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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명소 그림여행 - 괴산 화양계곡

무한 상상 속 유토피아

  • 웹출고시간2015.02.12 16:08:25
  • 최종수정2015.03.19 18:26:35

괴산군 청천면 화양계곡.

망원경으로 당겨 아득히 먼 과거를 본다.

카메라의 줌 같은, 사진기의 조리개를 통해 보는 것 같은 선명함이다. 그림 속에는 과거를 보는 눈이 있고, 장차올 미래를 꿈꾸며 바라보는 선구자의 눈이 있다.

그리고 작가가 연출한 신비한 작품 속 풍경을 숨어 엿보면서 감상하는 또 다른 눈들이 있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 화폭에 꿈처럼 펼쳐진다. 도무지 있을 법한 세상이 아닌 농담 같은, 유토피아적 별천지다.

반석위에 과거의 사람 우암송시열이 주안상을 들고 피서 나왔다.

일찍이 중국 학문을 받아들인 유교주자학의 선구자였던 그는 후학을 위해 집필을 하고 제자들을 길러냈다.

시원한 계곡물소리, 댕기머리학동이 심란하다. 스승이 무서워 무릎 꿇고 조아리며 학문에 정진하나 물에 뛰어들고 싶은 맘을 억제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가 꿈꾸던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을까.

이홍원 작가의 '우암송시열과 암서재'

우암이 놀랬다. 왁자한 소리와 함께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수백 년 세월을 당겨 현세젊은이들을 구경하던 우암 눈이 뚱그래진 것이 혼절직전이다.

비키니차림의 사람들이 암반석위에 누워 일광욕을 하고, 무청 보다 청량한 계곡물에선 청춘남녀가 물장구를 친다.

둘이서만 숨어들고 싶도록 생긴 바위벽아래서 속삭이는 어여쁜 연인도 있다.

맑은 화양계곡이 남녀혼탕으로 변해버렸다. 기암을 토할 희귀한 광경에 놀라 술잔의 술이 철철 넘쳐도 모른다.

우암의 기개는 호랑이도 다스렸는가 보다.

우암을 감싸고 길게 누운 순한 호랑이, 잘생긴 몸매의 적송들, 숲속의 어린사슴, 목이 긴 두 마리 학과 암벽 타는 청개구리, 생선 한 도막 챙겨 물고 바위 뒤에 숨은 고양이, 호랑이가 두려워 움츠린 여우는 언제든 도망갈 채비를 하고 있다.

모든 자연은 지금의 모습들과 동일하다.

풍습이 변하고 유행 따라 의복차림과 머리모양이 변하고, 인심이 변한 건 사람들이다.

이홍원작가의 화제(畵題) '우암송시열과 암서재' 작품에는 작품설명이 없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들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그림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을 하게하고 스스로 말하게 유도한다.

주어 서술어 목적어 언어기호는 달라도 그림 안에 내재하고 있는 언어는 어떤 말보다 구체적이고도 해학적인 표현들로 풍성하다.

우암송시열은(宋時烈,1607년 ~ 1689년) 깊은 학문과 권세로 시대를 풍미했지만 정치는 언제나 명암이 있고 영원하지 않은 것, 당쟁으로 상하고 찢긴 가슴을 안고 이곳으로 낙향했다.

무한경쟁시대로 치닫는 치열한 일상을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러 찾아온 현세 인들, 과거의 사람들과 오늘의 사람들이 속세를 떠나 화양계곡을 찾아온 이유는 비슷하다.

하지만 휴식을 누리는 풍경은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괴산군 청천면 화양계곡 숲길을 가득히 메우며 겨울 낙엽이 군무를 한다. 한차례씩 휘몰아치는 칼바람에 떼구르르……구르며 일제히 일어섰다 앉았다 하는 것이 낮게 나는 새떼 같다.

사계절 찾아오는 사람들의 육중한 구름 짐 벗겨 내려놓게 하고, 철새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화양계곡이 하얀 얼음이불 덮고 동면한다.

졸졸졸 어디선가 가녀린 물소리가 들린다.

귀 기울이 얼음장 밑으로 계곡물이 숨죽여 흐르며 조심조심 잠을 깨운다.

산수를 사랑하여 이곳에 은거하며 중국의 무이구곡을 본받아 화양동 9곡들의 이름을 우암이 지어주었단다.

우암송시열을 모신 서원 경내를 둘러보았다. 큰 바람이 불어와 덮듯 그의 정기가 서원과 암서재 주변에 가득했다.

유학자 가운데 성인을 의미하는 자(子) 칭호를 받은 유일한 인물로, 조선왕조실록에 송자(宋子)이름이 3,000회 이상 등장한다.

그가 이룬 깊은 학문의 세계, 불멸의 역동하는 생명력에 경외감이 든다.

그 경외감은 한 개인의 애절한 역사를 넘어 오늘의 역사를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그가 보았던 것처럼, 이홍원작가의 그림을 통해 다시 돌아 갈수 없어도 갈 수 있는, 과거로의 희귀를 자유롭게 경험하며 여행했다.

잘된 작품 한 점이 주는 시공을 초월한 영원성, 그것은 작가의 심미안에서 창작돼 예술의 속성을 본체로 영원을 향해 행진하게 한다.

/ 임미옥 기자

이홍원 작가 프로필

1974- 1980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1980- 1983 동국대학교 예술대학원

1984- 개인전 삶+인간(관훈미술관. 서울)

한국 평론가 추천 문제 작가 선정

1985- 초대전-문제 작가 (서울미술관)

1986- 삶의 노래Ⅰ(아랍미술관. 서울)

1993- 초대전 비 ·바람 ·구름(봉성갤러리 대구)

1997- 초대전 도자기 그림전(학천갤러리. 청주)

2002- 숲속의 노래(청주예술의전당. 청주)

2011- 초대전 숲속의 노래(419 VERONES 갤러리 LA).

초대전 꽃을 사랑한 호랭이(갤러리 ATTY. 서울)

2012- 숲속의 노래(인사아트센터. 서울)

2013- 숲속의노래 나무이야기 (인사아트센타 서울)

2014- 초대전 봄 마실전 (전주 한지박물관 )

2014- 이홍원 드로잉전 (숲 갤러리 청주)

개인전 22회

그룹전 160여회

해외전 LA NewYork Sarayebo Peru China Ja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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