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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자원봉사센터 '행복목도리' 손뜨개 봉사단

지난 3월 발족 …봉사센터 카페 '느티나무'서
오는 11월 노인들에 전달할 목도리 손뜨개질

  • 웹출고시간2014.04.10 18:28:55
  • 최종수정2014.04.17 19:50:58

거짓말 같은 봄이 왔다. 두꺼운 옷을 벗어던지고 입은 가벼운 옷이 반가운 계절이다. 어른들이 흔히 좋은 사람을 빗대어 '봄날 같은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 따뜻한 봄의 햇살로 촘촘히 뜬 '행복목도리'가 봄을 더 포근하게 만들고 있다. 청주시자원봉사센터는 지난달 '행복목도리 손뜨개 봉사단'을 발족했다. 추운 겨울날 삶이 힘겨운 이들이 봉사자들이 만들어 준 '행복목도리'를 두를 때마다, 봄의 다사로운 기운이 톡톡 튀어 위로하리라. 청주시 자원봉사센터 카페 <느티나무>에서는 봄볕이 올마다 스민 목도리를 뜨느라 봉사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목도리를 정성껏 뜨고 있는 봉사자들의 손등에 봄의 햇살이 얹어져 있다.

'눈에 띄는 대로 다 가두어 놓으리라. 졸졸대는 개울도, 종알거리는 멧새도 눈 부비는 토끼도……난만한 이 녘도, 가련한 저 녘도.'

-임영준 시인의 <3월의 꿈>中에서

시인의 말처럼 보이는 대로 모두 가두어서, 봄의 화사함 그대로를 목도리에 담아두고 싶은 심정이다. 다시 겨울이 오고, 목도리를 받은 어려운 이들은 그들의 따뜻한 손길에 담긴 봄의 향기를 느끼지 않을까.

"매일 오지는 못하지만, 틈만 나면 느티나무 아래서 뜨개질을 한다. 좋은 마음으로 하니 힘든 부분보다는 즐거운 마음이 앞선다. 농사를 짓고 있지만, 아직은 바쁘지 않다. 덕분에 밤낮으로 뜨개질을 한다. 추운 겨울, 내가 뜬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어려운 이웃을 생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져 온다"

행복목도리 봉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조영식(58)봉사자의 말이다. 뜨개질은 인고의 시간을 엮는 일이다. 방심하다 한 코만 잘못 떠도 다시 풀러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뜨개질의 매력은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중독성이 있는 일이다. 이필수(62)봉사자는 "뜨개질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가야한다. 봉사라는 속성과 무척 닮았다. 자원봉사도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가야한다.(웃음) 중간에 멈추면 어쩐지 이상하다"라며 "처음에는 환경수세미를 만드는 봉사를 시작했었다. 그러다 사무국장님이 함께 목도리를 떠서 어려운 노인들에게 제공하자는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친구 장혜원씨와 함께 시작했고, 점차 주변에 뜨개질 잘하는 봉사자들을 모았다"라고 말한다.


뜨개질은 14세기경 북유럽의 항구 도시에서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고 일하는 남편들을 위해 부인들이 옷을 뜬 데서 유래했다. 수백 년이 지난 요즘도 손뜨개로 만든 목도리와 니트, 장갑은 대표적인 겨울 선물로 사랑받고 있다. 대부분 뜨개질은 자신이 입는 옷이라기보다, 누군가를 위해 뜨는 경우가 많다. 완성품이 되기까지의 모든 시간과 정성이 오롯이 담겨있기에 뜨개질은 더욱 가치가 있고 귀한 행위가 아닐까.

"취미활동으로 오전에 탁구를 즐기고 오후에 느티나무에 들러 뜨개질을 한다. 원래 뜨개질을 좋아하는 편이다. 내 가족을 위해 뜨는 뜨개질도 행복하지만, 어려운 이웃이 내가 만든 목도리를 두르고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뿌듯하다"

행복목도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유경란(50)봉사자의 손은 대화하는 중에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어디로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버리면 좋은 봄날에 봉사자들은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행복한 상상여행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완성된 행복목도리는 약 50개소(동주민센터 30개소, 면사무소 13개소, 생활시설 7개소)에 600명의 홀몸 노인과 생활시설(장애인)에 오는 11월초 배분할 예정이다.

청주시자원봉사센터 장홍원 센터장은 "홀몸 노인들은 무엇보다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한다.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온정을 담은 목도리로 어르신들께서 푸근한 겨울을 날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앞으로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지속적으로 행복목도리 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다"라고 말한다.

/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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