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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한국교통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어릴 적 방학숙제에는 어김없이 방학계획 세우기, 일기쓰기 등이 있었다. 그래서 접시 큰 것을 가져다가 지난 달력 뒷면에 대고 원을 그린 뒤 자를 가지고 하루가 24시간이니 24칸으로 나눠놓고 고민을 한다. 가장 쉬운 잠자기부터 8시간 정도. 그리고 밥 먹기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는 고민이다. 더 채울 것이 없다.

학생들에게 같은 과제를 준다. 하루를 15분단위로 계획을 세우라, 실행한 것도 똑같이 써보라. 그것을 기초로 하여 다음 주간 계획을 다시 세우라. plan-do-see(replan) 과정을 한 학기 동안 주문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할 것이 없단다. 시간은 많은데 할 것이 없다. 이게 말이 되는가? 모두들 바쁘다고 하는데 실상은 그냥 바쁜 것이다. 딱히 무엇을 하느라 바쁜 것이 아니라 시간을 죽이느라 바쁘다. 시간을 살리자. 숙제만 하다가 학기를 마치는 학생들은 성적이 좋을 리 없다. 성취감도 낮고, 자신감도 없다. 자기가 자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교수님이, 숙제가 그를 인도한다. 한학기의 목표를 정하고 독서할 도서목록을 정리하고, 여행할 곳을 정하고, 다이어트를 위한 걷기 및 운동시간을 정하고, 영어 토익점수도 목표를 잡고 집중하는 학생들과는 다르다.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바빠야 산다. 그리고 정확해야 한다. 몇 번씩 수정하고 보완하고. 하루 24시간, 일주일이 모자라 월화수목금금금요일만 있던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사업이라는 영어단어는 비즈니스(business) 아닌가? 혹시 부탁할 것이 있다면 바쁜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다. 그 사람은 어느 정도 계획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일을 잘하면서 바쁜지 아니면 못해서 바쁜지 주위에서 보면 안다.

생산적으로 바쁘려면 다음과 같이 해보라. 먼저 꼭 해야 하는 것을 적으라. 다음에는 하고 싶은 것을 적으라.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이것들을 적절히 채워 넣으면 계획은 된다. 문제는 계획대로 실천하는 것인데. 잘 안 된다. 15분단위로 한 것을 적어보니 정말 내가 하루 중에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적나라하게 보인다. 낭비하는 시간이 이렇게 많은가? 하며 놀란다. 그냥 낭비되는 시간만 확인해도 잘한 것이다. 숙제는 낭비되는 시간에 다른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출소한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도 대체할 다른 일이 없어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강력한 습관화 된 인간의 회귀본능이다. 일단 시작하자. 이제 1월이다. 행동화하면서, 운동을 하기로 했으면 일단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보라. 따뜻한 햇살이 반갑고 전혀 다른 세상이 나를 반길 것이다. 때론 낯설고 서투르지만, 불편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실행하라. 미국 텍사스 주에서 한사람이 땅을 파고 파도 안 나와 남에게 팔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땅을 산 사람이 조금 팠더니 석유가 펑펑 나왔다는 일화가 있지 않은가! 포기하고 싶을 때 그때가 고비, 잠시 숨고르기하고 일신하여 새롭게 시도하라. 반드시 효과 있으리.

해야 할 일(의무)은 쉽게 적을 수 있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희망사항)은 시간내기와 계획세우기가 쉽지 않다. 자기계발을 위한 독서 10 권하기, 가족들과 한 달에 한 번 외식하기. 가족과 어르신들께 감사와 사랑의 편지쓰기, 가족 여행가기, 체중 5kg 빼기, 그런데 해마다 계획을 세워도 달라지는 게 없다. 그래도 그나마 계획세우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여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시간을 사용하여 계획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독서를 위한 책 10권 제목을 정해야 할 것이고 언제 읽을 것인지, 하루에 몇 쪽씩 읽을 것인지 등을 자세히 적어 놓으라. 체중 감량을 위해선 어떤 운동을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인지 적으라.

거창한 계획을 세우면서 사소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작은 것 하나라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나가기를 원한다. 당신의 작은 행동이 한 사람을 위해 사용되었다면 결코 낭비가 아니리라. 공기가 어제의 공기가 아니고 나도 어제의 내가 아님을 우리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좀 더 원숙하고 인자하고 온유한 어른으로 자라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칭찬하고 격려하며 또 한 해를 살아가야 할 것이다. 주어진 우리의 현장에서. 우리의 시간을 살립시다. 당신의 계획은 이미 성취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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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