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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조

충북대 산학협력 중점 교수

얼마 전 미국 북동부 지역을 여행할 일이 있어 렌트한 차로 현지 고속도로를 운전하던 도중 정말 믿어지지 않을 만큼 푸른 하늘을 봤었다. 청명하다고 여겨지는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보다도 훨씬 더 맑고 푸르러서 괜스레 하늘빛이 저래도 되나 질투가 날 정도였다. 새삼스레 원래 하늘빛은 이런 색깔이었다는 생각이 떠오르며 그렇게 깨끗한 하늘 아래 사는 현지 사람들이 부러웠었다.

지난 3월 말, 영국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가 우리나라의 서울과 중국의 베이징, 인도의 델리를 세계에서 공기 오염이 가장 심한 3대 도시로 꼽았다고 한다. 또 다른 뉴스는 한 때 서울의 공기 질이 세계 주요 도시 중 2번째로 나빴다고도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는 미세먼지가 극성인 것이 보통의 일상이 되어 버린 듯하다. 하늘이 회색빛인 것이 정상인 듯 여겨질 정도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공기 질이 이 정도는 아니었던 듯한데,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비록 미세먼지가 극성이긴 하지만 봄이 오는 것이 느껴지고부터 요즘 주말에 가족과 함께 두세 시간 정도씩 도심 하천 길을 따라 걸어보는 것에 은근히 재미를 붙이고 있다.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상당한 거리라고 생각했던 곳들도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고, 막상 걸어서 두세 시간이면 우리가 사는 도시 대부분의 장소를 갈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스럽다. 더군다나 요즘 웬만한 하천은 정비를 잘 해서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에 정말 좋은 환경으로 가꾸어져 있어 산책하기 그만이다. 수년간 매일 차를 몰며 다녔던 길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는 곳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예쁜 곳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미세먼지로 뒤덮인 회색 하늘 아래서도 매화와 산수유, 목련을 시작으로 벚꽃이며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까지 활짝 피어난 모습이 활기차다. 좀 있으면 복숭아, 배, 사과나무도 꽃을 피워 그 활기를 더할 것이다.

이런 봄꽃들의 향연과는 대비되게 요즘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까지도 마치 우리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처럼 사방에서 우리를 옥죄는 듯 갑갑하다. 국내 정치에서 청량감을 맛본지가 언젠지도 모르겠다. 요즘처럼 모든 국제 정세가 우리를 긴장되게 한 적도 드물었던 듯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최선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다른 이에게는 최악으로 비춰지는 현실을 통해 우리 사이에 만연된 양극화의 문제도 읽힌다. 모든 국민이 본의 아니게 정치평론가가 되어 정치를 걱정해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인간 세상은 이렇게 갑갑한데도 하천가에 꽃들은 피고 있다. 정치적 신념이라는 이름 아래 보고 듣기 불편한 온갖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는 지금도, 회색빛 미세먼지가 가득한 하늘 아래에서도 모든 식물들이 때가 되니 묵묵히 자기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보인다. 참 고마운 모습이다.

정치하는 사람들도 때로는 하천 길 산책로를 따라서 동료와 함께 걸어보며 봄꽃에 파묻혀 마음을 열고 대화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비록 미세먼지나 황사가 끼어서 상황이 좋지 않아 보여도 앞만 보지 말고 옆에서 같이 걷는 사람의 눈을 마주쳐가며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면 좋겠다.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 아래서도 꽃은 피듯이,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국민은 어려움을 당당히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정치인들은 부디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미세먼지가 되지 말고 청량한 푸른 하늘이 되어 국민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상쾌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저 회색빛 하늘 너머에만 정답이 있으란 법은 없다. 의외로 문제 해결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당신 옆에서 같이 걷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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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