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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청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언어의 세대 격차가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0대들의 외계어 이해'라는 강좌가 개설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성인인 여러분이 다음과 같은 시험문제를 접했다고 해 보자.

1. 현재 고등학교 학생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의 뜻이 바르게 연결되지 않은 것은?

① 오나전 = 완전 ② 갠소 = 개인소장 ③ 열폭 = 많이 화남

④ 어이털림 = 어이없음 ⑤ 엄빠주의 = 엄마아빠주의

정답은 3번이다. 세대 간의 언어 격차에 관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의 어른들이 '열폭'을 '많이 화남'의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열폭'은 '열등감 폭발'의 줄임말이다. 3번을 제외한 나머지 단어들은 모두 그 뜻이 바르게 연결되었다. 만약에 여러분이 10대를 벗어난 나이라면 이 문제가 꽤 어려울 것이다. 한 신문사에서 10대들이 자주 쓰는 외계어를 선정하여 2,30대 75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20대의 60%, 30대의 75%가 10대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4,50대라면 그 수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그야말로 10대들의 외계어는 어른들에게 '한글인 듯 한글 아닌 한글 같은 너'이다.

10월이다. 한글의 10월은 참 파란만장하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일을 가지고 있는 언어인 한글의 탄생일이 10월이다. 1929년 10월에 조선어사전편찬회가 조직되었고, 1947년 10월에는 "조선말 큰 사전"이 편찬되었다. 1948년 10월에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었고, 1956년 10월에는 세종대왕 기념 사업회가 세워졌다. 한글날이 1991년에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가 다시 공휴일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때가 2012년 10월이다. 한글 반포 568돌인 올해 10월에는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하였으며, 청주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한글에 대한 10대들의 작은 토론이 이루어졌다. 일제강점기, 우리말 사전 편찬을 위해 말을 모으는 작전, 즉 '말모이 작전'에 14개 학교 5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는 공부를 한 우리 학생들이 2014년, 현재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를 모아보겠다며 열심히 발표를 한다. '꿀잼, 핑프, 짝남, 엄카, 노답, 심쿵, 츤데레, 눈갱, 웃프다, 금사빠, 갑툭튀, 장미단추……' 2014년 현재 열일곱 살 고등학생의 한글사전이다.

그래도 우리 학생들은 이렇게 덧붙인다. "수업 할 때 한글이 정말 대단한 언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들이 쓰는 은어가 부끄러워졌어요. 세종대왕님과 한글을 지켜 오신 분들께 너무 죄송했어요." 반성할 줄 안다. 학생들의 언어 파괴 현상에 대해 우려의 말을 하고 있는 나는 사실 어른들이 더 부끄럽다. 동사무소가 주민센터로, 파출소가 치안센터로, 서울지하철공사가 서울매트로로 바뀌었다. 왜들 이럴까. 세계화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며 어른들은 반성할 줄 모른다. '센터'와 '매트로'를 보면 정말 부끄럽다.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의심할 여지없이 인류의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 중 하나'라고 먼 나라 외국인도 인정했다는데, 2014년 10월을 보내면서 한글을 생각하면, 태어나 줘서 고마운 마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 때문에 가슴이 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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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