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캄보디아의 여름 - 왕국의 후예들

앙코르와트 유적 주변서 "아리랑~ 아리랑~" 가락이

  • 웹출고시간2010.05.10 20:24:0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앙코르 왕국의 후예들은 그 엄청난 석조 건축문화의 유산을 밀림에 묻어두고 여전히 궁핍한 일상생활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수리아바르만 2세가 지은 앙코르와트나 자야바르만 7세가 타이·베트남에 걸쳐 이룩한 크메르 대 제국은 과거의 영화일 뿐이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흠뻑 적셔주는 동쪽의 메콩 강과 서쪽의 거대한 톤레삽 호수가 있으나 여전히 물 부족에 허덕이고, 강과 호수 사이에 비옥한 퇴적층이 광활하게 펼쳐지고 있으나 개발의 삽질은 툰탁하기만 하다. 석유가 약간 산출되고 있으나 정유시설이 없어 전량 수입하고 있다.

'쌀르'라 부르는 시엠립 외곽의 신시장

정치 체제는 입헌군주국에다 사회주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경제는 자유 시장경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들의 화폐 단위는 리엘(riel)이나 자국민끼리만 통용될 뿐 외국인과는 모두 달러로 거래하고 있다. 가게마다 품목마다 가격표가 모두 달러로 표기되어 있다. 자본주의와 실익 앞에 이데올로기는 옛 이야기가 됐다. 시엠립 외곽에는 '쌀르'라고 하는 신 시장이 들어섰고 밤이면 바나나, 망고, 코코넛 등을 파는 야시장이 불을 밝힌다. 대형 유통구조인 무슨 마트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그러고 보면 특정 이념 앞에 200만 명이나 학살한 킬링필드는 무엇이며 그 대가는 또 무엇인가. 공산주의의 유토피아를 겨냥한 대 학살극이 이제 와서는 부질없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되고 만 것이다.

대다수 농촌에는 수도시설이 없고 집집마다 마당 한 귀퉁이에 웅덩이를 파 놓아 비가 내린 후 고인 물을 한동안 놓아두었다가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한다. 유엔에서 샘 파주기 프로젝트에 따라 펌프를 갖춘 농가가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고온다습한 열대성 기후와 물 부족 영양부족, 그리고 비위생적인 생활로 말라리아, 주혈흡충증같은 전염병이 유행한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툭툭이'가 관광객을 실어나른다 ,

1인당 국민소득 600달러. 우리나라 1960~1870년대 수준이다. 말단 경찰 공무원 월급이 60달러 정도다. 파출부는 월 20~60달러 수준. 관광지인 고도 시엠립에 택시가 없다. 버스 를 이용하거나 오토바이를 개조한 속칭 '뚝뚝이'가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데 '뚝뚝이'의 하루 사용료는 1인당 40달러로 종전 10~20달러에서 껑충 뛰었다. 이곳에도 '앙코르 맥주'를 비롯하여 여러 술이 있으나 낮에는 더운 날씨 때문에 즐겨 마시지 않는다. 한국의 소주와 담배도 판매하고 있다. 한국산 담배는 대부분 라오스에 있는 KT&G 현지공장에서 들여오고 있다. 맥주 소비보다 생수 소비가 많다. 생수를 사려면 '떡'을 달라고 하면 된다. 크메르 발음으로 '떡'같기도 하고, '뚝'같기도 한데 '떡'에 더 가깝게 들린다.

캄보디아 거주 한국인이 최근 부쩍 늘었다. 1990년대에는 200여 명에 그쳤는데 최근에는 3천명 안팎이다. 수도인 프놈펜에 2천명, 관광지인 고도 시엠립에 8백명 정도의 교민이 살고 있는데 식당이나 상업, 무역업, 관광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현지에는 서울 식당, 평양냉면, 늘봄식당 등 한국 식당이 즐비하여 돼지갈비, 삼겹살, 된장찌개 등 우리음식을 별 불편 없이 먹을 수 있다. 한국의 기업도 많이 진출해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매우 우호적이다. 현지의 관광객 중 20%는 한국 관광객이다.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

인천에서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까지 정기 항공편이 운행된다. 관광철인 요즘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다. 앙코르와트나 앙코르 톰 등 유적지 곳곳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행상이나 숫제 구걸을 하는 앵벌이가 한국 관광객만 나타나면 벌 떼처럼 덤벼든다. 행상은 엽서나 싸구려 스카프 등 관광 상품을 팔고 있는데 "1달러, 오빠"하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어떤 아이들은 우리나라 1천원 권 지폐를 들고 다니며 달러와 바꿔 달라고 통사정 한다. 행상이나 앵벌이를 하는 아이들 절반은 맨발이다.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한 아이가 다가와 내가 신고 있는 운동화를 자꾸 만졌다. 신발을 여분으로 갖고 왔더라면 벗어주었을 텐데 그 생각을 미처 못 했다. 지금도 내 운동화를 만지작거리던 그 아이의 눈망울이 자꾸 눈에 밟힌다. 로터리 클럽 봉사활동으로 현지를 찾은 청주지역의 원로 언론인 L씨가 현지에서 바지를 벗어주었다는 얘기도 있다. 현지사람들은 앵벌이 아이들에게 돈을 주지 말라고 충언한다. 동정에 이끌려 자꾸 돈을 주다보면 죽을 때까지 거지신세를 못 면한다는 이유에서다. 식당 앞에 관광버스가 도착하자 20세도 안 된 아이 엄마가 아이를 안고 손을 벌린다.

