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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영

증평군 미래전략과장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인 '시경(詩經)' 주송(周頌)편 경지(敬之)에 '일취월장(日就月將)'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찍 취직해서 월급 받아 장가가고 시집가자'의 줄임말이 아니다.

중국 주(周)나라 성왕(成王)이 '스스로 총명하지 못하나 부지런히 배워 익히면 날로 달로 발전해서 학문이 광명에 이를 것이므로 신하들 또한 어질고 착한 행실을 보여 달라'고 당부한 데서 나온 말이다.

글자 그대로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것을 이루고, 한 달이 지나면 크게 앞으로 나아간다'는 말로, 끝없이 노력하면 발전하고 성장한다는 뜻이다.

일취월장이 시간적 개념의 성장과 발전이라면, 공간적 개념의 성장과 발전을 상징하는 것이 '코이의 법칙'이 있다.

'코이'라는 관상어는 어항에 넣어 두면 5~8㎝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 두면 15~25㎝까지 자라고, 강물에 방류하면 90~120㎝까지 성장한다. 그야말로 어항에서 기르면 피라미가 되지만, 강물에 놓아 기르면 대어(大漁)가 된다.

목요일 아침! 환경에 따라 미래가 바뀌고, 어떤 목표를 세우고 어떤 꿈을 꾸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거창한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새 20년 전의 일이 되었다. 제천시에 근무할 때 나는 청주와 제천을 오가는 주말부부였다. 당시 첫째와 둘째가 태어날 때 사무실의 급한 일로 두 번이나 제때 병원을 가지 못했다. 지금도 두 놈은 자기들이 태어날 때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원망을 하곤 한다.

지난해에는 남동생으로부터 "오늘이 형수님 생일입니다"라는 문자 한통을 받았다.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형수님께 전화를 했다. 그런데 아뿔싸! 문자 속 형수는 나의 형수님이 아니라 내 동생의 둘째 형수임을 나의 형수님과 통화를 한 후에야 알았다.

올해는 다이어리에 아내의 생일을 기록 했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아침 출근을 하고난 후에야 생일을 기억해 냈다. 그래도 생일을 기억해 낸 것이 어딘가? 난생 처음 일 법한 아내의 생일에 칼 퇴근을 했다. 퇴근길에 차안에서 생각한 것이 바로 '일취월장'이었고, '코이'라는 물고기였다.

아이가 태어날 때도 일을 핑계로 가지 못했고, 평생 일에 빠져 아내의 생일 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세월이 흘러 이제는 아내의 생일을 스스로 기억해 낼만큼 '일취월장'한 나를 본다. 아마도 그것은 세월이 만들어낸 생활 속 작은 '일취월장'이었으리라.

그리고 늘 가정보다는 일을 우선시 했던 20년 전의 삼엄했던 직장 분위기와는 달리 이제는 새로운 세대들이 즐비한 사무실 환경이 만들어낸 작은 '코이의 법칙'이었으리라.

"올해도 도련님이 문자 보냈지? 케이크는 누가 사준 거야?"라는 핀잔을 듣기는 했지만 퇴근 무렵 "생일도 챙기고, 케이크도 사가지고 가세요" 라고 말하는 청년세대 직원의 충고를 듣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그들과 함께 근무하다가는 내년에는 아마 월취년장(月就年將)! 꽃을 선물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대 간 갈등이 극에 달해있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을 버릇없는 놈 취급하고,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를 꼰대 취급한다.

하지만 기성세대들도 생활 속 작은 것 하나라도 청년세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청년세대 또한 기성세대의 세월에서 묻어나는 말을 귀에 담는다면 서로가 작지만 의미 있는 '일취월장'들을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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