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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희

세명대 관광학과 외래교수

며칠 전 나는 JTBC 방송사 '김제동의 톡투유'라는 프로그램에서 남매상봉이 이루어지는 장면을 보았다. 다양한 연령대의 청중들이 함께 서로의 고민과 걱정거리를 함께 들어보고 의견을 나누는 재미와 의미를 겸비한 프로그램이다. 30여년 전 미국으로 입양 간 누나와 누나의 사진 한 장을 고이 간직해온 남동생의 만남을 지켜보면서 눈물이 핑 돌고 코끝이 찡해져오면서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올랐다.
 
어렸을 적 난 '똑 떨어진 아이'였다. 똑똑해서가 아니라 고집 때문에 손에 들고 있던 찹쌀로 만든 시루떡이 늘어져 떨어진 사건 때문에 붙은 별명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서 돌아오니 집안에 범상치 않은 모습의 손님이 계셨다. 쪽진 머리에 한복을 입으신 그분이 나를 바라보는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올 것만 같았다. 한마디로 너무 무서웠다. 앉으라 하셔서 앉았고 어머니가 보살님이라 부르는 그분께서 쥐어주시는 시루떡을 묵묵히 손에 받아들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치성 드린 영험한 떡이라며 자꾸만 먹으라고 강권하시는 그분의 말씀을 거역하고야 말았다. 당황하셨지만 끝까지 내 고집을 꺾으려는 그분의 기(氣)는 내 손에서 떡이 늘어져 떨어지는 사건으로 인해 "내 평생 너같이 고집 센 년은 처음"이라는 일갈과 함께 '떡이 똑 떨어진 년'으로 일단락되었다. "보살님께서 잘 보살펴주셔야 된다"고 몇 번이고 그분께 당부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내 기억 속 9살 그때의 마음은 그 떡을 먹으면 막내 남동생이 그분의 아들이 되는 줄로만 알았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있은 후 어느 날 밤 부모님의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톡투유 사연처럼 입 하나 덜기 위해 자식 8명 중에서 누군가를 떠나보내려 상의하셨던 것 같다. 그러나 결론은 첫째는 첫째여서 안 되고 둘째는 몸이 허약해서 안 되고 일곱째는 어려서 안 되고, 여덟째는 아들이어서 안 된다고 결정을 내리는 사이 목이 타 들어가던 긴장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유독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많은 것을 보면 꽤나 자극적이고 새로운 일이었던 모양이다. 뇌라는 것이 새로운 자극은 기억이 되고 새롭지 않거나 오래된 것은 버려지고 잊혀진다고 한다. 하루하루 일상이 반복이 되는 나이가 되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일들이 반복된다. 그래서 시간에 비해 기억이 없으니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이 빨리 간다고 느껴지는가 보다. 이렇듯 기억의 단편에서 느껴지는 것이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은 마음의 영역이므로 기억 없음에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움을 느낄만한 '것'을 찾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여행은 뇌에 최고의 자극제일 것이다. 갑자기 떠나게 되는 여행이든, 계획을 세워 떠나는 여행이든 일상을 벗어나는 여행은 설렘 그 자체다. 낯선 여행지의 풍경은 새로운 감정을 자극한다.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에서 벗어난 하늘은 똑같은 하늘이 아니다. 새로운 거리, 새로운 건물,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풍경은 새로운 감정을 자극할 것이다. 여행지에서는 일상에 지친 뇌가 활력을 되찾아 식욕을 자극시키고 감정이 풍부해지며 강철체력이 된다.
 
우리는 종종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한다는 디자이너, 작가, 카피라이터, 프로듀서, 건축가, 사업가 등 여행을 통해 영감을 받았다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보게 된다. 35세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음악 신동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또한 어렸을 때부터 시작한 작곡 여행으로 여행을 즐기고 그 여행에서 얻는 음악적 영감이 많았단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듯 막바지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하지만 이에 질소냐,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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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