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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재

청주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

맹자(孟子)가 제(齊)나라의 선왕(宣王)을 만나서 말하였다. "전통있는 나라라고 하는 것은 오래되고 큰 나무가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대대로 나라에 충성하는 신하가 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왕에게는 대대로 충성하는 신하는 물론 가까이에서 믿고 부릴만한 친근한 신하조차도 없습니다. 이전에 관직에 등용했던 사람들이 지금 주변에 없는 것도 왕께서는 모르고 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내가 어떻게 그들이 재능이 없는 것을 미리 알고서, 그들을 등용하지 않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임금이 어진 사람을 높은 관직에 등용할 때에는 부득이한 것처럼 해야 합니다. 지위가 낮은 사람을 높은 사람보다 윗자리에 두고, 가깝지 않던 사람을 가까운 사람보다 가까이에 두는 것인데, 신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가까이에 있는 신하들이 모두 어질다고 말해도 옳다고 하지 말고, 여러 대부(大夫)들이 모두 어질다고 말해도 옳다고 하지 말고, 백성들이 모두 어질다고 말한 뒤에 그 사람을 잘 살펴서, 그가 어진 사람임을 알게 된 뒤에 등용하십시오. 가까이에 있는 신하들이 모두 안 된다고 말해도 듣지 말고, 여러 대부들이 모두 안 된다고 말해도 듣지 말고, 백성들이 모두 안 된다고 말한 뒤에 그를 잘 살펴서, 그가 안 되겠음을 알게 된 뒤에 버리십시오. 가까이에 있는 신하들이 모두 죽여야 된다고 말해도 듣지 말고, 여러 대부들이 모두 죽여야 된다고 말해도 듣지 말고, 백성들이 모두 죽여야 된다고 말한 뒤에 그를 잘 살펴서 죽일만한지를 알게 된 뒤에 죽일 것이니, 그러므로 백성들이 그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 뒤에야 백성의 부모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孟子">

위의 내용은 맹자와 전국시대 제나라의 선왕과의 대화다. 맹자가 제선왕의 주변에 나라를 위해 충성하는 인재(人材)가 없음을 지적하자, 제선왕은 사람을 써 보기 전에 어떻게 인재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자 맹자는 인재를 높은 관직에 등용할 때는 매우 신중하게 등용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반대로 관직에 있는 사람을 쫓아내거나 벌을 줄 때에도 마찬가지다.

맹자는 신중한 인재등용을 위한 절차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는 임금 주변에 있는 신하들의 의견을 듣고, 둘째로 모든 관료들의 의견을 들으며, 셋째로 모든 국민들의 의견을 들은 후에, 마지막으로 임금 자신이 다시 한 번 직접 살펴서 인재를 등용하거나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고위 공직자를 등용할 때는, 임명권자 개인의 잣대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판단보다는, 우선적으로 주변사람들과 모든 관료들의 의견을 먼저 듣고, 더 나아가 모든 국민들의 공론(公論)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판단은 공론을 듣고 난 뒤에 필요한 것이다. 물론 공론이 잘못 될 수도 있겠지만, 공론을 무시한 인재의 등용은 국가적인 분열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을 갖춘 사회라 하더라도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과거나 지금이나 인재 등용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이다.

얼마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길에 청와대 대변인의 그릇된 행동으로 인해, 대통령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였다. 공직자는 한 개인이기 이전에 공인(公人)으로서의 자신의 행동에 더욱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자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직자를 등용할 때에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임명권자는 자기 자신의 독단적인 판단보다는 주변사람들의 의견과 국민의 여론(與論)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는 의견보다는 반대하는 의견에 더욱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진정한 소통과 화합은 여론을 잘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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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