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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노연극봉사회, 제2의 인생을 꽃피우다

청주시노인복지관서 결성…70세 이상 배우들로 구성
연극계 원로 민병인 감독 지도 아래 연 10회 이상 공연

  • 웹출고시간2014.05.08 19:21:59
  • 최종수정2014.05.08 19:21:59

청노연극봉사회 회원들이 연습을 마친 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도 연극 삼매경에 빠져있는 배우들은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오직 감독의 손짓만을 주시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들이 연습하는 작품은 유명한 '배비장전'이다.

사대부계층인 배비장이 고고한 척 위선을 떨다 된통 망신을 당하는 장면을 연습하는 중이었다. '배비장전'은 '춘향전', '흥부전' 등과 함께 판소리 열두 마당 속에 들어 있는 판소리계 소설이다. 배우들은 하나같이 70세가 넘은 노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바로 청주시노인복지관에서 결성된 '청노연극봉사회'인 것이다.

민병인 감독.

청노연극봉사회 문재순(77)회장은 "연극봉사라는 개념보다는 우리 스스로 즐기는 행복한 무대다. 더구나 우리와 비슷한 연령대의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하다 보니 공감대가 무척 높아 더욱 신이 난다."라며 "나이 먹어 무대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지만 우리고장 연극계의 원로인 민병인 감독님의 지도 덕분에 연극에 눈을 떴다."라고 말한다.

청노연극봉사회는 청주시노인복지관에서 2005년 연극을 좋아하는 어르신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청주시노인복지관 담당자는 "청노연극봉사회원들은 무엇보다도 단합과 참여 그리고 열정이 높았다. 어디서든 초대만 해주면 마다하지 않고 자신들의 공연을 펼쳤다. 주로 복지관 순회공연이었는데 관객들의 호응은 대단했다."라며 "특히 청노연극봉사회 민병인 감독님의 힘이 컸다."라고 말한다.

민병인 감독은 1940년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중과 세광고를 졸업했다. 1961년 충북예술제에서 공연되었던 세익스피어의 작품 '오셀로'에 출연하면서 연극계에 입문했다. '이수일과 심순애', '잃었던 고향' 외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진주개천예술제 대통령상을 비롯해 1985년 청주시 문화상과 전국 연극제에서 '잃어버린 고향'으로 남자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또한 청주소년원 원생들을 대상으로 8년간 연극을 지도하며 교화봉사활동을 한 공로로 법무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으며 한국연극협회 충북지부장을 역임했다.

민감독의 지도로 무대에 올린 청노연극봉사회의 작품은 그동안 모두 5편. 특히 그 중 '울고 넘는 박달재'는 지금도 공연요청이 올 정도로 인기작이다. 연극봉사회 석용무(72)초대회장은 "2007년 인하공대에서 무대에 올린 '아름다운 이별'로 상도 받았다. 연극은 관객들과 직접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우리들 세대의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매번 연극할 때마다 그 배역에 빠져들어 울고 웃는다."라며 "배우 모두가 그때그때 맡는 배역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본다. 살아가면서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청노연극봉사회 회원들이 무대에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청노연극봉사회는 2007년 노인인권연극제에 참가하여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청노연극봉사회는 매년 10회 이상 봉사공연을 한다. 일주일에 2회(월, 목요일), 하루 4시간 연습을 한다. 한 달에 8회, 5년간을 유지했다. 평균연령 76세의 나이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연극을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김태근(73)봉사자는 "연극을 통해서 누군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자부심과 새로운 삶을 살아보는 즐거움이 공존한다. 요양원 등 여러 곳을 다니며 연극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실버기자단 활동도 하며 연극봉사회도 참여하는 한창수(78)봉사자는 "연극을 통해 즐거운 노후를 영위하고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인공이 되고 싶다. '울고 넘는 박달재'나 '진주라 천리길' 같은 연극에서 경찰이나 검사역을 주로 맡았다. 나이 들어 연극연습을 하면 치매예방에는 그만."이라며 껄껄 웃는다. 윤나쓰(78)회원 역시 "여성 역할도 하지만 남자역도 하게 된다. 난생 처음 '의사' 역할을 해보았는데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대사 외우기가 힘들어 주로 단역을 한다."라며 겸손해 했다.


'아름다운 이별'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 역을 맡았고, 고려장을 주제로 한 연극 '너도 늙는다.'에서는 저승사자 역을 맡은 조남현 봉사자는 "저승사자의 역할이 좋았다. 한순간이지만, 내가 신의 대행자가 되니 신바람이 났다."라며 곱게 웃었다. 이방 역을 맡은 홍기자(81)봉사자는 "연극을 시작하면서 삶의 의욕이 더 생겼다. 걸어 다니면서도 대사를 외운다. 재미있다."라고 말한다.

인생의 황혼기에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는 이들의 몸짓에는 생기가 돌았다. 그 생기에는 봉사라는 따뜻함과 연극이라는 재미가 뭉쳐진 삶의 에너지였다.

/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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