낙화하는 은행이파리는 지나는 이들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한다. 내 영혼이 아름다운 가을날에는 낭만을 느끼러 거리로 나가보자. 바바리 깃을 세우고 수북이 쌓인 황엽을 밟고 천천히 걸어보시라. 저마다 간직한 풋풋한 첫사랑의 그리움이나 고운추억들이 떠오르며 너나할 것 없이 가슴에 불이 붙으리니. 사랑스러운 계절, 낭만의 계절일 뿐만 아니라 숨 쉬는 기쁨을 아는, 세월이 주는 느낌도 있으리라.

畵題「법주사 가는 은행나무길」작품을 대하노라니 생동하는 영감, 무언의 화음이 하도 찰랑거려 덩달아 행복해진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 두어 장 주워 책갈피에 끼워 간직하던 어여쁜 추억 하나쯤 떠오르고, 사진을 찍어 간직하고 싶었지만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가버린 과거의 시간들을 기억의 문을 열고 불러내기에 충분하다.

현실과 사물, 자연의 실체를 소리 없는 언어로 재창조 하는 것이 그림이 아닐까 싶다. 문자나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들을 무한히 담아낸 그림 속의 은행나무들이, 온전한 자세로 서있지 않아 친근감이 든다. 바람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맘껏 나부끼는 은행나무의 역동적인 풍경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누군가에게 저처럼 자신을 맡기고 마음가는대로 진지하게 흔들려 보았는가. 세상 무슨 일이들 저만큼 올인 하여보았는가. 따지는 것이 많은 우리네인데, 은행나무는 임의로 부는 바람에게 그저 흔들린다. 단란한 가족의 귀가 길, 추수를 앞둔 황금들판, 멀리 그윽하게 내려앉는 석양, 그리운 날의 추억에 화답하는 황금빛 시다.

「법주사 가는 길에 선 은행나무가 오후햇살을 받으며 노란색을 발휘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가족의 일상이 고단하지만 정겹게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표현하였다.」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법주사 가는 은행나무길'의 설종보 작가가 풀어내는 작품 설명을 떠올리며, 법주사 가는 길을 달렸다. 법주사 진입로에 노랑물결이 찰랑이면서 젊은 날의 추억을 부른다. 그해 가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걷던 그가 법주사 정원에 널브러진 은행잎을 두 손 가득 주워 공중에 날렸었다. 나는 비처럼 쏟아지는 노랑이파리들을 받으려고 폴짝거렸다. 문장대까지 걷고 걸으면서도 손 한 번 잡을 줄 몰랐던, 그 시절의 순수가 아름답고 어여쁘다.

은행나무는 인류가 아직 태어날 꿈도 꾸지 않았던 아스라이 먼 옛날 약 2억5천만 년 전에 지구상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동안 몇 번이나 있었던 혹독한 빙하시대를 지나면서 대부분의 생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는데도 의연히 살아남은 은행나무를 가리켜 '살아있는 화석' 이라고 부른다. 또한 방화에 도움을 준다 하여 불화수不火樹 라는 얼음처럼 차가운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내 오늘은 은행나무에게 메마른 감정에 불을 붙이고 멈춘 심장 다시 뛰게 했으니 '찬란한 황금 불씨'라고 이름을 붙이리라. 내 영혼이 아름다운 가을날에는 거리로 나가보자. 오늘 같은 날엔 갈바람에 마음가는대로 흔들리면서 황엽처럼 빛나던 시절을 추억해 보자.

커다란 아름드리 은행나무 곁을 지나노라니 시댁 마당에 있는 은행나무가 떠올라 차에서 내렸다. 가슴이 싸하다. 꿈결 같은 감상에서 벗어나 현실로 온다. 남편이 스무 살 되던 해 묘목을 심었다는데 아파트 삼사층 높이는 실히 되도록 무성하게 자랐다. 어머니는 장남이 심은 나무인지라 나무를 보면 아들을 보는 것 같다고 하셨다. 어머니에게 은행나무는 든든한 의지다. 나가 사는 자식들을 기다리실 때도, 잠시 머물다 가는 아쉬운 자식들을 배웅하실 때도 은행나무아래 서 계시곤 했다.

은행 알들을 주워 유리알처럼 반짝거리게 씻어 수북이 쌓아 놓고 웃으시던 예전 어머니 모습이 그립다. 해마다 은행나무는 여지없이 은행 알들을 쏟아놓건만 굽은 허리로 작아진 어머니는 더 이상 은행 알을 줍지 않으신다. 마음이 급해진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순대를 사서 시골집을 향해 달린다. 정서를 흠씬 적셔준 은행나무가 이번엔 나로 하여금 어머니계신 시골집으로 달리게 한다.

설종보 화백 약력

◇개인전 1993~2013 25회( 서울, 부산, 대구 광주 )

◇주요단체전
2014 화랑미술제( 코엑스, 서울)
아트쇼 부산( 코엑스,서울)
충북인문 자연진경전 ( 청주예술의 전당, 청주)
2013 한국국제아트페어( 코엑스,서울)
대구아트페어( 엑스코, 대구)
현실미술과 시대정신전 ( 우민아트센터, 청주)
파사드 부산 (부산시립미술관,부산)
2012 현대미술로 본 리얼리즘전 ( 경남도립미술관,창원)
다시만난 봄,전 (용두산미술관,부산)
다정다감전 ( 갤러리예가, 부산)
2011 AHAF- HK (센트럴호텔, 홍콩)
2010 한국국제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아트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
2008 컨템퍼러리 네오메타포전(인사아트센터,서울)
광주비엔날레특별전( 나인갤러리,광주)
부산시립미술관10주년전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현 백두대간 회원

◇주소 부산시 금정구 장전3동416-1 설종보화실 HP.010-5396-7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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