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간 후 오랜만에 햇살이 내리쬔다. 폭우를 뿌리던 장마는 이제 끝난 걸까. 가슴 아픈 두 주가 지나갔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의 침수 사고로 인해 많은 이들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구름과 비가 무슨 잘못이 있을까. 사고의 배후엔 부정확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의 행동이 숨어있다. 매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풀이되는 건 사회에 만연한 무사안일주의 즉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 자신의 현실만 고려하는 이기적 사유가 팽배한 까닭이다. 불편한 마음을 털며 주황색 시집을 편다. 물에서/숨쉬기는/싫어/더군다나/차가운/물에서/더더군다나/어두운/물에서/발신만 되는/수평선/밑에서/7년이 지났는데도/깜짝깜짝/아직도/무서운 샤워 ─ 장우원, 「그런데,」전문 (시집 수궁가 한 대목처럼, 푸른사상 2022) 짧지만 깊은 시다. 물 안과 물 바깥, 시 속에는 두 개의 세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두 세계에 관여하는 건 사랑과 행복이 아니라 지속적인 악몽과 슬픔이다. 시어를 수직으로 길게 늘여 쓴 건 '깊이'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시인은 행 사이에 또 하나의 행간을 두어 숨 쉴 수 없는 캄캄한 물의 공간을 시각화한다. 그 차가운 공간에 갇힌 화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발신'
몇 해 전부터 농촌에는 우후죽순처럼 농막이 늘어나고 있다. 이동식주택, 컨테이너 형태는 물론, 비닐하우스에 차광막을 씌운 검은 농막이 급속히 늘고 있다. 빈집들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데 조용한 마을 여기저기 어지럽게 농막이 들어서고 있다. 농막이란? 농지법 시행규칙 제3조의2에 "농작업에 직접 필요한 농자재 및 농기계 보관, 또는 농작업 중 일시 휴식을 위한 시설로, 연면적 20㎡ 이하이고 주거의 목적이 아닌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농막은 농지에 설치하는 농축산물 생산시설로 농지의 이용행위로 보아 농지대장 신고 외 전용 허가 절차 없이 설치 가능하다. 이를 악용하여 전국적으로 무분별한 농막이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급기야 감사원에서 칼을 빼어들었다. 감사 결과 조사 대상의 약 36%가 무단 전용, 증축 등 불법으로 확인되었다. 별장은 물론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사용하는 곳도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심지어 어느 곳에는 아예 불법으로 농막 단지를 조성하였다. 농지를 30㎡로 잘게 썰어 농막 400여 채를 분양한 곳도 있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지난 5월 다소 강화된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국민 참여 입법센터 홈페이
주말이다. 지리한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주말이다. 수시로 장맛비가 쏟아지니 특별한 계획이나 나들이를 생각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겨우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만 조심스럽게 하고 있는 수준이다. 오늘도 오전에는 한국어 수업을 했다. 한국어 수업을 마치자 마음이 급해졌다. 이번 주말은 특별한 만남이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이 고향인 통·번역사 선생님으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초대받은 사람은 나와 중국이 고향인 통·번역사 선생님과 둘이다. 우리는 평소 가깝게 지내는 친분이 두터운 사이다. 힘든 일이 있거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때, 때로는 위로가 필요할 때 등 서로 연락도 자주 하고 종종 만나곤 한다. 늘 3국이 만나는 셈이다. 이번 만남은 베트남에서 온 통·번역사 선생님이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시작하자마자 주말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고 서로 시간을 조율해서 날짜를 정한 것이다. 베트남 선생님이 베트남의 음식 중 '분짜'를 베트남에서 요리하는 방식 그대로 요리해서 맛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우리들은 가끔 만나서 한국 음식, 중국 음식, 베트남 음식을 먹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통하곤 했다. 특별히 오늘은 베트남 오리지널 음식으로 '분짜'를 직접…
