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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조

충북대 산학협력 중점교수

이런 주제로 글을 쓰다니 나도 슬슬 나이를 먹어 가는가 보다. 적지 않은 나이에 가정을 꾸리고 아이 키우는데 신경을 쓰다 보니 시간의 빠른 흐름이 새삼스럽다. 1년에 한 번 쓰는 사업보고서 작성 철이 돌아온 것으로 또 1년이 흘렀음을 느낀다. 웬만한 영화 시나리오는 저리 가라며 온갖 매체의 1면을 책임지는 요즘 국내 정치 얘기며 생각할수록 안타까움이 앞서는 한국 경제 얘기를 주위 사람과 나눌 때 전에 없이 말이 많아지고, 소소하게 책임질 일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을 느낄 때, 내가 나이 들어감을 느낀다! 몇 해 전부터는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류의 표현을 하는데 문득 문장 속의 '덕(德)'이라는 글자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내가 가정을 꾸리고 나름 소소한 행복들을 느끼며 살아가는 지금의 상황이 오로지 나의 노력 때문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필자가 담당하던 강의에 특강 연사로 와주셨던 오창산업단지 소재 중견기업의 어느 부사장님께서 대학생들에게 하였던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배움을 마치고 회사에 취직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느끼게 되는 어려움의 이유가 무엇일 것 같으냐는 물음이었다. 그 분 말씀은 대학생활까지는 대부분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일방적인 지원을 받으며 나름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오던 삶이었다면,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은 도움을 받는 삶에서 완전히 탈바꿈하여 도움을 주어야 하는 입장이 되는 것이기에 사회생활의 첫 걸음이 힘들게 느껴진다는 요지였다. 즉 그 동안 권리로 누리던 모든 것이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나의 의무로 바뀌기 때문에 힘들다는 것이었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그와 같은 의무,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리라.

지금까지 남이 베풀어준 덕을 많이 받았는데, 나는 어떠한가· 나는 덕을 잘 베풀고 있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주위 사람, 주위 조직으로부터 받았던 그 수많은 덕을 마치 내가 당연히 받아야 할 대가라고 계산하고 있지는 않는가· 권투 경기가 끝날 때 대부분의 선수들은 자기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며 세레모니를 한다. 내가 맞은 펀치보다 내가 때린 펀치가 더 기억에 남고 당연히 두 선수 모두 자기가 더 많은 유효 펀치를 날렸으니 자기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같은 이치로 덕을 베푸는데 자기가 더 많은 덕을 베풀었다고 계산하는 순간, 그 순수했던 의미는 왜곡되고 인간 특유의 '섭섭증'이 발병된다.

덕을 나누고 베푸는 '덕분(德分)'은 권투 경기가 아닐 것이다. 누가 덕을 더 베풀었는가가 아니라 덕을 베푸는 그 순간의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 결과를 기대하지 말고 오로지 자신의 순수의지로 베풀어야 할 것이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부디 모든 국민이 덕을 베풀고 나누는 그 초심을 잃지 않길 기대해 본다.

덕은 여러 모습으로 표출될 수 있겠지만, 본디 그 근본은 타인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 농민은 건강한 먹걸이 생산으로, 교사는 꿈을 꿀 수 있는 인성이 바른 아이를 교육하는 것으로, 생명을 구하는 사람은 자기의 실력을 쌓아 인간에게 가장 고귀한 생명 내지는 건강을 선물하는 것으로, 나라를 지키는 군인은 그 충성과 용맹으로, 정치가는 국가 발전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을 대변하는 행위를 통해 덕을 쌓아야 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어찌 생각하면 덕을 베푸는 행위가 가장 쉬울지도 모르겠다. 타인을 배려하며 자기의 본분을 다하는 것으로 덕을 쌓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쉬운 것이 어디 있을까·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이런 기본이 지켜져서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더 많은 '덕분(德分)'이 실천되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꿈꾸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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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