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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재

청주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

얼마 전 사설 해병대 훈련캠프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이 사고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이 훈련캠프에서는 전문적인 자격증도 없는 교관이,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수영금지 구역으로 학생들을 몰아넣었다고 한다. 또한 학교에서 실시하는 학생들의 단체 활동에는 반드시 인솔교사가 현장에서 지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인솔 교사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캠프 담당자는 물론 학교 당국까지 모두가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벌어진 사건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 원칙이 실종된 것은 이번이 처음만은 아니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나 씨랜드수련원 화재사건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보면, 모두가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야기된 사건들이었다. 이러한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각종 대책들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처럼 나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원칙을 무시한 대형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안전불감증'이라는 말도, 귀에 못이 박힐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사건들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근본 원인은 바로 원칙을 지키지 않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풍토 때문이라 하겠다. 원칙(原則)과 법규(法規)는 지키기 위해 만든 것이고,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곳곳에는 원칙을 지키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실제 우리 사회에는 원칙을 어긴 사람들이 벌을 받지 않음으로써, 상대적으로 원칙을 지킨 사람들만 손해를 보게 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 대표적인 예(例)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이 특별사면으로 벌을 받지 않는 경우이다. 또 고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를 보면, 분명한 법률 위반사항인 '위장전입' 등이 거의 매번 단골메뉴처럼 등장하고 있으며, 이제 위장전입은 더 이상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 듯하다. 문제는 이처럼 원칙을 무시하는 일이, 솔선수범(率先垂範)해야 할 사회지도층에서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들이 있을 때마다, 일반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법규와 원칙을 점점 무시하게 되고, 이 때문에 '나 하나쯤이야!'라는 도덕적 해이 풍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공자는 정치(政治)에 대해,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臣臣父父子子)"고 하였다. 이를 정명사상(正名思想)이라 하는데,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름과 지위에 걸맞은 행동을 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치인은 정치인답게, 경영자는 경영자답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만일 정치인과 경영자가 자기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면, 정경유착(政經癒着)과 같은 사회적 비리가 생겨나는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원자력발전소 부품 관련 비리나 전임 국세청장의 수뢰 의혹 등도 모두 자신이 위치에서 해야 할 역할과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일인 것이다.

얼마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던 중 불시착하며 화재가 난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에서는, 승무원들의 헌신적인 구조활동이 있었기에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승무원들의 활약으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승무원들이 평소에 훈련받은 안전의 원칙을 잘 따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승무원이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역할과 원칙에 충실했던 것이다.

이처럼 원칙은 실제로 우리의 삶에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원칙을 안 지켜도 되는 위태로운 사회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원칙을 지켜 나가는 편안한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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