오래됐지만 2011년 기준 OECD 주요국 월평균 독서량 발표가 있었다. 종이책 기준으로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 , 우리나라는 0.8권 수준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도 연간 성인 1인당 독서량은 2015년 9.1권, 2017년 8.3권, 2019년 6.1권으로 점점 감소 추세로 나온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독서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글보다는 영상에서 정보를 얻는 시대적 변화 뿐만 아니라 아마도 학창시절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 문제풀이 위주의 학습 경험이 책 읽는 습관을 방해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영상으로 제공되는 정보는 직관적이어서 보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장점이 있지만 많은 시청각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오기 때문에 사색하고 내용을 깊이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독서가 집중력, 어휘력, 기억력 등을 높여주는 부차적 효능 뿐만 아니라 자기계발에 최고의 명약임은 예로부터 많은 사례들이 있다. 조선 중기의 시인 백곡 김득신 선생은 10살이 돼서야 글을 깨우치고 돌아서면 까먹을 정도로 기억력이 나빠 어릴적 '까마귀도령'으로 불렸
김영환지사, 충북인의 기개라도 보여라. 도청의 부하직원과 다른 기관의 현장 근무자들은 잘못과 책임이 없다고 말하여, 지사의 위엄과 진정성을 보이시라. 충북은 피할 수 있었던 사고로 인하여 귀중한 14명의 생명을 잃었다. 참사 당일 15일 9시 44분, 김영환 충북지사는 참사 보고를 받고서도 괴산으로 향했다. 사람이 죽어간다거나 사람이 죽었다면 즉각, 오송 궁평2지하차도로 갔어야 한다. 그런데 김영환 지사는 '한두 명 사상자'가 난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에 축사에도 들르고 식당에도 들른 다음 오후 1시 20분이 되어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20일 합동분향소에서 "책임자를 밝히도록 노력하겠다", "사고 현장에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KBS 보도)"라고 발화했다. 재난상황실을 포함한 도청 직원, 도로관리사업소 직원, 시청 직원, 파출소 직원, 소방본부 직원이 감당할 수 없는 구조와 상황이라면, 하급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도지사는 리더로서 자격이 없다. 하급 직원들이 감당할 수 없는 구조나 보고 체계의 문제는 대표자 즉, 도지사의 책임이다. '책임자 발화'는 주체를 타자화하는 심층심리가 드러난 것이며 자신은 책임자가 아니라
2019년 말부터 코로나19로 체육시설이 제한을 두고 운영되었으며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스포츠 대회가 개최되지 못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체육행사로 꼽히는 전국체육대회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개최되지 못했으며 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스포츠대회인 아시안게임 역시 2022년 개최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코로나가 잠잠해지며 국내에서는 2023 소년체육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고 많은 선수들이 2023 전국체육대회를 위해 열심히 땀방울을 흘리고 있으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또한 올해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된다.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의 협력과 문화 융합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국제적인 우정과 이해를 증진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1951년 인도 뉴델리에서 처음으로 개최되었으며 73년의 역사를 가진 아시아에서 가장 큰 국제 스포츠 대회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등 45개국에서 약 1만 여명의 선수 및 임원이 참가하며 40개 종목(61개 세부 종목)에서 482개의 금메달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2위 탈환을 목표로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에 충북의 각
예부터 우리말에 오뉴월 장마라고 했다. 이 말은 음력에 의하여 유래된 말이기 때문에 양력으로 말하면 6월, 7월을 가리킨다. 매년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는 한랭습윤한 오호츠크해기단과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기단의 사이로 생기는 한대전선이 형성된다. 이 전선을 장마전선이라 부르며, 이를 형성하는 두 기단의 세력이 비슷하여 우리나라에 비교적 오랜 기간 정체함에 따라 이 기간 동안 많은 비를 내리게 되는데, 이를 장마라고 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과거의 장맛비는 드물다. 극한호우만 있을 뿐이다. 서울 강남지역 침수 계기로 '극한호우'개념이 등장했다고 한다. 극한호우가 내리면 운전자는 보행자가 안 보이고 차량 와이퍼도 소용없을 정도로 시야 확보가 어렵다. 극한호우는 1시간 누적 강수량 50㎜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 이상이 동시에 관측될 때를 가리킨다. 단,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를 넘을 때는 즉시 극한호우로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매우 강한 비'라고 했을 때의 기준이 시간당 30㎜인데, 극한호우는 2배가 넘는 비를 가리킨다. 극한호우의 증가 추세는 집중호우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 발생일 수는 최근 25년 동안…