이곳에서는 16세가 되면 결혼을 할 수 있다. 여자나이 28세가 넘으면 속칭 '노땅'이라 부르는데 이는 우리말로 '노처녀'에 해당하는 말이다. 캄보디아에서는 마치 아기가 아기를 업고 있는 듯한 풍경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는 우리의 시각에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현지에서는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자연스런 모습이다.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와 다문화 가정을 이루는 중요 국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한국 남성과 맞선을 보거나 결혼을 하는 것을 캄보디아 정부가 금지시켰다. 한국 남성 1명과 캄보디아 여성 20명이 집단 맞선을 보는 행위 등에 국가 자존심이 크게 상한 것이다. 앞으로 다문화 가정을 이루는 데는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대등한 절차가 필요할 듯 싶다.

시각장애자들로 구성된 민속악단이 아리랑을 연주한다.

앙코르와트 및 앙코르 톰 유적지 주변에서는 우리의 대표적 민요 '아리랑'을 자주 듣게 된다. 현지인 몇몇이 우리의 가야금이나 해금 비슷한 민속악기로 악단을 꾸렸는데 아침부터 저녁나절까지 한국 관광객만 오면 '아리랑'을 연주한다. 어떤 악단은 시각장애자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국에서 듣는 '아리랑'가락은 또 다른 감흥을 준다. 결국 그 가락에 발목을 잡혀 1~2달러를 듣는 값으로 내놓게 된다. 그럴 때는 그들도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역시 한국인은 쓰임새가 크고 정(情)에 약한 모양이다. 그런 한국인의 마음 한 구석을 인파이팅을 하듯 파고드는데 이를 어쩌랴...어떤 아이는 디지털 카메라로 무장했다. 관광객의 스냅사진을 찍어 번개같이 작은 접시에 구워오니 안 살 도리가 없다. 4달러를 주고 내 사진이 담긴 접시를 샀는데 가만히 보니 테이프로 사진을 접시에 오려붙였다. 10분도 안 돼 사진은 접시에서 뚝 떨어졌다.

지열이 많은 캄보디아에는 수상가옥이 많다. 수상가옥은 지열을 막을 뿐만 아니라 맹수의 침입을 방지한다. 10~20m쯤 다리를 세우고 그 위에 지은 가옥에서 생활을 한다. 우리나라의 원두막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엄격히 따지면 물 위에 지은 것이 수상가옥이나 지상에 지은 것도 다리를 세웠으면 그냥 그렇게 부른다. 수상가옥은 이동이 가능하다. 수상가옥을 싣고 이동하는 트럭이 별도로 있다. 며칠 비우면 집이 통째로 없어지는 수도 있다. 집 도둑 소행이다.

톤 레삽 호수의 수상가옥 퐁경.

시엠립 부근에 있는 톤레삽 호수는 수상가옥의 천국이다. 센 강의 한줄기가 이리로 흘러들어 길이 160km, 너비 36km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를 이루고 물줄기는 이내 남진을 하여 프놈펜에서 메콩 강과 합류한다. 황톳물이 넘실거리는 이 호수 일대에는 2천여 명의 주민이 수상가옥에서 촌락을 형성하며 생활을 한다. 늘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열대에서 담수호 위에 지은 수상가옥은 나름대로 쾌적한 생활공간이 된다. 배 위에 지은 수상가옥은 이동이 가능하다. 한곳에서 살다가 싫증이 나면 닻을 올리고 다른 곳으로 노를 젓는다.

수상가옥이긴 하지만 이곳에는 잡화점도 들어서고 스낵바나 악어농장도 있다. 배를 여러 척 묶어 두면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집회 공간이 된다. 베트남 패망당시, 난민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거대한 베트남 난민촌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 통에 캄보디아 원주민과 갈등을 빚기도 했으나 지금은 융화되어 생활의 터전인 호수를 공유하며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작은 배로 노를 저어 학교에 가고 있으며 물건을 싣고 시장에 가는 아낙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띤다. 우기로 접어들면 톤레삽 호수는 인근의 야산마저 집어삼키지만 평소에는 수상촌의 여러 사람들을 넉넉히 받아들이는 대지의 어머니이다. 호수 위로 해가 진다. 수상 촌 주민들은 또 고단한 하루 일과를 접고 등불을 켜며 내일을 설계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