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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희

세명대 관광학과 외래교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 날리더라/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면/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꽃이 피면 같이 웃고/꽃이 지면 같이 울던/알뜰한 그 맹세에/봄날은 간다."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안방 문가에 기대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연분홍치마"로 시작하여 "해당화 피고 지는"을 미소를 머금은 채 연달아 부르시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주 듣지는 못했지만 가끔씩 노래를 시작하시면 서너 곡을 잇달아 부르시기에 어린나이에 나는 제목도 모른 채 마냥 그 시간이 좋았었다. 이제는 엄마의 흥얼거림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세월이 흐른 지금 '엄마의 인생에서 봄날은 언제였을까'가 궁금해진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말년에 병원에서 보낸 몇 일간의 병상에서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끼셨을 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일만 하시다가 오롯이 쉬신 게 그 며칠은 아닐런지. 허리 수술로 누워만 계셨지만 병상에 누워 피아니스트 유키구라모토의 연주CD를 들으시고는 "세상에 이런 음악도 있냐"며 행복해 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유키구라모토는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인기 절정이던 일본의 피아니스트로 필자가 한참 좋아했던 아티스트다. 엄마의 봄날은 그렇게 갔다. 의술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급작스런 엄마의 생을 이어주지는 못했다. 이제 곧 자목련 꽃잎이 뚝뚝 떨어지던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 날 난 또 '연분홍치마'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있을 것이다.

나는 한 해 한 해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아쉬움을 느낀다. 아마도 욕심을 떨치지 못한 탓일 게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몸은 여기저기 아픈 데도 많이 생길 것이고, 언제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남들이 말하는 소위 '100세 시대'를 기준으로 앞으로 50년은 족히 더 살아가야 할 노후를 생각하면 왠지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마음도 예전과 같지는 않아서 '불끈'하는 열정(?)도 시들어 예전의 그 봄날이 그리워진다. 지금까지 열심히, 후회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한들 나름대로의 아쉬움은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보면 결혼도 결혼할 때가 '때'이듯이 돌아보면 바로 '현재'가 인생의 봄날일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은 크게 변한 것이 없나보다. 세상은 여전히 부정부패로 가득 차 국정과 민심을 흔들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에 '달도 차면 기울고 봄날은 가는 것처럼' 세상의 진리를 망각한 채 봄날을 그렇게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시간만 끄는 작금의 사태는 "기왕 죽는 거 다 같이 죽자"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금 세월호 침몰사건을 필두로, 당사자 합의가 없는 국가적 위안부합의문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드에 관광한파 등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논란과 이슈로 점철되어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대체 대한민국에 진정한 봄날은 언제나 올 것인지, 오고는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러나 지난 한 겨울의 암울함과 아픔은 이 또한 지나가리니 우리에게 봄날은 올 것이다. 다시 오는 봄날에는 사랑과 희망이 가득하기를 소망해 본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꽃샘추위에도 도심을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봄이 성큼 다가온 것을 실감하게 된다. 얼마 전 꽃집에서 축하 꽃다발과 함께 화분을 하나 샀다. 경기불황과 김영란 법으로 꽃집에서 꽃 한 다발 사는 것이 조심스러워진 때이다 보니, 봄을 알리는 전령사 개나리를 비롯해 진노랑 프리지아 한 다발에서 봄을 노래하던 그 때가 더욱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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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