"탕건을 쓴 할아버지가 보여." 점쟁이는 나를 보고는 책을 읽듯 읊었다. 어찌 알았는지, 밭은 몸의 그녀는 그 뒤로도 내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삼십 여 년 전, 시어머님을 따라 처음이자 끝으로 점집이라는 곳을 갔다. 시아버님의 병환이 깊어 어디에라도 속 시원한 답을 듣고 싶어서일 게다. 점쟁이는 과연 어머님이 원하는 답을 해 주셨지만, 아버님은 어머님의 원과는 다르게 몇 달 후 세상과의 끈을 놓으셨다. 나의 친정아버지는 원남면 주봉리가 고향이시다. 부유한 집에서 자란 아버지는 글공부도 산꼭대기에 있던 절에서 스님에게 배우셨다고 했다. 소학교도 나오시지 않은 아버지가 제사 때면 한문을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시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존경의 눈빛을 나누곤 했다. 어쩌면 아버지가 한문을 그리도 잘 아시는 데는 아마도 할아버지의 영향이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할아버지는 근동 마을의 서당 훈장이셨다고 한다. 그러니 당신의 아들은 영험한 절집의 스님에게 수학을 맡기셨을 테다. 하지만 그리 부유한 살림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풍비박산이 나고 아버지와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져 이곳저곳을 떠도는 신세가 되고 말
현재 각 기관들은 법정의무교육인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과 사회적 장애 인식 개선교육에 대하여 좀 헛갈려 하는 기관들의사례를 종종 보았다. 그래서 이번호에는 구분하여 정리해 보기로 하였다. "사회적 장애 인식개선교육"은 중앙행정기관이 보건복지부이다. 사업 전담기관은 '한국 장애인 개발원'이다. 사회적 장애인식개선교육의 목표는 우리 사회에 을 키우고 조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장애유무를 떠나 '우리는 모두 사람이니까'라는 관점을 통해 포용사회 실현에 기여한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법적근거로 '장애인복지법' 제25조(사회적 인식개선 등), 제25조의2 교육대상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다. -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어린이집 - '유아교육법'·'초·중등교육법'·'고등교육법'에 따른 각급 학교의 장 -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 교육내용은 1. 장애 및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긍정적 인식 제고 2. 장애인의 인권과 관련된 법과 제도 3. 장애가 가지는 다양성에 대한 존중 4. 장애인의 자율성 및 자립에 대한 존중…
수술만은 면해보려고 동네 병원에 다니며 주사로 무릎관절을 다스렸다. 언제부턴가 주사의 효력도 미미해지고 오른쪽 무릎이 자꾸만 아프다고 투덜거린다. 밀려오는 통증을 호소해 보지만 연골이 닳아서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단다. 열심히 산 것뿐인데 황혼 녘에 수술이라니 만감이 교차했다. 입원과 재활까지의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바쁘게 사는 자식들에게 수술이야기를 꺼내기가 민망했다, 그래도 자식이 최고라 하지 않던가, 큰딸이 이미 엄마의 수술을 위해 한 학기 육아휴직원을 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앓는 병이 관절염이라고 한다. 내 나이 예순일곱, 지금껏 건강했는데 "왜 하필 내 인가"라고 푸념만 쌓인다. 수술 코디네이터의 설명대로 준비물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얼마나 아플까 또 얼마나 무서울까, 합방하는 환자들은 순할까" 쓸데없는 걱정이 걸음을 무겁게 했다. 병실에 짐을 푸니 수술을 하고 재활 중인 환우들이 환영해 주었다. 조금만 참으면 새날이 온다는 둥 퇴원하면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겠다는 둥 서로를 동정하고 가여워하는 동병상련 풍경이다. 수술실로 향하는데 참회의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집도의의…
음성군 삼성면 선정리에 '고태'라 불리는 자연지명이 있다. '괴터, 괴태, 괴테'라고도 부르며 한자로는 '귀대(鬼垈), 귀곡(鬼谷)'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이는 전해오는 자연지명을 음차와 훈차를 이용하여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전해오는 말로는 이 부근에 괴혈(鬼穴)의 명당이 있다고 하는데 이 역시 한자 표기된 지명에서 유추한 것으로 보인다. '괴'를 '귀(鬼)'로 보는 것은 괴산군 청안면 장암리의 '괴터골'과 상통한다고 하겠으며 강원도 동해시 이기동의 '귀터골', 경북 상주시 외서면 대전리의 '귀터골'과도 같은 예라고 하겠다.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과 정선군 임계면 도전리를 이어주는 해발고도 810미터의 '이기령(耳基嶺)'은 '동기(銅基)'의 순수 우리말로 '구리터'가 있던 마을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며 구리터의 중간 자음인 'ㄹ'이 탈락되어 '구이터'가 되고 '구이'가 '귀'로 축약되어 '이(耳)로 표기하였다고 전해지는 등 다른 의미의 지명도 있지만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위치한 '괴밭산' 주변의 자연지명을 보면 '괴박산, 괴톨재, 무당봉, 무당골, 상여바위' 등으로 보아 모두가 '귀신(鬼)'과 연관이 있는 지명임을 알 수가 있다.…
