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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사람들 - '임경옥 족발' 소창수 사장

이혼·사업실패로 폐인상태서 낙향
세 아들 먹여 살리려 '장돌뱅이' 생활
2000년 재혼 아내와 수많은 실험 끝
독특한 족발 맛 내는데 성공
맛 좋고 가격 저렴…전국서 인기

  • 웹출고시간2016.03.17 18:22:31
  • 최종수정2016.03.24 18:57:29

충주시 엄정면 내창시장의 '임경옥족발' 사장이자 5일장 장돌뱅이들의 봉사모임인 충주사랑회 회장, 엄정내창시장상인회 회장인 소창수(59)씨와 소나무(33),서영웅(26) 두 아들이 5일장에서 족발을 팔고 있는 모습.

[충북일보=충주] 농촌의 작은 5일장터를 돌며 족발장사를 하면서 경로잔치 등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봉사를 펼치고, 침체된 장터를 살리기위해 동분서주하는 상인이 있어 귀감이다.

충주시 엄정면 내창시장의 '임경옥족발' 사장이자 5일장 장돌뱅이들의 봉사모임인 충주사랑회 회장, 엄정내창시장상인회 회장인 소창수(59)씨.

소회장은 엄정 내창장을 비롯, 충주전통시장,연수종합시장,원주장 등 5일장터를 떠돌며 좌판에서 족발을 팔고 있다.

그가 파는 족발은 달콤한 살코기랑 쫀독한 껍데기가 적당히 분배돼 맛이 기가막혀 장터 사람들은 물론 일반 주민에게도 인기가 많다.

소위 일반에 널리 알려진 브랜드 족발보다 맛이 있어 일부러 오일장을 찾아 그의 족발을 사가는 사람, 주문배달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회장이 파는 족발은 사연이 깊다.

◇과거를 묻지 말라

인생을 살면서 이런저런 사연 없는 사람 없겠지만 소회장은 젊은 시절 한때 어두운 세계에 발을 담가 가정보다는 큰집(?)을 더 자주 이용했었다.

소창수 회장

5척 단신 작은체구에 짧게 깎은 머리, 상대방을 쏘아 보는 듯한 눈동자, 직설적인 어투에 급한 성격 등으로 첫 인상에도 만만하지 않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다.

소문에 따르면 그는 전국구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장터사람들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 어떻게 살았느냐고 물으면 "더이상 묻지 말라.다 지난간 일이고 지금 열심히 살고 있고 앞으로 사회를 위해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손사레를 친다.

그러다 큰아들이 7살, 둘째 아들이 5살때 첫 아내와 헤어지고 사업마저 실패, 절망의 늪에 빠져 세상을 원망하며 나날을 술로 살아 폐인이 돼 갔다.

이때 두번째 부인을 만나 세째아들을 낳으면서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며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서 새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26년전 경기도 성남에서 당시 5천원만 달랑들고 무작정 떠나 머문 곳이 지금의 엄정이다.가정은 안정을 찾았으나 5식구의 살길이 막막했다.

아내가 시골 농삿일을 도와주고 받은 품삯으로 겨우 애들의 배곯음을 면하는 비참한 생활이 이어졌다.
또다시 화려했던 과거 생활에 유혹을 느껴 밤이면 서울로 올라가기를 몇차례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아내와 함께 내창장에서 잡화를 파는 장돌뱅이 생활을 시작했다.

장돌뱅이를 하면서 채소장수며 도자기장수, 악세사리장수,속옷장수 등 돈되는 것이면 닥치는 대로, 안해본 일이 없다.

그러던중 16년전 아내가 족발장사를 해보겠다고해 집에서 족발을 삶아 수많은 실험 실패끝에 그들만의 독특한 족발 맛을 내는데 성공했다.

아내가 만든 족발은 비록 5일장 좌판이지만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엄정과 충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소문이 났다.

아내의 족발은 거래처를 찾아 다니며 질 좋은 돼지 족을 선별해 매장에서 직접 손질하고, 인공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계피와 천궁,감초 등의 한방재료와 파, 마늘, 특유의 분말가루를 사용해 잡내를 없애 고들고들하면서 맛있다.특히 그날 그날 족발을 삶아 신선도가 높은데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이 즐겨 찾는다.

그래서 아내의 이름을 따 '임경옥 족발'이라고 상품명을 붙였다.

아내의 성실하고 친절한 덕에 장사가 잘됐다.돈도 꽤 벌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족발가게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가족들도 조금씩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던 어느날 밤잠을 안자며 족발을 삶고 장사 준비를 하던 아내가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중 세상을 뜨고 말았다.

