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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영

증평군 미래전략과장

5월은 인연(因緣)의 달이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부부 등 무수한 인연들이 의미를 더하는 달이다.

논어에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그 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뜻이다. 세 사람이 잠깐 길을 갈 때도 스승이 있다는데 하물며 사람이 살면서는 만나는 스승이 어디 한두 명이겠는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1970년대는 수업이 모두 끝나면 청소를 위해 걸상을 책상 위에 뒤집어 얹고 교실 뒤쪽으로 물린다. 그리고 칠판이 있는 앞쪽 공간으로 모여 종례를 했다.

어느 날 종례 시간 친구 한 명이 그만 실례를 하고 말았다. 교실에는 냄새가 진동을 했고, 모두 김 모 군을 멀찍이 피해 앉았다. 그 모습을 본 선생님께서 친구를 놀렸다며 우리 반 모두를 한명씩 앞으로 불러냈고 엉덩이 몇 대씩을 맞았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우리 마을은 학교로부터 가장 먼 곳에 있던 마을로 등굣길은 내리막 길, 하굣길은 오르막길이 많았던 그래서 등·하굣길만 3시간은 족히 걸리는 산 중턱 마을이었다.

중학교 입학을 하고 몇 달이 지났을 무렵 우리 마을에 살던 최 모 군이 학교를 가기 싫다며 땡땡이를 쳤다.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시더니 그 놈 좀 잡아 오란다. 수업을 팽개치고 마을로 갔고 친구를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3일째 되던 날 선생님께서 수업이 끝나고 친구와 친구의 부모님을 만나러 우리 마을로 가셨고, 친구네 집을 방문했지만 선생님도 그 친구 잡아 오기에 실패를 했다.

4일째 되던 날 선생님께서 플라타너스 아래 벤치로 부르시더니 "창영아! 미안했다. 선생님은 마을이 그렇게 먼 곳에 있는지를 몰랐다" 두 번씩이나 마을로 나를 보냈던 것이 못내 미안하셨던 모양이다.

세월이 흘러 최근 선생님께서 교육장님으로 부임하셨다는 소리에 죄송스럽기는 했지만 30여 년 만에 전화를 드렸고 "저 기억하시겠습니까?" 했더니 "사곡리 살던 창영이! 충북 어디에서 공무원 한다는 소리는 들었다. 그래! 니는 그렇고 최○○ 그 놈아는 지금 뭐하노?" 물으시며 "내가 아직도 니 두 번 되돌려 보낸 것 미안해 하고 있데이" 하신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예천에서 김천으로 유학을 떠나 자취를 하고 있던 시절 새벽 5시경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배가 아팠고, 택시에 실려 병원으로 갔다. 맹장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수술 동의서가 필요한데 연락이 닿지를 않았다. 전화기라고는 이장님 댁에 그것도 우체국 교환을 거쳐야 하는 1대가 고작이던 시절이다. 이장님도 들엘 가야 했고, 전화 받을 사람이 없었느니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오후 12시가 다 되도록 수술을 하지 못했다.

그때 담임 선생님께서 수술이 잘 되었는지를 확인하고자 병원에 전화를 하셨던 모양이다. 그런데 아직도 수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시고는 병원으로 급히 오셨다. 수술이 끝나고 들은 얘기다. "얘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하셨단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의 동의서가 아닌 선생님의 동의서로 수술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내게 "함께의 의미"를 가르쳐 주셨고, 중학교 시절의 선생님은 내게 "미안과 감사의 가치"를 가르쳐 주셨고,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희생" 이 무엇인지를 내게 가르쳐 주셨다. 5월이면 생각나는 소중한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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