지난달 학술대회 발표를 위해 아프리카의 한 국가를 방문하게 되었다. 아프리카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직항이 없어 반드시 경유해야 했기에 비행시간만 최소 20시간이 넘었다. 출국 2주 전에는 콜레라, 장티푸스, 말라리아 등을 예방하기 위한 주사를 여러 개 맞고 약을 먹어야 했다. 현지에서 생길 "만일"을 대비한 여러 준비물을 챙기는 일 또한 제법 신경이 쓰였다. 한 번도 발을 디뎌본 적 없는 대륙을 가기 위한 준비 절차는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했다.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니 그 지역을 방문할 때의 주의점이 수도 없이 나왔다. 대개는 공포심을 조장하며 겁을 주는 내용들이다. 눈에 띄는 액세서리를 하거나 고가의 옷을 입으면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 화려한 옷차림은 피하라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대단히 화려하고 비싼 옷도 없지만 그중에서도 더 초라한 옷들만 챙겨 넣었다. 출발하기도 전에 벌써 두려움이 밀려왔다. 막상 도착해보니 그곳은 오기 전 겁먹었던 것이 무색할 만큼 평온했다. 그간의 오해가 미안했다. 마음이 놓이고 정도 들기 시작했다. 학회 일정을 마친 후 연구를 위한 현장 조사 차원에서 해당 지역 슬럼 방문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슬럼(slum)은
2000년대 초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트로트 가요가 공전의 히트를 하며 전국의 노래방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요즈음 정치판을 보면서 이 노래 가사를 개사해 불러 본다. "정치는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결론적으로 정치는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직업 정치인들은 오랫동안 정치판에 뛰어들어 나름대로 내공을 쌓으며 정치적인 능력과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자기의 능력과 수완으로 정치를 이끌어 가고 있는 줄로 알고 있고, 자신들이 국정의 오피니언 리더 임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의 현저한 특징은 선거철이 되면 고개를 숙이고, 유권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굽신 거린다. 그러나 선거가 종료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주권자 위에 군림하면서 비정치 집단이 정치 상황에 대해 발언하면 정치 참여라고 갑론을박한다. 원론적으로 정치는 직업 정치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치란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익과 안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는 사회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정치는 직업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고, 그들만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사회적 관계
날씨에 일기예보는 있지만 인생에는 일기예보가 없다. 몇 초 뒤 찰나의 순간에 어떤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이번 집중호우에 귀중한 생명을 잃을 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유가족에게는 일생일대의 엄청난 시련으로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이런 불의의 사고로 겪는 엄청난 시련은 차치하고라도 인생을 살면서 크고 작은 시련들, 나아가 절규하고픈 뼈저린 시련을 겪는 사람은 부지기수이다. 인간은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존재이다. 외부 환경의 변화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에게 이상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반대로 개인을 억압하고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등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어 개인에게 시련을 안긴다. 삶에 절대적인 안정은 없으며 산다는 것은 어렵다. 인생은 평화와 행복만이 아니라 온갖 시련이 점철된다. 인생은 잔잔한 호수가 아니라, 끊임없이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와 같다. 바다의 파도처럼 시련은 예측불허로 수시로 다가온다. 음지는 없고 양지만 있는 삶, 슬픔은 없고 행복만 있는 삶, 시련은 없고 즐거움만 있는 삶은 인간의 삶이 아니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시련
