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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재

청주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

한 자를 구부려 여덟 자를 편다는 뜻이다. 좋은 의미로 해석한다면 작은 일을 참고 견디어 큰일을 해낸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나쁜 의미로 본다면 목표 달성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였던 맹자(孟子)는 여러 제후들을 만나 유세하면서도, 지위나 권력을 얻으려고 제후국 왕들에게 자신의 지조를 굽히지 않았다. 맹자는 오히려 부국강병을 추구하고자 하는 당시의 제후들에게 인의(仁義)에 입각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이에 제자인 진대(陳代)는 맹자에게 자신의 견해를 굽혀 먼저 권력을 얻을 것을 건의하였다. "선생님이 제후를 만나보지 않는 것은 아마도 작은 절개에 구애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한 번 만나보시면 크게는 왕도(王道)를 펼 수 있고, 작게는 패도(覇道)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옛 말에도 '한 자를 굽혀 여덟 자를 편다'고 하였으니, 마땅히 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그러자 맹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한 자를 굽혀서 여덟 자를 편다는 것은 이익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니, 만일 이익을 추구한다고 하여 여덟 자를 굽혀서 한 자를 펴는 것이 이익이 된다면 이 또한 하겠는가! 옛날에 조간자(趙簡子)가 왕량(王良)을 시켜 총애하는 신하 해(奚)의 수레를 몰게 했는데, 하루 종일 한 마리의 새도 잡지 못했다. 그래서 해가 돌아와 말하기를 '천하에 하찮은 수레꾼입니다'라고 하였다. 어떤 사람이 그 말을 왕량에게 말하자, 왕량이 다시 한 번 수레를 몰게 해달라고 청했다. 억지로 청하여 겨우 승낙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하루아침에 열 마리의 새를 잡았다. 그러자 해가 돌아와 말하기를 '천하에 훌륭한 수레꾼입니다'라고 하였다. 조간자가 '내가 왕량이 너의 수레를 맡아서 몰게 하겠다'하고 왕량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왕량은 승낙하지 않고 '제가 법도에 맞게 수레를 몰자 하루 종일 한 마리도 사냥하지 못하였고, 속임수를 써서 몰래 새를 만나도록 수레를 몰자 하루아침에 열 마리를 잡았습니다. ··시경(詩經)··에서는 '마차를 모는 법도를 잃지 않으면 활을 쏘아 새를 맞혀 터뜨리듯 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소인의 수레를 모는 데는 익숙하지 않으니 그만두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하였다. 수레 모는 사람도 또한 활 쏘는 사람에게 아첨하기를 부끄러워하고, 아첨해서 새와 짐승을 비록 산더미처럼 잡는다 하더라도 하지 않았는데, 만일 도(道)를 굽혀 제후들을 따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또 그대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 자기를 굽히는 사람이 남을 바로잡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처럼, 우리 사회는 결과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풍조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원칙 없이 세상과 영합하는 사람은 융통성 있는 현명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우직하게 바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융통성 없는 고지식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바르지 못한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결과가 좋을 수 있겠는가·

얼마 전 전교 꼴찌에서 삼성맨이 되었다고 하며 청년멘토로 활동해 왔던 김 모씨의 말이 거짓이었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입사하지도 않은 대기업에 입사하였다고 하고, 아직 학부 졸업도 못하였으면서 MBA를 졸업했다고 학력도 허위로 표시하고 강연활동에 자서전까지 출간했다고 한다. 과거에도 이처럼 유명 인사들이 학력을 위조하여 사회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 모두가 과정 없이 결과만을 추구하였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맹자의 말처럼 나를 굽혀서 남을 바로잡을 수 없듯이, 올바른 과정 없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는 없다. 결과를 통한 성취감보다는 과정을 통한 성취감이 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과정이 없이 요행을 바라는 사회가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는 사회풍조가 되살아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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