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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알갱이 같아 조증이 나는 날은 산책을 나가자.

구름비질하며 하늘에 길을 낸 바람이 땅으로 내려서 들풀 일으켜 길을 여는 정오쯤, 조붓한 오솔길을 걸어보자.

탁한 시야 걷히고 정서는 환기되며 감성은 선명해지리니. 산책을 하노라면 모든 것들과 하나 되므로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다.

호젓한 길을 산책하면 알게 된다. 내속에 자리한 그리움의 깊이와 넓이가 얼마나 측량키 어렵게 간절한지를….

가장 중립적이고 혼돈이 없는 시간, 초저녁으로 이어지는 오후의 산책도 좋으리.

두시에서 내려와 다섯 시로 미끄러지듯 접어드는 네 시 쯤의 은근한 서정성을 느껴보았는가. 중립이란 말이 좋다.

저녁식사 찬거리준비도 이르고, 저녁모임약속단장하기도 이른 중립의 시간, 하늘마저 분주했던 하루를 구름으로 가리어 차분해지는 시간이다.

아직 죽지 않은 볕이 최선을 다하는 마지막 붉음에 음기가 마르게 된다.

살방살방…. 설거지는 잠시 미뤄두고 걷는 저녁산책의 매력도 비길 수 없는 기쁨이다.

노란 외등 따라 아파트 불빛들이 하나 둘 켜져 갈 때면, 사위어가던 감성의 촛대하나에도 불이 켜진다.

불현듯 일찍 나온 저녁달이라도 만나면 성찬(盛饌)이라도 대하듯 환한 풍요로움마저 느낀다. 그런 풍요면 시베리아 벌판 같은 쓸쓸함이 밀려온다 해도 황홀한 고독이노라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여유도 생긴다.

저녁때를 놓쳤다고 그리워하는 마음까지 잃지는 말자. 운동화 끈을 느슨히 풀고 아침을 기다리는 거다.

떠난 사람 마음처럼 오지 않을 것은 접고 새로운 그리움을 만들어 가자. 햇살이 새 길 여는 아침산책을 해보면 알리.

지금 내가 머무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지를. 밤을 지새우며 가슴 태우던 일들 쯤은 담담히 넘기고 흥겹게 살아볼만한 이유로 설레리라.

산책하며 자연을 보면 내옹졸함이 보인다. 자연은 주고받는 질서가 순하다. 자연은 상대방이 나에게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고 서러워하지 않는다.

봄에 피는 꽃이 있고 가을에 피는 꽃이 있듯 제 성장 따라 꽃을 피운다.

사람의 보폭도 마찬가지인 것을, 같은 속도로 걸어갈 수만은 없는 것을, 그의 봄을 나의 여름으로 바꾸라 하지 않고 그 사람이 들으며 걷는 음률대로 앞서 가도록 놓아주라는 너그러움을 배운다.

산책

ⓒ 1080*45cm 마포, 유채 2014
대청댐솔숲을 진경(眞境)으로 표현한 이유중작가의 화제(畵題)'산책'은 마포유채화다.

마포유채화란 거칠고 뻣뻣한 질감의 헝겊에 덧칠작업을 수차례 한 뒤 유화로 채색하는 혼자만의 터득한 독특한 기법으로, 일탈을 벗어난 행위 같은 거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수몰이주민으로 느끼는 대청호…. 그곳을 떠나보니 고향이 그립다. 내 가슴속의 아름다움은 모두 떠난 듯…. 가끔 그곳을 산책한다. 오직 소나무만이 항상 푸르게 그 주변을 지키고 있다.' 라고 이 작가는 덧붙인다. 덩달아 마음이 요동한다.

대청댐솔밭을 찾아갔다. 무리지어 있는 소나무솔잎사이로 나드는 봄바람을 느끼며 걸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대청호의 풍광, 맑은 하늘….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걸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 했던가.

나지막한 산행의 즐거움도 느끼고,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와 청설모도 만난다. 마음을 여니 우산을 펴고 햇빛을 막아주는 구름버섯(운지버섯)도 보이고 여기저기 야생화도 보인다.

꿈엔들 어이 잊으리오. 고향이 그리운 날은 대청호수변을 걸어보시라.

수몰되면서 청주시민들 정서의 고향으로 다시 태어난 보석처럼 귀한 승경(勝景)들을 만나리니.

철쭉, 영산홍이 만발하는 봄날엔 도시를 떠나 호반숲속을 걸어보시라. 최근에 대청댐오백리길 등 여러 코스의 산책로가 새롭게 개발됐다.

한갓진 누리 길을 걷다보면 사랑의 자물쇠를 거는 곳도 만난다. 어여쁜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고 열쇠를 통에 던지곤 하얗게 웃는다.

저들의 하얀 믿음이 유구히 흐르는 물처럼 변치 않기를 축복한다. 숲엔 생명이 자라고 이끼가 자라고 데크엔 소리 없이 봄이 내려앉는다.

/ 임미옥 기자

그림작가 이유중 프로필

충북 청원 문의면출생

서원대학교미술교육과졸업

<개인전>

2010 무심갤러리

2010 단원전시관

2009 대청호미술관

2007 한빛갤러리

2005 청주시립정보도서관

2003 청주시립도서관전시실

2002 갤러리 본

2002 우암갤러리

1999 청주예술의전당

1998 학천 갤러리

1997 국립청주박물관

1992 무심갤러리

1985 청주예술관

한국크로키회전, 충북제주미술교류전

민미협전 전업미술가전 청원미협전 한중교류전

국제환경미술전 도화전등 단체 및 초대전에160여회참여

현)한국전업미술가회 민족미술인협회

한국croquis회 한국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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