철통 밥그릇 선생질하는 난 깨지지 않는 철통 밥그릇 가졌다나 깨지지 않는 스테인리스 철통 밥그릇을 쥐고 남은 밥 박박 긁어먹다가 보았네, 밥그릇 안에 다닥다닥 모여앉아 올려다보는 말간 밥풀 눈망울들 아, 나의 밥들아! 보시바라밀! 보시바라밀! -시 「철통 밥그릇」 전문 며칠 전 여름방학을 했다. 긴 장마와 더위에 지친 끝이라 방학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지만 이번 여름방학은 그렇지 않았다. 연이어 들려온 비보 때문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급의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여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는가 하면, 교사가 된 지 얼마 안 된 한 새내기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는 참담한 소식이 그것이다.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 경찰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그간 현장에서 겪었던 교사들의 고충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필자 역시도 통제가 어려운 학생과 학부모 민원 증가와 이로 인한 교권 침해 사례를 그간 종종 들어왔다. 예전엔 교사들의 아동학대가 심했다. 언어폭력은 기본이고 체벌도 심했다. 그때는 가정이나 학교나 어디에서든 폭력이 난무했다. 결국 이를 방지하고자 아동복지법이 제정되었고 아동학대를 예
여름입니다. 식중독이 자주 발생하는 계절이지요. 그런데 식중독의 주원인이 채소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연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밝힌 자료를 보았는데 병원성대장균에 의한 식중독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음식 중 비중이 가장 큰 게 바로 채소더군요. 몇 해 전, 식약처는 식중독과 관련해 예방법을 제시하고자 채소 세척 후의 보관 상태에 따른 유해균 변화를 조사했는데, 연구 결과, 씻지 않은 부추와 케일의 경우 냉장이든 실온 보관이든 12시간이 지나도 유해균의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단 한번 씻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세척 후, 실온에서 12시간이 지나자 부추는 병원성대장균의 수가 평균 2.7배, 케일은 폐렴간균이 평균 7배나 증가했습니다. 단, 이때도 냉장 보관 시에는 유해균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식약처는 그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채소 세척 및 보관 시 주의할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실온보다 냉장에서 보관할 것, 유해균의 살균을 위해 염소 소독액이나 식초에 5분간 충분히 담근 후 3회 이상 세척할 것, 세척 후에 절단하되 그 후에는 반드시 냉장 보관하거나 바로 섭취할 것, 부득이하게 실온 보관 시에는 세척 않고…
보은 장날은 1일과 6일이다. 장날은 복잡하다. 예전 보은은 화령, 용화, 청산, 안내 등의 생활권이었다. 장날이면 생필품을 구매하러 나와 지인들과 막걸리 한잔 걸친 촌부, 생선·야채가게에서 흥정하는 아주머니, 만병통치를 외치는 약장사, 야바위꾼 등 부쩍부쩍! 잔칫날과 다름없었다. 시장마다 사람들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 많은 사람들이 밤이 되면 썰물처럼 빠지고 5일 후면 다시 모인다. 세월이 흘렀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주위를 살피던 아이는 환갑이 되어 추억을 더듬으며 시장을 걷는다. 복잡함은 같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상인들이 터를 잡은 동다리 사거리에서 중앙사거리 인도는 노점상이 차지했다. 구제 옷, 꽃과 식물, 과일·야채 등 농산물, 생활용품, 과자, 생선, 모종 등 다양한 제품들이 자리한다. 도로는 무질서하게 정차한 차량과 사람들이 섞여있다. 사람에 의해 등 떠밀려 걷던 시장은 사라지고, 산만하고 어수선하다. 시장으로 들어선다. 전통시장은 입구 야채와 생선가게만 사람이 있고 안쪽은 한산하다. 그곳에 자리를 잡은 상인은 "사람도 없고 어려워. 나이 들어 할 수 없어 하는 거지 뭐"라며 푸념 섞인 말을 내 뱉는다. 주차장으로 변한 옛
2023년 청주시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청주」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2023년 3월 기준 평균출산율 0.81%로 인구감소 문제가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이에 아동보육과는 부모와 아동, 어린이집 지원 등 최상의 보육 환경 조성을 위해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정부 시책인 부모급여, 충청북도 시책인 출산양육수당 등 현금성 지원 시책으로 출산율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금성 지원 이외에 간접적인 지원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시간 단위로 아이를 보육 위탁할 수 있는 '시간제보육', 야간에 근무하는 부모들을 위한 '야간연장보육' , 최신 장난감을 저렴한 금액으로 대여 받을 수 있는 '장난감대여제도' 등 간접 지원의 역할도 중요하다. 나는 무엇보다, 아이를 직접 키우는 당사자인 부모에 대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응급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잠못자면서 아이를 캐어하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할지, 양육부담은 두 부부가 어떻게 분담할지 등 이런 문제는 부부들에게는 당황스럽고 어렵게만 느껴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애를 낳은 것도 중요하지만 애를 잘 키워내는 것은 더 중요한일 임에는 틀림없다. - 왜 「찾아가는…
