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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청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그리스 신화에 콧대 높은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등장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여자가 다 맘에 안 든다니 참 기막힌 남자이다. 신들이 상을 준 건지 심술을 부린 건지, 그에게도 드디어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대서 "그래! 어디 어떤 여자인지 보자구!" 기대했는데, 그것은 바로 그의 손으로 직접 만든 상아 조각상이었다. 이건 뭐, 호수에 비친 자기와 사랑에 빠졌다는 나르시스와도 어깨를 견줄 만한 대단한 스캔들이라고 콧방귀를 뀌었지만, "내가 눈이 높은 걸 어떡하란 말이야!"라고 외치는 그가 얄밉기도 했지만, 조각에게 갈라테이아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꽃까지 바치면서 "너는 숨도 쉬고 말도 하게 될 거야! 넌 여자가 될 거야!"라고 외치는 간절한 사랑이 나와 아프로디테를 감동시킨 순간, 조각상이 인간으로 변신하는 기적으로 이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딱 피그말리온을 두고 하는 말이다.

1968년,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신화 속 갈라테이아와 유사한 일이 일어난다. 하버드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로젠탈과 미국에서 20년 이상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레노어 제이콥슨,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자부할 만한 두 사람이 만났다. 어느 날, 그들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 검사를 실시한 후, 상위 20%에 속한 학생의 명단을 담임교사에게 알려 주는데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의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라는 말을 강조한다. 8개월 후, 이 명단에 속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 점수가 높게 나온다. 이들은 원래 뛰어난 학생들이니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렇지 않다. 로젠탈과 제이콥슨은 가짜 상위 20%의 명단을 만든 것이다. 실제로 그것은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이 섞인 명단이었다. 그러나 8개월 후, 그들은 진짜 상위권이 되었다. 상위 20%에 대한 교사의 기대와 격려가 가짜를 진짜로 바꿔 놓는 기적을 만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로젠탈과 제이콥슨에게 기분 좋게 속은 것이다.

교사의 기대가 학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피그말리온효과와 로젠탈효과는 오랫동안 교육계의 주목을 받았다. 학교에도 기적을 바라는 많은 피그말리온이 존재하며, 자기도 모르게 로젠탈의 실험에 참여한 교사와 같은 결론을 목격하는 일도 많다. 그리고 실제로 교사의 신뢰와 지지를 받은 학생의 경우에 성적이 향상되는 경우가 많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면 누구나 마음이 편안하고 자신감이 생긴다. 반대로 자신이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면 누구나 마음이 불편하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말과 표정은 마법과 같아서 '너는 못할 줄 알았어!'에 '못하는 걸'로 답하고, '너는 할 줄 알았어!'에 '하는 걸'로 답하게 된다. 사람은 상대방이 나를 우수하게 평가할 때 우수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피그말리온은 상아로 만든 조각상에게 '넌 내가 사랑하는 여자야!'라고 끊임없이 구애했고, 로젠탈 실험에 참여한 교사들은 가짜 상위 20%를 진짜 상위 20%라고 확신하고 대했다. 그의 연인과 그들의 학생들은 그 믿음을 믿었던 것이다. 그것은 돌을 숨 쉬게 하고, 가짜를 진짜로 성장시켰다.

나는 오늘도 나의 교실에 있는 38명의 갈라테이아에게 주문을 외고 있다. '너희들은 할 수 있어! 너희들은 최고야!' 그 믿음이 우리 학생들을 더 많이 성장시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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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