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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여름 - 또 다른 신전, 앙코르 톰

관세음보살의 얼굴엔
천녀의 미소가 머물고

  • 웹출고시간2010.05.26 19:13:0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영화든 소설이든 전편을 압도하는 후편은 그리 흔치 않다. 2탄 또는 속편은 처음부터 기획되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전편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제작된다. 그러나 앙코르 제국의 문화는 후편에 속하는 앙코르 톰의 위용이 전편인 앙코르와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두 사원은 앙코르 문화의 쌍벽이다. 앙코르 유적에서는 자야 바르만, 수리야 바르만, 인드라 바르만 등 '바르만'이라는 칭호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 '바르만'은 국민의 수호자라는 뜻으로, 즉 왕을 일컫는다. 서양의 '킹'이나 몽골의 '칸'에 해당하는 말이다.

앙코르 문명은 앙코르와트를 건설한 수리아바르만 2세 때 꽃을 피웠고 자야바르만 7세라는 걸출한 인물을 배출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였다. 그의 시대에 왕국의 영토는 타이(태국)와 베트남 일부를 포괄할 정도였다. 자야바르만 7세는 선왕의 위업을 이어받아 앙코르 톰(대왕도)이라는 왕궁을 다시 지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창덕궁에 버금가는 경복궁을 지은 셈이다. 앙코르 톰은 한 변의 길이가 3km나 되는 정사각형의 거대한 도성이다. 중앙에는 세계의 중심을 상징하는 바이욘 묘(廟)를 배치했고 주변에 바푸온 사온, 타프롬 사원, 코끼리 테라스, 피미아나카스, 레페르왕의 테라스 등을 지었다.

문은 5개인데 문 자체의 조형물도 어마어마하다. 힌두신인지, 부처인지 알 수는 없으나 큰 입을 벌리고 있는 도성 입구의 조형물은 죄인을 문초라도 하듯 위압감을 준다. 다리 난간에도 거인상 등 기괴한 석상들이 도열하며 천국의 수문장인 듯 관광객을 감시한다. 앙코르와트가 힌두교 콘셉트로 지어졌다면 앙코르 톰은 불교 콘셉트가 강하다. 엄격한 계급사회를 이뤘던 당시, 자야바르만 7세는 그 계급을 타파하고 왕권 투쟁에서 승리하며 왕에 올랐다. 자신은 귀족이었으나 왕비가 평민 계급이었기 때문에 왕권 다툼에서 한 때 밀렸다. 그는 힌두교의 계급을 뛰어 넘으며 불교의 평등사회를 여는 견인차를 자처했다. 따라서 그에 의해 새로 건설된 앙코르 톰은 자연 불교의 이념을 토대로 삼았다.

입구에서 본 바이욘 사원 전경

앙코르 톰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사원은 바이욘 사원과 더불어 타프롬 사원이다. 자야 바르만 7세가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위해 지은 효심의 사원이다. 이곳에는 '통곡의 방'이 있다. 생전에 효도를 다 못한 것이 한이 되어 자야바르만 7세가 가슴을 치며 울었다는 곳이다. 지금도 방 가운데에서 가슴을 치면 그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과학적으로는 공명 현상일 것이나 그냥 설화대로 내버려 두는 편이 자연스럽다. '보석(寶石)의 방'에는 벽면에 수천 개의 구멍이 나 있다. 그 구멍에는 사파이어, 루비 등 온갖 보석이 박혀 부처의 몸을 비추고 있었는데 19세기에 모두 없어졌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식민지 시대를 겪은 터여서 현지 사람들은 프랑스 인의 소행으로 보고 있으나 심증만 갈 뿐 물증은 없다. 보석 건은 아니지만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말로도 앙코르와트의 유물을 밀반출하려다 발각되었다고 하니 이로 미루어보아 강대국의 지배를 받던 당시의 약소국들은 하나같이 문화재 약탈을 당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무화과 나무가 타푸롬 사원의 성벽과 엉켜있다.