추위 견딘 매화 꽃봉오리가 병들어 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차가운 겨울바람 견디고 따스한 봄비 맞아 일어섰지만 예전처럼 아름답게 꽃 피우지 못하고 스러져간 것이다. "꽃이 아름답게 피어났었다."는 과거형만 남았다.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인 아침, 동이 터오자 문득 대가 없이 주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던져봤다. 경제력을 보고 사랑을 선택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수만 번 다시 태어나 이 세상에 온다 해도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수 없다. 때문에 스님이자 시인인 산티데바는 "수천 생을 반복한다 해도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기는 어렵다. 그러니 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라.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입보리행론)고 했다. 봄이 오는가 싶더니 이내 푸른 이파리가 살랑거리는 여름이 되었다. 세상이 온통 생명 가득한 초록빛으로 넘실거리자 사람에 대한 실망이 희망으로, 희망은 기쁨으로 이 기쁨은 살아있는 것에 대한 감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감사는 겨우내 앙상하게 말라있다 봄 되면 소생하여 말없이 소멸에 대한 의미를 전해주고 있는 나무를 보고 알았다. 또한 자연은 우리를 조건 없이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
인구절벽의 시대 특히,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농촌지역이 소멸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사람이 모여야 하고, 사람이 또 살아야 한다. 후계농업인 육성, 귀농, 귀촌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비한 실정이다. 이러한 농촌의 소멸 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촌 지역은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와 함께 딸기 수확 체험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차를 타고서도 찾아가기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주말예약은 항상 매진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딸기농장은 스마트팜 시설이 적용돼 깔끔한 모습이었다. 작은 동물들도 볼 수 있고, 닭장에서 달걀 가져오기, 수확한 딸기로 케이크 만들기, 딸기 모종 화분 만들기 등 아주 다양한 체험들이 농장을 방문한 가족들을 즐겁게 했다. 농장 안에는 농장주뿐만 아니라 체험을 진행하는 사회자부터 생각보다 많은 직원이 체험 진행을 돕고 있었다. 그때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것이 활기를 잃어가는 농촌을 다시 되살릴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농장주는 3대째 가업을 이어온 젊은 사장님이었다. 체험을 진행하는 직원들도 젊은 청년들
며칠째 비가 내린다. 장마다. 계속되는 집중 호우에 침수, 산사태 등 피해가 속출하고 특히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 등으로 귀중한 생명들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어 너무 가슴이 아프다, 비는 인간에게 생명수이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목숨을 앗아가는 이중성이 있다. 오늘은 조심스럽게 비의 소리를 얘기 해 본다. 소리 중에 빗소리만큼 가슴을 때리는 소리가 있을까. 빗소리가 아주 실감나게 들리는 때는 비닐우산이나 비닐하우스 위에 떨어지는 비다. 마치 북을 치듯 두두둑둑 떨어지는 빗소리에 온 몸이 떨리듯 어디로 빨려 들어갈 것 같다. 새소리 바람소리와 더불어 물소리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자극한다. 우리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왔음을 생각하면 자연의 소리에 반응함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오는 그러한 청감, 색감, 촉감, 미감, 시감 등 오감을 자극하는 느낌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을까. 얼마 전 전통체험 프로그램 중의 일부로 가족을 대상으로 숲에서 숲해설을 한 적 있었다. 이들에게 까치수염이란 풀잎을 맛보게 했는데 엄마는 금방 신맛을 알아 차렸지만 초등학생은 무슨 맛인지 느끼지 못했다. 신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등 4가지 기본적인 미감 중의 하나