또다시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회봉사로 이겨내다

"함께 고생하던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뜬후 인생무상, 공허감이 찾아왔습니다.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이때 맏아들인 성현(35·징검다리봉사회 충주지회장)씨가 족발집 운영을 맡고 나섰다.

사실 성현씨는 어릴때 친어머니와 헤어져 얼굴도 기억하지 못해 새어머니를 친어머니로 여겨 틈틈이 족발일을 도와왔다.

대학교를 간 후에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주말마다 장사를 돕던 그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어머니가 일궈낸 족발가게를 지키기 위해 전수받은 비법을 고수하며임경옥 족발의 명성을 되찾아 이어갔다.

그를 따라 동생들도 함께 장사를 시작했고, 지금은 3형제가 엄정과 충주 등 2곳의 족발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성현씨는 어머니가 처음 가게를 열면서 "가난한 부모의 아픔은 내가 잘 안다"며 지역 학생들에게 매달 장학금을 주는 것을 봤다.그래서 '임경옥 장학회'를 만들어 지금도 수십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소회장도 사회봉사로 아픔을 극복해냈다.

지난2007년 5월11일 5일장 장돌뱅이 12명이 주축이 돼 소외받는 사람들과 생활이 어려운 불우이웃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자며 '충주사랑회'를 발족, 10년째 수십차례 경로잔치며 사회복지시설 순회 봉사활동, 장학금 전달 등을 펼쳤다.

특히 매년 4월21일 충주풍물시장에서 여는 경로잔치에는 충주시내 어르신 3천여명이 참여, 회원들이 찬조한 순대국밥과 족발, 떡, 과자,술 등을 맛있게 먹고 소회장이 친분으로 초청한 인기가수들의 공연을 보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또 노인요양원, 장애인복지시설 등 소외된 곳을 찾아 식사를 대접하고 공연을 펼쳐 위로해주고 있어 소회장은 유명인사가 됐다.

이들의 선행으로 충주시장 표창, 충북도지사 표창은 물론 CJB청주방송 창사 14주년 기념식에서 '가족문화대상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60여년 전통의 내창시장을 살리다

소회장은 지난2014년 내창상인회 회장을 맡았다.

사실 엄정 내창시장은 조선시대 남한강 수운의 중심지인 목계나루와 함께 260여년을 번성해온 시장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이후 산업화로 인한 이농현상으로 지역 인구가 줄고 유통시장이 현대화, 규모화 되면서 쇠락의 길을 걸어 많이 침체된 상태다.

한때 엄정면과 소태면,산척면,금가면,가금면,앙성면,원주 귀래면 등 충주 북부지역의 중심 상권 역할을 해 3,8,13,18,23,28일 장날이면 장삿꾼과 장을 보러온 주민 등 수천명이 벅석거리던 장터다.

특히, 우시장이 있어 큰 돈들이 오갔고, 소머리해장국과 선지국밥 등이 허기진 장꾼들의 배를 채워주던 인기 장터였다.

이제는 장날 그 많던 장돌뱅이들도 없고 몇몇 노인들만 찾는 시골장터가 돼 버렸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소 회장은 지난2014년 내창상인회 회장을 맡아 260여년의 화려한 역사를 되살리고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상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각종 아이디어를 내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5월에는 농촌지역 특성을 살려 '엄정 내창장 모종축제'를 만들어 히트를 쳤으며, 충주시씨름협회장배 장사씨름대회를 열고, 충주사랑회 경로 효잔치를 열어 인산인해를 이뤘다.당시 인기연예인들의 축하공연과 경품추첨 등을 위해 7천여만원이 소요됐는데, 소회장 사재 출연과 상인회원들의 협조, 충주사랑회 회원들의 봉사로 거뜬히 치러냈다.

특히 매월 3일은 '내창장보는 날'로 정해 충주시내에서 내창장을 보러온 소비자들에게 기념품과 경품을 주는 등 이벤트행사를 마련, 시장 활성화에 한몫을 하기도 했다.

소회장은 "이제 내창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올해는 각종 이벤트 행사를 하면서 아쉬웠던 공중화장실과 고객쉼터, 회의실, 카페, 장터 방송국 등을 갖춘 '고객지원센터'를 건립하고, 시설현대화를 통해 문화관광시장으로 만들어 옛 영광을 되살리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07년부터 이어온 충주사랑회 회원들과 함께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더욱 활성화 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주 / 김주철기자 kimjc56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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