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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청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사춘기'의 사전적 정의는 정정되어야 한다. '사춘기'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인이 되는 시기로 보통 15~20세를 이른다'라고 되어 있으나, 다른 것은 제쳐두고 15세에서 20세라는 나이는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요즘 학생들은 대략 11살 정도가 되면 사춘기라는 까칠한 친구와 처음 대면하게 되고 한 3년 정도 알쏭달쏭하고 짜증나기까지 하는 그 녀석에게 눈을 흘기고 서로 상처를 내다가 고등학생이 될 즈음에는 그 말썽쟁이를 요리조리 요리할 수 있는 내공이 생기곤 한다. 그래서 어쩌면, 친구들은 이미 다 졸업한 사춘기를 고등학교 1학년 2학기에 딱! 마주하게 된, 요즘으로 치면 좀 늦은 사춘기를 경험하게 되는 학생들의 당황스러움은 더 크고, 그래서 때로 중요한 고등학생의 생활을 망쳐버리는 일까지 생기기도 한다.

열일곱 살 연지(가명)는 반짝반짝 빛나는 학생이었다. 사랑스런 외모와 총명한 두뇌도 한몫했지만, 야무진 눈빛에 꽉 채워진 열정과 욕심이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어,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사랑받는 완벽한 학생이었다. 친구들의 BB나 틴트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으며, 교복은 항상 조금 큰 듯한 것을, 머리는 귀밑 3센티미터 길이를 고집스럽게 유지하여, '나는 모범생'이라는 단어가 얼굴과 몸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그런 학생이었다. 체육대회 때는 부상 투혼에도 불구하고 우승의 주역이 된 스포츠 스타였으며, 미술 감각도 뛰어나서 우리 학교의 화가로 불렸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성적은 수직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그러나 그렇게 잘나가던 연지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그것은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사춘기라는 반갑지 않은 친구가 연지의 마음을 거칠게 열어젖힌 것이다. 연지에게 찾아온 사춘기는 까칠한 것을 넘어 사납기까지 했다. 연지 주변의 사람들을 향해 눈 흘기게 했으며, 연지 자신을 향해서도 손톱을 세우게 하여 날카롭게 상처를 내며 연지의 마음을 활보하고 다녔다. 공부는 당연히 의미가 없어져서 성적은 뚝뚝 떨어졌고, 결국엔 학교를 다니지 않겠다고 떼를 쓰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교사인 나는 연지의 노랗게 물든 머리카락이, 뽀얗게 색칠한 얼굴이, 떨어지는 성적이, 이유를 찾기 어려운 반항이 밉지 않았다. 그보다는 어떤 동질감 같은 것을 묘하게 느끼고 있었다. 사실 나는 스무 살에 사춘기를 겪었다.늦은 사춘기를 경험하는, 과거에 모범생이었던 학생들에게는 특징이 있다. 그들은 관습적인 성향과 창의적인 성향을 둘 다 갖고 있다. 학교라는 제도 아래 상대적으로 지지를 많이 받아 힘이 센 '관습적인 나'는 '창의적인 나'를 꾹꾹 눌러왔지만, 어느 순간 '창의적인 나'가 얼굴을 빼꼼 내미는 때가 찾아온다. 연지에게 사춘기는 그런 것이었다.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기억하며 연지에게 '그래도 괜찮아'라는 시집을 한 권 선물했다. 그것이 연지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얼마 후, 연지는 나에게 '어떤 하루'라는 에세이집을 선물했다. 나는 연지에게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연지는 지금 2학년이 되었고, 반짝이는 눈빛을 다시 되찾았으며, 1년 전 자신처럼 늦은 사춘기를 경험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또래 상담가로서 아주 멋진 멘토가 되어 주고 있다. 지금은 자기 안에서 충돌하는 관습과 창의성, 두 가지 개성 강한 녀석들을 요리조리 적재적소에 잘 조절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되었다. 미운 열일곱 살, 그러니까 더 반짝반짝 빛났던, 위기를 지혜롭게 잘 넘어가서 더 성숙하게 된 연지에게, 그리고 우리의 모든 학생들에게 기특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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