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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희

세명대 관광학과 외래교수

계절의 여왕 5월이 지났다. 김소연·이상우 연예인 커플을 필두로 이 나라의 많은 연인들이 결혼을 했고 6월에도 여전히 결혼을 준비하고 결혼할 것이다. 10여 년 전 친동생이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그 후 그곳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 결혼을 하겠다고 통보가 왔다. 우리 가족들은 대 혼란에 빠졌고 아주 잠시의 가족회의 끝에 나 혼자만이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결론짓고 말았다. 이유는 집안 대식구들이 결혼식에 참석하기에는 그 당시 비행기 티켓 값이 정말 '어마무시' 했기 때문이다. 2주간의 결혼식 휴가를 떠난 나는 그곳의 결혼식문화에 크게 낙담했었던 기억이 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밤을 새워 파티를 한다는 전통적인 캐나다 결혼식 문화를 열심히 공부를 해서 나름의 드레스도 준비했었다. 그런데 그런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결혼식 당일 간략하게 신부화장을 하고 마켓에서 샀다는 드레스를 입고 차에 오르는 동생의 모습에서부터 나는 서글퍼지기 시작했다. 낯빛이 변해가는 나를 동생은 열심히 다독거려줬다. "이곳 사람들은 다 이렇게 한다"고. 결혼식장에 도착한 나는 더욱 비참해졌다. 내가 생각한 결혼식장은 우리나라의 웨딩홀 정도를 예상했건만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시청. 그날 동생말고도 다른 커플의 결혼식이 있었는지 시청 앞마당에서 신랑신부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시청 안으로 들어선 후 결혼식 전용이라는 어느 방 앞에서 초조해하며 기다렸다. 호출이 되자 단 몇 분 만에 결혼식이 끝났다. 정말 누추했고 정말 허무했다. 그 방은 정말 아주 작고 결혼식이 이뤄지고 있다는 아무런 장식도 없는 그냥 골방이었다. 어떤 남자가 나왔고 몇 마디 대답 끝에 사인을 하자 결혼식이 끝났다. 눈물이 나왔다. 신부인 동생이 들러리 겸 증인으로 참석한 나를 또 다독였다. 자기는 "괜찮다"고. 결혼식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한다고 이동한 공원에서 또 다른 신랑신부를 만났다. 그곳에 성당이 있었고 결혼식 참석을 위해 많은 하객들이 한껏 멋을 내고 리무진에서 내리는 모습이었다. 맞다. 내가 그리던 동생의 결혼식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성당이나 결혼식에서 평범하게 이뤄지는 모습. 동생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곳의 '결혼식 양극화 현상'이란다. 서민들은 대부분 결혼식 비용을 아끼기 위해 시청에서 간소하게 결혼식을 하는 반면에 성당이나 교회에서 멋지게 결혼하는 커플도 있다고 말했다. 하루에 아주 다른 결혼식 문화를 체험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는 내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서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는 '스몰웨딩'(작은 결혼식)을 나는 10여 년 전에 이미 그곳 사람들은 실천하고 있었던 결혼식 문화를 경험하고 돌아온 것이다. 이런 흐름은 원민-이나영, 이효리-이상순, 김태희-비 커플들이 호화로운 결혼식이 아닌 스몰웨딩으로 일반인들까지 결혼 문화가 조용하고 소박하게 바뀌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결혼식 자체도 '작은 결혼식' 또는 '호텔 결혼식'으로 양극화되어가고 있지만, 웨딩홀 대신 레스토랑이나 공원 등 생활주변에서 가까운 지인만 초대해 식을 올리는 '작은 결혼식'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으며,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또한 간소화·최소화 추세다. 사실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면 '작은 결혼식'과 '스드메'는 부모의 힘을 빌리지 않는 한 젊은 사람들에게는 초현실적이고 경제적인 결혼식 문화다.

한때 '웨딩의 메카'라 불려온 서울 강남 지역의 웨딩산업이 1년 새 31.9%가 문을 닫았다. 비혼이나 만혼의 풍조가 1차 원인으로 통계청 조사 결과 2006년엔 33만 쌍이 결혼했지만 지난해엔 28만1600쌍으로 감소했고, 정부 지원도 활발해져 결혼식 장소로 개방된 공공시설은 2013년 132곳에서 현재 231곳으로 늘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출산장려책은 '결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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