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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2.28 14:51:45
  • 최종수정2024.02.28 14:51:45

이정균

시사평론가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정부와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의료 공백 혼란이 전국적으로 가중되고 있다. 의사와 정부의 갈등은 의사 수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누구보다 더 피부로 느끼고 있으며 온 국민이 공감하는 바다. 객관적 수치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구 1천 명 당 의사수가 평균 3.7명인데 우리나라는 2.1명에 머문다. 최근 OECD 국가들은 의대 정원을 크게 늘리는 추세여서 갈수록 우리나라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 정부 설명에 의하면 매년 2천 명 씩 증원하더라도 OECD 평균에 도달하는 시점은 앞으로 27년 후인 2051년이 된다.

*** 의대 증원에 국민적 공감대

의료계는 의대 증원에 강력 반대한다.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으므로 의사 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이며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2047년이 되면 인구 1천 명 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는 현재도 의사 수가 부족한데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급증하는 의료수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계는 의료 이용 접근성이 높아지면 공급이 수요를 견인하는 현상으로 불필요한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정부는 의사 수 부족으로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주당 80 시간 근무를 하는데다 진료지원을 하는 PA 간호사가 2만 명일 정도여서 의사 증원은 늦출 수 없으며 지역의료 강화 등의 필수의료 패키지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가 유입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맞선다.

이처럼 정부와 의료계가 정면충돌 하면서 전국의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고 의료현장을 떠나 수련의들이 근무하던 대학병원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혼란이 심각하다. 전체 100개의 대형 수련병원 전공의 중 80% 이상이 사직서를 냈고 이 가운데 70% 이상이 출근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들 병원은 평상시 대비 입원 환자를 많게는 40% 줄이고 수술과 항암치료 등도 대폭 줄이거나 연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공의들의 사직으로 의료현장이 혼란을 겪는 것은 환자들이 고통 받는다는 뜻이다. 전공의들이 근무하는 대형수련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중증이거나 응급을 요하는 사람들이다. 동네 의원에서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환자들이 3차 의료기관으로 가고, 중증 진단받은 환자들이 지방에서 수술 또는 입원하여 치료 받는 것보다 더 우수한 치료효과를 기대하고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는 게 부인 못할 현실이다. 이런 병원들이 대형수련병원이고 여기에 근무하는 전공의 절대다수가 환자를 떠난 것은 결국 환자들의 생명을 돌보지 않는 것이다.

분통 터지고 억울한 건 환자들이다. 환자 어느 누구도 자신의 생명을 의대 증원 반대에 이용하라고 담보물로 내놓은 적이 없다. 의사들은 환자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거나 담보로 삼지 않았고 단지 사직서를 내고 출근하지 않을 뿐 이라고 항변할지 모르나 국민들은 다 안다. 의사들이 나름의 논리로 의대 증원에 반대하고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지만 본질은 특권 의식에 빠진 그들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건 비밀이 아니다. 정부 정책에 의사들도 반대할 수 있지만 환자의 생명을 위협수단으로 쓰는 방식은 동의 받지 못한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의대 2천 명 증원 방침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는 한편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복귀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통첩 시한 내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면 법적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나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면허정지와 사법처리 절차를 예고했다.

*** 병원으로 돌아와 싸우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22~23일)에 의하면 정부의 2천 명 의대 증원에 찬성 76%, 반대 19%라고 한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반대 투쟁을 하기 위해서라도 병원으로 돌아와 싸워야 한다. 전과 달리 이번에는 의사들 투쟁을 바라보는 환자들과 국민 여론이 싸늘하기만 하다. 의사의 이익을 다른 직역도 아닌 미래의 신규 동료 의사들과 나누지 않기 위해서는 환자의 생명도 도구로 삼을 수 있다는 그들의 의료관에 소름 돋았기 때문이다.

국정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도 의료계와 대화를 통한 정책 추진을 실행하지 못하고 환자 고통과 국민 우려를 야기한 책임이 작지 않다. 국민 여론의 대세가 의대 중원 찬성이라 해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환자 불편과 전공의들 희생을 최소화 하는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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