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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3.07 14:58:43
  • 최종수정2024.03.07 14:58:43

김순구

(전)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감정평가사

방 안의 코끼리란 말이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음을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그 누구도 먼저 코끼리가 있다고 말하지 못하는 상황를 비유하는 표현이다. 즉, 방 안에 코끼리가 있는 평범하지 않거나 혹은 위험한 상황임에도 모두가 코끼리를 못 본 척하며,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먼저 말했다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일으키거나 구성원으로부터 비난받을 것 같은 불안감이 모두를 나서지 못하게 만든다.

거대한 코끼리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내가 살고 있는 가정, 일하고 있는 일터등 우리 사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있다. 가정에서 행해지는 폭력, 직장 내에서의 괴롭힘, 관례라는 미명하에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각종 부패, 부조리 등이 그것일 것이다.

누군가 용기 내어 거대한 코끼리를 방 밖으로 밀어내려 발버둥 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왜 그러지?", "왜 굳이 문제를 일으키지?"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 일쑤이다. 그래서 우린 방 안의 코끼리를 밖으로 내보내려다 집이 부서지는 것을 상상하며, 무의식적으로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게 되는 것 같다.

어려우니 우린 코끼리와 같이 살아야 하는걸까? 집이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같이 살수는 있는건가?

방 안에 코끼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방 안의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며 해결방법을 찾게하면 어떨까? 가정내 폭력도,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쉬쉬하지 말고 서로 개방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주면 어떨까? 그래서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가도록 해 주면 내보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것이 가능하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말이다.

즉,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코끼리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끄집어내 함께 이야기하며 해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누구에게도 불편함을 초래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문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며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면, 초래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공동체 내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작은 조직의 변화는 물론, 국가 정책의 변화까지 선순환시킬 수 있다. 더 포용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선이 될 것이다.

필자는 감정평가사다. 감정평가업계에도 숨어있는 코끼리가 여럿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용기 내어 말하지 않을뿐이다. 아니 말해도 않될뿐이다.

감정평가사는 이해관계인으로부터 독립해서 모든 유무형 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전문자격사다. 공정한 가격을 결정해야함에도 간혹 의뢰인 등 이해관계인으로부터 독립하고 있지 못하는 방 안의 코끼리가 존재한다. 모두가 용기를 내어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이 거대한 코끼리를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보다 국민의 신뢰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큰 가치를 얻기 위함이다. 이 역시 감정평가업계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 관계기관, 국민의 도움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꼭 필요하다.

기다려준다고 방 안의 코끼리가 제 발로 나가줄 리 없다. 코끼리가 요동치면 집 전체가 기운다. 그러기 전에 코끼리를 내보내야 한다. 용기와 변화의 노력으로 기다리지 말고 내보내는 지금이 되었음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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