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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사람들 - '평양순대' 민성규·김정옥씨

운수대통! 생거진천전통시장 명물
4천원 순대국밥 한 그릇에 고향의정 듬뿍
7년재 노점 상인회 회장…상인들 신망 두터워

  • 웹출고시간2016.01.28 19:19:22
  • 최종수정2016.01.28 20:25:16

민성규씨 부인인 김정옥씨가 손님상에 내놓을 뜨끈한 국밥을 말아내고 있다.

[충북일보] "추운 겨울날 뜨끈하고 얼큰한 순대국밥 한 그릇 먹고 나면 속이 따뜻하고 금방 추위가 싹 가십니다"

영하 15도 이하를 넘나들며 최강 추위가 기승을 부리며 온 세상을 꽁꽁 얼게 했던 지난 25일. 운수대통! 생거진천전통시장 한 켠에 작은 천막 속에서 추위를 녹이기 위해 찾은 손님들에게 연신 순대 국밥을 말아내던 민성규(60)·김정옥(56)부부를 만났다.

이날 운수대통! 생거진천전통시장은 혹독한 겨울 추위 탓에 노점과 방문객 수가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따뜻한 순대국밥 한 그릇이 절로 생각나는 날씨다. 이들 부부는 운수대통! 생거진천 전통시장에서 20년 째 '평양순대'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도 순대국밥 한 그릇에 고향의 정겨움과 사랑을 담아내고 있는 부부는 밀려드는 손님들의 주문을 받느라 연신 구슬 땀을 흘리고 있었다.

'평양순대'의 최고 인기 메뉴는 순대국밥으로 가격은 4천원이다. 점심 한 끼에 7∼8천원을 지출하는 현대인에게는 참 착한 가격이다. 여기에 돼지 막창 순대도 이집 만의 기막힌 맛을 자랑한다. 쫄깃 하고 고소한 막창 순대는 손님들의 막걸리 단골 안주 메뉴다. 맛과 가격에서 재래시장의 정겨움과 사랑이 듬뿍 느껴진다.
이 같이 저렴한 가격은 모든 음식을 손수 만들어서 가능한 가격이다. 국밥집 회장(?)님 격인 민 씨는 "아무리 물가가 올라도 앞으로도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귀뜸 한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재래시장인 만큼 부담 없는 가격에 편안하게 식사를 하면서 함께 시장을 찾은 이웃 간에 다정다감한 얘기꽃을 피울 수 있는 쉼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들 부부가 손수 만드는 순대국밥은 운수대통! 생거진천전통시장의 상인은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명물이다.

◇ 순대로 인생 2막

민성규씨와 부인 김정옥씨가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민 씨 부부의 인생 1막은 평 범, 그 자체였다. 왕년에 배운 목수 일을 토대로 청주에서 15년 간 건축 사업을 했다. 비록 큰돈은 못 벌었지만 그래도 여유로운 생활을 했었다.

그때만 해도 민 씨 부부에게 재래시장은 사람 사는 구경하는 즐거운 곳이었다. 하지만, IMF로 인한 사업 실패로 재래시장은 이제 부부의 삶의 터전이 되었고 20여년의 세월이 지났다.

부부는 사업 실패 후 당시 수입이 괜찮았던 우유팩 수거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장기간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아바이 순대 식당을 운영하던 이웃집 할머니가 기술을 전수해 줄 테니 한 번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때, 부인 김정옥 씨의 머릿속에 활기찬 재래시장의 분위기와 남편과 먹던 순대국밥의 즐거웠던 기억이 스쳐갔다.

"그래, 재래시장에 가면 꼭 있는 순대국밥, 아버지 고향인 개성의 아바이 순대로 다시 한 번 시작해보자" 부부는 마음을 다 잡았다.

당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시기로 남북관계가 호전돼 언론에서 평양이 자주 등장하던 시기였다. 이게 바로 평양순대라는 가게 상호가 탄생한 웃지 못 할 이유다.

당시 2천원짜리 순대국밥으로 부부는 인생 2막을 시작했다.

◇ 7년째 상인회장, 상인들의 신망 두터워

김정옥씨가 순대를 썰고 있다.

부부는 처음 장사를 하려고 진천 장을 찾았을 때 시련의 연속이었다. 인근 상가에서 위협도 하고 군청에 신고하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자식들과 먹고 살아야 된다'는 독한 마음에 이를 악물고 버텼다.

여름엔 새벽 3시, 겨울엔 새벽 4시에 도착해 시장에서 제일 먼저 장사준비를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상인들도 부부의 성실함에 차츰 차츰 다가왔다.

내일처럼 시장일도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상인의 일원이 되어 있었고 지금은 회원수가 300여명, 비회원까지 포함하면 400명이나 되는 운수대통! 생거진천전통시장 노점 상인회의 회장을 7년 째 하고 있다.

지난해 기존 재래시장에서 새 전통시장으로 이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회장직을 내려놓았으나, 상인들의 만류로 인해 임기를 2년 더 연장했다. 상인들의 신망이 두텁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어르신들에게 풍성하고 덤도 드리고 상인들의 정성을 모아 매년 불우이웃돕기를 하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재래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 운수대통! 생거진천전통시장 활성화는 내 마지막 임무

순대국밥을 하고 4년 후 2천원 국밥으로 공중파 방송에도 소개 됐다. 방송을 타면서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찾아 올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런 저런 덕분에 1남 5녀의 다 자녀 가구는 안정을 찾아갔다. 순대국밥으로 재기에 성공하고 빚도 갚고 새 집도 마련했다. 막내딸을 제외하고 모두 새로운 짝을 찾아 줬다.

이들 부부의 마지막 소망은 운수대통! 생거진천전통시장이 활성화 돼 상인 모두 장사가 잘되는 것이다.

운수대통! 생거진천전통시장은 기존 좁은 터에서 지난해 최신식 시설을 갖춘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민 씨는 "새 진천전통시장은 넓은 주차장 등 최신식 시설과 수도권과 가깝고 주변 관광지가 많아 주말이면 서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전국 최고의 재래시장이 될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앞으로 상인들을 대상으로 친절교육과 안심하고 먹고 살 수 있는 재료 구비 등 시장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10년 후 운수대통! 생거진천전통시장에서 4천원 순대국밥의 정겨움을 다시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진천 / 조항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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