국지성 폭우가 연일 퍼붓는다. 마치 하늘에서 바가지로 물을 마구 퍼 붓는 것처럼 내리는 폭우다. 장마전선은 남부지방부터 중부지방까지 오르내리며 곳곳에 피해를 주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마가 야속하다. 밤새 내린 비에 무심천이 무사한지 궁금하여 현관을 나섰다. 남달리 무심천에 관심을 갖는 것은 70년대부터 수곡동 무심천변 제방 밑에서 살았다. 매일 출퇴근 할 때 무심천 징검다리를 건너다니다 보니 정이든 모양이다. 그 당시에는 무심천변의 둑은 낮고 허술하여 둑이 터지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 생각이 잠재 되어서인지 장마 때가 되면 무심천이 궁금해 나가 보는 버릇이 있다. 우산을 받쳐 들고 구대교 중앙까지 가서 상 하류를 바라보니 하상차도는 물에 잠겨있고 수위는 점점 높아지는 듯했다. 아찔한 생각에 곧바로 사직 사거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굵은 빗줄기는 점점 세차게 내려 우산 안에도 빗물이 뚝뚝 떨어져 옷이 다 젖을 정도다. 길바닥은 온통 물바다가 되어 빗물은 낮은 곳으로 콸콸 내려갔다. 집에 들어가 텔레비전을 켜니 뉴스 속보다. 미호천이 범람하여 제방이 무너져 오전 8시 40분쯤 흥덕구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 흙탕물이 노도같이 밀려와 꽉 찼단다.
작은 요정이 나뭇가지에 내려앉는다. 뽀얀 날개와 새까만 무늬가 파르라니 곱다. 생김을 보면 나도 그렇게 이름 지었을 거다. 숲속 요정 날개옷에는 특별 공법 별박이가 있었다면서. 댕기에도 금박을 물리면 금박댕기, 은박을 입히면 은박댕기라고 하는 것처럼. 그런 옷을 입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하얀 바탕에 물방울무늬가 별박이자나방 날개처럼 하늘하늘했다. 군살이 붙기 시작하면서 더는 입지 못했으나 하느작하느작 뽀얀 질감이 잡힐 듯하다. 별박이자나방의 새까만 무늬도 뽀얀 천 가상이에 박혔다. 닿기만 해도 두드러기 번지는 몹쓸 나방이 가는 데마다 떨잠 문양 찍힌다. 나방을 보면 한 치 앞도 모르고 날뛰는 모습이 떠오르지만 별박이자나방은 별빛처럼 영롱했다. 더듬이를 축으로 바이어스 처리된 세 개씩 다섯 개씩 별박이도 예쁘다. 훨훨 날지는 못해도 숲속 풍경과 어울린 대칭의 세계는 완벽한 데칼코마니였다. 별박이자나방을 본 저수지 뒷산도 초록을 담은 채 풍덩 내려왔다. 굽이굽이 능선과 산새들 노래도 반반씩 묻어나왔다. 물새의 하늘도 대칭으로 포개졌다. 투명한 날개는 걱정이나 별박이가, 가물가물 떠오른 연을 뜻하고 쇠고기 중에서 가장 질긴 부위라면 바람에 상하지
이제 다시 마스크 없는 일상이 당연한 듯 느껴지지만, 지난 2020년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뒤흔들어 놓았다. 특히 교육 현장에 남긴 흔적은 꽤 컸는데, 이른바 젠C(Generation Covid: 코로나19 시기에 학령기를 보낸 학생들을 이르는 말) 학생들에게 그렇다. 그 당시 학생들의 등교는 미뤄졌고, 모든 수업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 이루어졌다. 실시간 혹은 녹화된 영상을 통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현장 체험학습이나 실습 활동은 제한되었다. 온라인 학습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학교가 사회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 시기였다. 약 3년의 코로나19 상황이 지난 현재, 많은 연구자들은 젠C 학생들의 학습 결손과 교육 격차,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감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고하며, 이들의 학업적, 사회적 성장과 발전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표적인 교육철학자 듀이(Dewey)의 말이 떠오른다. 학교는 하나의 '작은 사회'라는 말. 이 말은 마치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해나가듯, 학교를 통해 사회를 경험하고 자연
새벽 3시, 세상은 고요하다. 공항이 가까울수록 빛이 보이고 소음이 들린다. 출발할 때 내리던 비도 그쳤다. 약속 장소로 이동해 출국절차를 밟았다. 올해 초에도 아들과 공항에 왔었는데 낯설다. 수화물 탁송까지 무인 단말기로 하면서 기계치의 진면목을 확인한다. 중국행 비행기를 타기까지 멀고도 험한 길을 달려와서 출발 전에 지친다. 한 달 전쯤, 급하게 중국대학과의 학술대회 일정이 잡혔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참가를 결정하고 일정을 조율했다. 그런데 첫 관문부터 쉽지 않았다. 4박 5일간 학술대회 목적이지만 비자를 신청해야 했다. 신청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는 서울 비자센터를 직접 방문해서 지문등록을 해야만 했다. 그 날짜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비자 접수 후 정해진 날에 꼭 가야 했다. 비자등록 일정을 못 맞춰서 당초에 가려던 선생님 몇 분이 포기했다. 하루를 비워두고 전날 서울 아들 집에서 잤다. 