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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4.18 21:01:51
  • 최종수정2023.04.18 21:01:51
[충북일보]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약칭 직지)'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다. 그 실물이 50년 만에 일반에 공개됐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프랑스국립도서관(BnF)이 지난 12일(현지시간) 개막한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회에서 볼 수 있다. 전시회는 오는 7월 16일까지 열린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벌써 직지 실물을 보고 왔다. 돌아와서 직지의 국내 전시를 고민하고 있다. 곧바로 프랑스국립도서관과 협력 강화 의지를 피력했다. 과감한 협력을 통해 직지가 태어난 청주에서 전시기회를 마련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장 청주 초청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직지의 국내 전시는 결코 쉽지 않다. 의지만으로 되지도 않는다. 사실 청주시 등은 직지의 국내 전시를 여러 번 추진했다. 물론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프랑스 측의 직지 압류 가능성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매번 요청 때마다 프랑스 정부는 압류 우려가 없다면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압류면제법 제정이 논의되기도 했다. 대여기간 동안 몰수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명문화하는 절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금 상황에선 프랑스의 통 큰 결정 없인 직지 국내 전시는 불가능하다. 5차례나 불발된 까닭은 여기 있다.

본보는 지난 9일 지면을 통해 관련법이 정비되지 않아 직지 대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때 지적대로 프랑스 정부는 "압류면제법 없이는 직지의 대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프랑스가 직지를 국내 전시할 경우 직지를 반환받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주시는 이 시장이 이번 행사에 초청돼 장차 직지의 국내 전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고무됐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시장은 빈 손으로로 돌아와야 했다. 프랑스의 입장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게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압류면제법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찬성론자들은 집 나간 우리 문화재에 연구 활성화, 가치 평가, 위상 제고 등을 위해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압류면제법 제정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과거 서구 열강의 이권 침탈과 일제 식민 지배를 겪으면서 수많은 문화유산이 국외로 유출됐다. 다시 말해 불법 반출 문화재까지 돌려받기 어려운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물론 직지가 반출된 경위는 다른 불법 반출 문화재와 조금 다르다. 구한말 당시 주한프랑스공사가 지방을 돌다 우연히 직지를 구매한 뒤 프랑스로 가져갔다. 그 뒤 도서관에 기증됐다는 게 정설로 여겨진다. 그러다 보니 국내 반환을 요구하며 돌려받을 명분도 약하다.

학계 안팎에서는 이번 전시가 직지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세기 만에 수장고 밖으로 나왔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직지는 인쇄 발달사에서 아주 중요한 유물이다. 특히 구텐베르크 성서와 함께 공개된다는 점이 유의미하다. 전시 도입 부분에 직지를 소개함으로써 그 의미와 가치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전시 준비과정에서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협력도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 문화재청이 지난 11일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건 아주 다행스럽다. 향후 공동 연구나 분석 작업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50년 동안 공개하지 않던 직지를 꺼내게 된 데는 여러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 기회에 직지가 왜 중요한지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 학술 연구와 보존 노력을 병행하면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께 논의해야 한다. 직지는 주조된 글자로 인쇄된 책으로 알려진 것 중 가장 오래됐다. 인쇄 연대는 1377년이다. 실제로 직지심체요절 표지에 프랑스어로 그렇게 적혀있다. 프랑스인 콜랭 드 플랑시(1853∼1922)가 쓴 설명으로 추정된다. 그는 외교관으로 두 차례 조선에 머무르며 다양한 고서를 수집했다. 직지의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본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직지가 50년 만에 수장고 밖으로 나왔다. 일단 긍정적이다. 청주시는 직지의 청주 전시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직지가 이역만리 프랑스로 떠난 지 125년이 지났다. 임시라도 청주로 돌아올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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