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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희

세명대학교 관광학과 외래교수

어스름한 새벽 작은 뒤척임에 눈 뜬 나는 조용히 어머니의 뒤를 쫓았다. 버릇처럼 그 시간 즈음 눈떠지는 몇 날을 보내면서 문득 식어버린 이부자리에서 어머니의 빈자리를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어디론가 향했고 그곳은 다름 아닌 하얗게 서리 내려앉은 장독대였다. 어머니는 두 개의 양초에 불을 붙인 후 그 가운데 몇 번의 펌프질로 얻은 물 한 그릇을 정갈하게 내려놓은 후 큰 절을 올리셨고 또 한참동안을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계셨다. 어린나이의 나는 처음으로 영문도 모른 체 왠지 모를 숙연함을 느꼈었다. 어머니의 간절함은 무엇이었을까· 그때도 지금도 영문을 모르긴 마찬가지다. 그 이유를 묻기도 전에 어머니는 이십여 년 전 갑자기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업에 실패하신 후 낙향해 쉬는 날 없이 일하시는 아버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식들을 키우기에 벅찬 살림살이의 곤궁함 속에서도 내일의 희망을 위해 촛불을 밝혔으리라...

며칠 전 나는 창덕궁 근처를 지나다 차창을 통해 하늘을 분주히 날아다니는 까치들을 발견했다. 이는 까치가 알을 낳기 위해 미리 집을 짓는 거라고... 이제 큰 추위는 다 지나갔노라고 팔순의 아버지께서 말씀해주셨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창 집을 짓고 있음직한 높다란 큰 나무가 서 있음에도 나는 동의할 수가 없었다. 이상기온 탓으로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이긴 하지만 아직은 한겨울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 겨울은 내가 기억하는 한 최고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내 마음이 그렇고 온 국민이 그러할 진데 어쨌든 겨울은 가고 있고 봄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 봄이라 소리쳐 말하지 않아도..."로 시작되는 용혜원 시인의 '봄이 오고 있다'라는 시가 생각이 났다. 추운 겨울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주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촛불의 향연이 펼쳐지는 광화문을 보며 굳이 봄이라 소리쳐 말하지 않아도 다가올 따뜻해진 봄을 기대하게 된다. 분명 혹독한 이 겨울을 견디고 나면 저 메마른 나뭇가지에도 새싹이 돋을 것이다.

나는 축제가 좋아 축제 현장을 많이 찾아다니는 사람으로서 광화문 촛불집회는 축제로 치면 2016년 아니 우리나라 개국 이래 최다의 인파가 몰려든 최고의 축제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자유표현 의지를 담아 인기게임 캐릭터 분장을 하거나, 어느 국회의원의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망언으로 인해 등장한 꺼지지 않는 LED 촛불, 세월호 아이들의 염원을 형상화한 고래, 현실을 풍자하여 모형 말을 타거나 닭을 패러디한 사람들, 태극기를 든 사람들 등 각양각색의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과 다양하고 기발한 피켓, 그리고 가수들이 분위기를 한껏 북돋았다. 이로 인해 촛불집회의 분위기가 축제 분위기임을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이렇듯 모두가 다 하나가 되어 축제로 융화되어가는 것 같다. 그러나 해외 언론이나 국내 각종 매스컴들이 연일 쏟아내는 축제 같은 촛불집회 찬사에 가려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아직 끝나지 않은 한겨울 세찬 바람에도 충격과 분노, 자괴감에 빠져 두 손 모아 든 촛불(민심)은 여느 때와 확연히 다른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학기 아이들에게 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강조했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이 나라 수장이신 대통령이 "진짜 우리 모두가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고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서로 배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사상을 의심하고,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차이를 틀린 것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언급한 그 이후로 나는 단어 사용에 있어서 조금은 민감해졌다. 제발 몸소 보여주시라. 국민들이 한줄기 희망을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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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