타프롬 사원은 천년세월을 이기지 못해 곳곳이 허물어지고 온갖 석재가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다. 높이 수십m나 되는 무화과 나무(현지인들은 스뺑이라 부른다)가 사원의 돌 틈에서 자라나 성벽과 포옹을 하고 있다. 그 천년의 억센 포옹을 누구도 말리지 못한다. 나무 뿌리를 잘라내면 곧바로 성벽이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사원 곳곳을 나무뿌리가 휘감아 사원의 훼손을 부채질하고 있지만 나무 뿌리의 일부를 잘라주거나 성장억제호르몬 주사를 놓는 선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세계문화유산이어서 유네스코에서 복원공사를 감독하고 있는데 기술실무는 일본이 맡고 있다. 돌과 나무가 연리지처럼 응고되어 있는 이곳은 어느새 명소가 되었다. 안젤리나 졸 리(라라 크로포드 역)가 열연한 '톰 레이더(Tomb Raider)'의 여러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다. 우주와 시간의 비밀을 푸는 고대시계와 운석을 둘러싼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또 홍콩영화에도 이곳이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명소는 관광객을 불러들일 뿐만 아니라 영화 등을 통해 촬영세트로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사원의 첨탑에 새겨진 관세음보살상

12세기 말, 자야 바르만 7세에 의해 지어진 바이욘 사원은 앙코르 톰을 대표할 만한 유적이다. 회랑의 부조 규모는 앙코르와트보다 작으나 50여개의 탑으로 이루어진 바이욘 사원은 거대한 첨탑에 부처상을 새겨 흔히 '큰 바위의 얼굴'로 불린다. 그 큰 조각의 주인공에 대해서도 학설이 구구하다. 시바신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자야바르만 2세라는 말도 있지만 전체적인 조형미를 따져본다면 '관세음보살상'이라는 견해가 가장 설득력을 얻는다.

평지에서 그 큰 바위의 얼굴을 보자면 급경사를 이룬 돌계단을 숨차게 올라가야 한다. 부처의 세계로 올라가는데 꼿꼿이 서서 올라갈 수는 없다는 의도에서 그렇게 설계된 것이다. 따라서 관광객들은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서 그 좁고 가파른 천국의 계단을 오를 수밖에 없다. 마치 화양동 서원의 만동묘(萬東廟) 계단을 연상케 한다. 만동묘는 명나라의 신종, 의종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계단의 폭이 매우 좁고 경사가 급하다. 경배에 관한 관념과 의식은 시공을 초월하는 모양이다. 관세음보살의 상호(얼굴)에 천년의 미소가 머문다. 자세히 그 상호를 관찰하면 좌우가 비대칭임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의 얼굴이 비대칭이듯 말이다. 현장에는 압사라 등의 민속 의상을 빌려 입고 기념사진을 무용수 등 현지인과 함께 찍는데 약간의 촬영 비를 내야한다.

바이욘 사원에서 관광객들이 캄보디아 민속의상을 입고 기념쵤영을 하고 있다.

바이욘 사원에서 돌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코끼리테라스, 피미아나가스 사원, 레페르 왕의 테라스 등과 마주치게 된다. 코끼리테라스는 실물 크기의 코끼리 여러 마리를 조각해 놓은 곳으로 전재에 승리하고 돌아오는 군대를 맞던 곳이다. 파리의 개선문과 비슷한 기능을 지닌 곳이다. '에라완'이라고 부르는 머리가 셋 달린 코끼리상도 있다. 긴 코로 연꽃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다.

부처를 모신 법당에서 여인들이 향불을 사르며 합장기도 하고 있다.

피미아나카스는 '하늘의 궁전'이라는 뜻이다. 중앙 탑에 머리가 아홉 개 달린 뱀의 정령이 살았는데 밤마다 여인으로 변하여 왕과 동침을 했다는 전설이 있다. 왕이 동침을 거부하면 재앙이 닥친다는 것이다. 레페르 왕의 테라스는 '문둥이의 왕'이란 뜻으로 자야바르만 7세를 일컫는다. 왕이 행차를 하는데 한 승려가 엎드리기를 거부했다. 화가 난 왕이 그 승려를 죽였는데 그때 승려의 침이 왕에게 튀어 문둥병에 걸렸다는 설화가 내려온다.

현장에는 노로돔 시아모니 캄보디아 국왕이 온다고 하여 일대를 정비하고 있었다. 혼미한 근대사를 겪었음에도 국왕에 대한 존경심은 여전하다. 우리가 묵은 미라클 호텔 로비에도 노로돔 시아누크 전 국왕과 왕비, 노로돔 시아모니 국왕, 훈센총리 부처의 사진을 좌우로 걸어놓았다. 그 오랜 역사의 영욕 속에서도 앙코르와트에 대한 캄보디아 국민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앙코르와트의 모습은 캄보디아 국기의 가운데에 배치되어 있으며 화폐인 리엘에도 인쇄되어 있다. 심지어 일상적으로 마시는 맥주 이름도 '앙코르'이다. 시엠립의 저녁이 되면 관광객들이 식당으로 몰려든다. 식당 중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압사라 춤 공연장'을 갖춘 곳도 있다. 천년의 압사라가 부활하여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춤사위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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