중국 비자센터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일행을 만나서 지문등록을 하기까지 10여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심사가 까다롭고 어려울 거라는 예상과 달라서 모두 허탈한 표정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가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충북일보] 충북도가 청주시를 대상으로 진행중인 종합감사에서 도청 감사관실 일부 직원들이 시 소속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도 감사관실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청원구청에 감사장을 차려놓고 시 산하 전 부서를 상대로 종합감사를 벌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대체로 제보자들은 "행정적 미비사항이나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충분히 용인할 수 있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 대답을 요구해놓고 막상 대답을 하니 말투와 태도 등에 대해 선생님에게 혼나는 학생 취급을 받았다"며 "게다가 행정적 미비사항도 아닌 부분에 대해서까지 억지로 지적사항에 끼워 넣으려는 태도에 기가 찼다"고 토로했다. 해당 제보자들이 당했다는 언어적 갑질폭력을 구체적으로 기사에 서술할 경우 제보자가 특정될 수 있어 밝힐 순 없지만, 이들은 대체로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직원은 제보를 하면서 "안그래도 업무에 회의를 느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참기가 힘들고 사표를 내고 싶다"고까지 말하고 울먹였다. 또 다른 제보자는 감사에 임하는 직원들의 업무이해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한 제보자는 "감사를 보는 직원이 업무를 너무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충북도가 청주 오송에 들어서는 철도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의 성공적 조성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신청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 상반기 내 예타가 마무리돼야 오는 2029년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도의 구상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16일 도에 따르면 오송 철도클러스터 국가산단의 공동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충북개발공사는 오는 9월 기획재정부에 공기업 예타를 신청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사업 중 총사업비가 1천억원 이상이면 공기업·준정부기관 사업 예타를 받아야 한다. 오송 국가산단 조성에는 5천5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는 이때 예타가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공기업 관련 예타 신청은 1월과 5월, 9월 등 연 3회로 제한돼 예타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면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신속 예타'로 신청할 계획인데 대상에 반드시 반영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 제도는 예타 기간이 기존보다 3개월 정도 단축돼 6개월 정도면 결과가 나온다. 그런 만큼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게 된다. 도는 예타 통과를 위한 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 이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려면 경제성이 중요한 만큼 기업의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부족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중임을 맡겨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총선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약속드린 미래 비전을 군민들께서 선택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선에 성공한 임호선(61)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증평·진천·음성)은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며 어려운 민생부터 확실히 챙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며 "서민경제를 살피지 못하고 국정운영을 독단적으로 하며 과거로 퇴행하려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잡으라는 민심이다. 제1야당으로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적극 따르며 민생해결과 지역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활동을 원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저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왔고 현재도 농촌에 살고 있다"며 "지역적으로도 증평·진천·음성군이 농촌이기에 누구보다 농업농촌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 당선인은 "농촌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