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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3.04 14:58:59
  • 최종수정2024.03.04 14:58:59

임영택

오선초 교사·동요작곡가

"당신은 왜 그렇게 사십니까?"

느닷없는 질문에 잠시의 망설임. 답을 하기 전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지?'라는 질문을 재빠르게 던진다.

"글쎄요. 답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살아야 저 자신이 행복할 수 있으니까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에 그저 현실적으로 평범하게 답한 것 같아 마음이 썩 개운치는 않았다. 얼마 전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종교계 큰 스승과의 만남에서 나누었던 대화의 한 장면이다. 자리에 함께한 분들의 얼굴을 돌아가며 살피니 오호라 그들 모두 평탄하지는 않은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지셨구나!' 싶었다. 종교, 정치, 농업·노동계와 언론, 교육, 문화예술계의 현장에서 다들 나름의 뜻과 정의로움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도 그렇다.

생각해 보니 '교직 첫 출발부터 지금까지 평범하지는 않았구나!' 싶다. 평범한 듯 순탄하지 않은 길이었지만 깨어지고 꺾이면서도 모른 척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리 살았다. 모두가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때론 좌절감과 깨어짐에 고통받으며 번뇌하는 날도 있었지만 굴하지 않고 걸어 온 길이다. 누가 나보고 가라 하지도 않았고, 그길로 가지 않는다고 욕할 사람도 없었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나 스스로 너무도 못나 보여 참을 수 없었기에 멈출 수 없었던 것 같다. 한 사람의 외침만으로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스스로 나를 지키기 위해서, 또 존엄하게 살기 위해서 그리 살았다. 스스로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비겁하거나 비천하다는 느낌을 간직한 채 살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선생으로 살아오면서 불합리와 정의롭지 않은 일 앞에서 목소리를 높여 비판했고, 비민주와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았으며, 교육보다는 자신의 입신과 출세를 위해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엄하게 지적하며 꾸짖기도 하였다. 쏟아지는 정책에는 비판적 시각과 논리로 따져보고 분석하여 당당하게 지적함을 주저하지 않았음은 물론 참교육과 아이사랑을 부르짖었다. '나는 이 땅의 교사다.'라는 강한 자의식이 있었기에 흔들림 없는 사명감과 소명 의식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었다. 한순간도 흐트러짐 없이 살기 위해서 자신을 다잡았으며, 아무도 편들어 주지 않았어도 당당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옳음에 대한 확고한 믿음, 교육자로서의 사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편하게 술 한잔하자고 만난 자리에서 심오한 삶의 철학을 마주하고 나니 순간순간 나약해지려고 했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럽기도 했지만 지난 34년의 교육 인생을 다시금 하나하나 챙겨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만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없이 되뇌었다. '옳게 살려고 애쓰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릇되게 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또한 같은 값으로 소중하다.'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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