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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한국교통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증평도서관이 개관을 했다. 나의 고향인 작은 읍 소재지에 아름답고 훌륭한 도서관이 생겼다. 기적의 도서관을 지어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서 딸아이가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리 동네에도 저런 거 하나 있으면 좋겠다" 교환교수로 미국에 있을 때 아이들과 함께 동네 도서관엘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도 방문하며 그때 만들었던 회원증으로 종종 이용하며 늘 감사하고 부러운 마음으로 돌아오곤 한다. 그런데 그런 게 하나 생겼다. 누구나 드나들며 기쁨을 누리기를 기대한다.

초등학교 다닐 땐 자유 교양 활동을 통해 독서목록을 주고 읽게 하는 어린이들의 독서 함양활동이 있었다. 나도 그 모임에 뽑혀 열심히 책을 읽고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으로는 '흥부전', '심청전', '징비록'…. 징비록은 나중에 이해했지만 초등학생 때에는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그때에 내 친구 녀석은 그 덕에 청와대도 다녀오고 그놈의 인생이 바뀜을 우리 친구들은 잘 알고 있다. 그 녀석은 지금도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진지해진다.

고3 말년에 대학 합격 후 대학입학 때까지 내겐 시간이 너무 많았다. 집안을 둘러보아도 볼만한 책은 거의 없었다. 성경책 말고는. 성경은 왠지 어렵고 읽기가 힘들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누나에게 편지를 했다. 나보다 세 살 위인 누나는 여상을 나와 서울에서 어렵게 살고 있었다. 책이 몇 권 소포로 배달되었다. 약 10권되는 그 책들이 나를 오늘날 평생 책을 가까이 하고 사랑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군대에 있을 때 참으로 무료했다. 정말 나는 군인인가? 용감하지도 못하고 싸움도 잘 못하는 내가? 남들이 군인이라고 불러주니 군인인 그런 시간이었다. 여기서도 책읽기가 그리웠다. 평소에는 공부를 안 하다가도 군대에 가면 모두들 책을 읽고 싶어 한다. 갑자기 바보가 된 멍한 느낌,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 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모두 이해할 것이다. 목사님께 편지를 드렸다. 책 몇 권만 보내달라고. 보내주신 문고판 신학도서와 신학자들의 사상서들은 나를 성숙하게 했다. 평생 신앙생활을 하는데 기초를 튼튼히 할 수 있음에 늘 감사드린다.

증평도서관에 한번 가보시라. 한국에서 이만한 도서관이 시골에 생겼음에 참으로 감사한다. 자녀와 함께,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혼자서라도. 이곳 저곳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냥 둘러보기만 해도 재미있고 뿌듯함이 가득할 것이다. 놀이터인지 학교인지. 책을 들고 읽고 싶은 마음이 막 일어난다. 좀 더 여러 곳에 이렇게 좋은 도서관이 많이 생기기를 기대한다.

책속의 주인공을 인생의 롤 모델삼아 꿈을 이룬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은 어릴 적 꿈꾸고 뛰놀았던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조교시절 교수님께 어떻게 하면 교수님처럼 공부를 잘 할 수 있느냐고 여쭈었다.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환경이라고 하셨다. 다음이 노력, 그다음은 지능. 지금 자녀들의 환경은 어떤가? 우리의 어린 시절 우리 주변의 환경은 참으로 어렵고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모두들 힘들었다. 먹고살기가 목표라서 공부 잘하는 아들딸도 상급학교엘 보낼 수 없었으니. 먹고 살만한 이즈음엔?

나이가 먹으면서 그렇게 열심히 구입하고 읽고 정리하던 것이 다소 게을러진 나 자신을 보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질책한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함께, 책과 함께 친해지며 자연스럽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자라나야 할 것이다. 청소년기는 좀 더 치열하게 독서하며 사유하고 비판하고 통찰력을 길러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을 통해 얻는 것이 많고 다양함을 깨닫게 된다. 참으로 다양한 삶들의 모습을 책으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만남과 대화, 교제를 통해 인생의 깊은 면을 이해한다. 그래도 기저에는 독서를 통한 생각의 힘을 결과임을 부인 할 수는 없다.

어릴 적 동네 도서관에서 뒹굴며 읽고 읊조리던 책의 조각들이 훗날 어떻게 맞춰지고 열매로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에디슨이 발명왕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학교를 퇴학하고 엄마와 함께 동네 도서관에서 매일 읽은 책의 열매이었음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동네 도서관엘 가보자. 전화기만 가지고 노는 애들 어른들을 바라보며 참으로 씁쓸하다. 전 국민이 스마트폰에 끌려 다니는 불확실한 현실을 타개하기위한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 사람이 자산입니다.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그의 미래 방향이 달라진다. 친구를 보면 그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책속에서 주인공을 만나고 친구도 만나고 작가도 만나고. 그리고 책을 사주는, 책을 권해주는 멘토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자산입니다. 당신에겐 그런 자산이 얼마나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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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