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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12.25 17:14:13
  • 최종수정2014.12.25 17:14:13

학천탕

학천탕 옛 주인 현포할아버지는 하루 스무 시간 넘게 작은 공간에 갇혀 평생 고생한 아내를 위해 지금의 학천탕을 짓기로 결심한다.

그는 고故김수근건축가를 찾아가 학천탕 설계를 부탁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가인 김수근은 지방의 다른 설계사에게 부탁하라고 거절했다.

국회의사당, 옛 서울역, 청주 박물관등, 대한민국 최고건축물들을 수도 없이 설계하여 건축계신화의 존재로 알려진 김수근에게 거절당하지만, 현포는 삼고초려 끝에 허락을 받아낸다.

아내에게 바치는 건물을 우리나라 최고의 건축가가 설계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김수근작가를 감동시킨 것이다.

국립청주박물관과 김수근 그리고 현포

김수근생전 마지막 유작으로 더욱 유명하게 된 학천탕, 원주인의 '현포玄圃'라는 호도 학천탕에 담은 김수근의 건축설계철학과 연관 지어 생각해 봄직하다.

'현포'란 신선의 동산을 일컫는다. 중국인들은 그곳이 중국신화에 등장하는 낙원 중 가장 영험이 강하다는 곤륜산에 있다고 믿는다.

'곤륜산 신선 동산인 낭풍과 현포봉호가운데에 있는 높은 주옥같은 당은 이 천하에 없느니, 현포에 올라 낭풍원을 지나고, 밑 없는 골짜기 뛰어넘어 열결-번개, 매우 높은 하늘-에 올랐네….'당나라시인 두보杜甫가 노래 한 이 대목은 그들이 꿈꾸는 유토피아가 '현포'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거풍의 기운을 담은 학천탕

畵題'학천탕 현포우화'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과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

필연적 법칙을 통해 다층적 해석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작가의 의도인지, 작가의 내면과 연관된 표현인지 알 수는 없다. 개연성이 모호한 성별조차 알 수 없는 나체의 사람이 궁금할 뿐이다. "모든 표현들이 신비네요, 저… 옷을 걸치지 않은 사람이요…." 사윤택작가에게 물었다. "거풍擧風을 아시나요·"

보통사람에 배해 큰 키와 서늘한 눈을 가진 그가 반문한다. 구멍 뚫린 무지無知를 그의 이야기로 채운다.

거풍擧風이란, 옛 선조들이 겨우내 고의춤에 갇혀 바깥 구경을 못한 남근을 위한 의례를 행했던 말을 가리킨다.

목욕탕이 없던 시절의 선조들은 해동이 되고 날이 따스해 지면 높은 산마루에 올라 아랫도리를 내놓고 바람을 쐬어 부샅(음랑)의 습기를 제거하고, 자연의 정기를 받아 양기를 강하게 하였다는데, 이름 하여 "거풍"이란다.

그제야 남성의 기개를 상징하는 호랑이도, 학천탕 이름을 상징하는 한 마리 학의 출연도, 과거와 현재를 잇는 화판주인공이 작가자신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학천탕 남탕에 들어가려면 산마루에 오르는 것처럼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그곳에 올라서면 삶에 찌들어 쉼이 필요하여 찾아온 남성들의 알몸 위로 강한 물살이 폭포처럼 쏟아져 두드리도록 설계됐다.

바쁘게 사느라고 자연을 찾지 못하는 현대남성들은 산마루에 올라 행하는 거풍의식을 그곳에서 거하게 행한 후 탕으로 뛰어든다.

평범한 목욕탕으로 보이나, 현포할아버지의 철학과 아내사랑의 서사가 있는 학천탕을, 자연노천탕과 연결하여 설계했으니 과연 김수근다운 발상이다.

'학천탕 현포우화' 작품은 현실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은유와 제유법을 이용하여 주술에 걸린 듯 보는 이들을 이끌며 심리적 효과를 끌어내는데 성공한다.

심오한 이야기를 어린아이들의 놀이에서처럼 쉽게 표현하여 경계가 사라지도록 변형시켜서 전치全治시키고 있다.

정적인 미술이 자칫 영상미디어에 밀리기 쉬운 시대에서 학천탕 작품은 동적인 움직임과 특유의 위트와 코미디로 접근하여 시간성과공간성의 표현으로 우리정서를 압도하며 다양한 질문을 제기한다.

지나치는 한마디 말을 곱씹고, 우연하게 본 순간의 이미지에 매혹되어 말로 나타나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관심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작품을 만난 느낌은 산마루에 올라선 기분 좋음이다.

/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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