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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조

충북대 산학협력 중점 교수

1970년대 중반으로 기억되는 어렸을 적, 시골 비포장 신작로에서 동생과 흙 놀이를 하고 있을 때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었다. 어떤 서양인 가족이 처음 보는 독특하게 생긴 자가용을 타고 우리 옆을 지나가는데, 그 가족 중 우리 또래로 기억되는 아이가 차안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만, 저 아이가 우리랑 놀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때가 잊히지 않는 걸 보면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이 참 생소하고 신기하게 느껴졌던 듯하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처음 보는 서양 사람이었을 것이다. 거기다 내 또래의 아이까지 포함된 온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임에도 불구하고 저 서양인 가족은 어떻게 우리나라의 이런 시골에, 도로 포장도 되어 있지 않은 흙길을 따라 저렇게 어린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아마도 가족이 함께 자가용으로 여행한다는 것이 낯설면서도 부럽다는 느낌이 컸던 듯하다.

우리나라가 발전한 덕분에 요즘은 저 반대일 법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학생들을 인솔하여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을 몇 번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때마다 학생들에게 이런 옛날 얘기들을 들려주며 학생들이 스스로 느끼는 것보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발전한 나라인지 몸으로 체험해보라는 말을 하곤 했다. 현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의 어릴 적 모습을 보았던 것도 같다.

기회가 된다면 내 아이를 데리고 다시 한 번 그런 곳을 여행해 보고도 싶다.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불과 반세기도 안 되는 시간 동안에 우리가 이렇게 변화했는지 아이가 느끼도록 하고 싶다.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다는 사실과 세상이 생각보다 좁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싶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 가족은 여행을 무척 즐기는 편이다. 동시에 여행의 준비도 즐긴다. 여행지에서의 즐거움도 크지만, 출발 전의 흥분감도 우리 가족을 깨어있게 만든다. 마치 여행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 칼럼이 신문의 지면에 인쇄 될 때쯤이면 우리나라의 새로운 대통령이 결정되어 있을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은 부디 임기를 마치고 나서도 예쁜 뒷모습으로 기억되는 대통령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우리 역사에 뒷모습까지 예뻤던 대통령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보는 관점에 따라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어떤 후보가 당선이 되었든,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하는 우리의 새 대통령에게 즐거운 여행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하는 순간 이미 여행은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막상 여행을 하는 도중에는 길을 잃고 헤매거나, 돈을 잃어버리거나, 사람에게 실망하기도 하며 온갖 상황들을 다 접하게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항상 여행을 꿈꾸고 실천한다. 여행이 주는 그 설렘을 한 번 맛 본 이상, 예상되는 많은 어려움들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우리 본성인 듯하다. 막상 시작하면 때론 공허하기도 하고, 이 고생을 내가 왜 하나 싶기도 한 것이 여행이지만, 그래도 출발할 때의 그 설렘 덕분에 우린 여행할 힘을 얻는다.

부디 새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온 국민들이 정말 멋진 여행이었다고,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말 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당신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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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